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가는 물고기 Feb 07. 2016

뷰티 인사이드

사랑은 타이밍!

사랑은 타이밍!!

그 사람의 생김새가 어떠했는지. 성격이 어떠했는지는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았다. 음성이 부드럽다거나. 말소리가 조곤 조곤하는 것 같은, 혹은 손가락이 나보다 길고, 손을 잡았을 때 그 손이 따뜻했던 기억들은 모두 오감에 의한 내 주관적인 생각일 뿐,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얼굴은? 코는? 눈은? 입은? 아! 말을 할 때 눈을 보는 내 습관 덕에 그의 눈동자가 무슨 색깔이었는지는 기억이 났다. 까만 동자 둘레를 감싸고 있는 옅은 갈색, 그래, 그는 남들보다 조금 연한 색깔의 큰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이야기를 할 때는 늘  한 쪽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그럴땐 나도 모르게 그와 같은 방향으로 머리가 내려갔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우리는 환하게 웃었다.      

그 외, 세세한 기억들은 잘 나지 않았다. 다만 그날의 공기나 함께 걸을 때 잡은 손끝에서 전해오는 따뜻하고 아름아름 올라오는 꽃향기 같은 body perfume. 그것은 둘이 함께 발랐던 핸드크림 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향이 서로 만나 체온과 체온을 나누어 독특하고 기분 좋은 향으로 바뀌었다.

킁킁 냄새를 맡으며 우리는 키스를 했다.      


사랑은

그것은 길을 가다 우연히 소나기를 맞는 일이었다. 급작스럽게, 당황해하고,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그냥 단순한 소나기가 아닌 내가 기분이 무지 좋았던 날, 그날따라 길에서 맞는 소나기가 너무 기분이 좋았던, 상쾌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던 그런 감동이었다.      


내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짝사랑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사이에 큰 의미가 되지는 못했다. 다만 내가 먼저 그를 알아 본 것일 뿐.

그때마다 그는 나에게 미안해했다.

‘내가 먼저 알아보지 못해 미안해’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가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는 웃었다.

그 미안한 안타까움이 언제나 나를 설레게 했다.


앞으로는 나를 더 기억해주겠다고. 뭐든 잘 잊어버리는 나 때문에 그는 나보다 더 많은 나를 기억해 주었다. 우리가 헤어질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작가의 이전글 가벼움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