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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 Nov 07. 2016

임보집 첫날, 이름부터 짓자

임보 일기 (1)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cats-day/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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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고양이의 임보를 결정하고 나서 캣맘이 우리 집으로 직접 고양이를 데려오시기로 했다. 도착 시간이 되어 우리 집 제이, 아리는 안방에 일단 가둬놓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담요 덮인 이동장 안에서 두 마리가 몸을 꼭 붙인 채 겁먹어 커다랗게 커진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동장 문을 열어주면 일단 밖으로 튀어나오는 강아지들과 달리, 고양이들은 그 안전한 공간 안에서 좀처럼 바깥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캣맘과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고양이들을 이동장에서 꺼내보았다. 


제이가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가 4개월령이었는데, 그때보다 더 작은 꼬물이들이었다. 만지면 부서질 것 같아 만지기도 조심스러울 정도로 작은 아이들이었다. 손으로 들었더니 잠시 몸이 굳은 듯 심장만 두근두근 빠르게 뛰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손힘이 느슨해지자 이때다 싶은지 파바박 뛰어 소파 밑으로 숨어들어갔다.

 

고양이들은 영역 동물이라 원래 환경이 바뀌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에, 임보든 입양이든 고양이를 데려온 첫 날에는 억지로 만지려고 하지 말고 그냥 숨어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당분간 지내게 될 우리 집에서 천천히 적응하도록, 사료와 물과 화장실만 놓아주고 이 날은 우리와 제이, 아리 모두 안방에서 문을 닫고 잤다. 그래도 새로 온 아기고양이들이 잘 자는지 신경 쓰여 새벽에 종종 잠이 깼는데, 귀를 쫑긋 세워보면 거실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리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고양이들은 여전히 소파 밑에 숨어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밤새 사료도 싹싹 먹고 화장실도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아기고양이들이 적응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집에서는 기존에 있던 제이, 아리와의 합사가 사실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천천히 서로의 냄새에 익숙해지게끔 해줘야 했다. 하룻밤을 보냈으니 아기고양이들을 소파 밑에서 꺼내 이동장에 담아, 안방에 갇혀 있던 제이, 아리와 하루 동안 다시 방을 바꿔주기로 했다. 


다시 안방에 고양이들의 생필품을 놓아주고 문을 닫자, 제이와 아리는 거실에서 아기고양이들이 남긴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녔다. 이렇게 천천히 서로의 냄새만 맡게 해서 ‘이 집안에 다른 고양이가 있다’는 정보 교환을 하다가, 시간을 늘려 가며 서로 접촉할 수 있게 해주면 비교적 평화롭게 합사를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대뜸 대면시키게 되면, 뭐랄까,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내 숨겨놓은 딸이다’라고 다른 아이를 데려오는 기분이랄까? 그런 기분을 느낀다는데…. 아무튼 갑자기 다른 고양이를 데려와 같은 공간에 두면 무조건 싫어하는 것은 분명하다. 


아기고양이 두 마리는 안방에 들어가자 침대 밑에 숨어 또 두 마리가 몸을 꼭 붙이고 있었다. 우리 집 제이와 아리는 저렇게 사이좋게 붙어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형제라고 둘이 의지하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면서도 신기했다. 


나중에 입양을 가면 또 이름이 생기겠지만, 임시로 부를 이름이 필요해 좋은 가족에게 입양 가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어 고양이는 ‘봄’, 개나리 색깔의 노랑이는 ‘나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합쳐서 봄날, 따뜻하고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뜻으로. 사실 나리는 남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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