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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브 피카 Dec 06. 2020

이집트 주재원 4년의 시작

인천공항에서 이집트까지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인 2020년  6월경 남편은 회사에서 이집트 주재원 발령이 났다. 이런 일이 닥치지 않고서야 느낄 수 없는 일들을 우리는 꼭 해야만 하는 일처럼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야 했다. 해외이사를 진행해야 하고, 주재원 4년간의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제삼자가 보기에 이 시기에 참 어려운 결정과 실행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한창 크는 아이들이 제3 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주재원 생활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조심해야 할 것들이 넘쳐난다. 비교적 생활이 편리한 선진국이 아닌, 이집트라는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이미 교민들을 위해 지난 3월 한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를 띄우기도 했었기에. 쉽지는 않은 여정이 되겠지. 


사실 10년 전 첫아이를 데리고 이란에서의 2년 정도의 주재원 생활이 있었다. 수도 테헤란에서 3시간이나 떨어진 압하스 라는 시골마을에 외국인이라고는 우리들밖에 없는 곳에서  6개월 된 첫째를 데리고 2년 안되게 살았던 경험 말이다. 하지만 이집트는 그것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때보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좋아졌다. ENFP 특유의 긍정적이고 뛰어난 적응력을 가진 나에게 딱 맞는 해석이다.  7월 남편이 먼저 출국을 했고, 우리는 2달 뒤 9월 2일에 출국을 하게 된다. 처음 해보는 해외이사, 아이 셋을 데리고 먼 타국에 장기 체류하게 된 일이나 모든 것이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지만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나 보다.  인간은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다. 감사한 것은 중간에 남편이 이집트 교통부 차관등의 높은 분들을 데리고 한국에 나와야 하는 일정이 잡혔고, 덕분에 함께 이집트로 들어갈 수 있었다. 평범한 아이 셋을 키우는 대한민국 아줌마로 당연히 혼자 아이 셋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던 나는 남편의 이번 일정이 너무 반가웠다. 사실 맘속에 혼자서 닥치면 하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유튜브로 비행기 경유하는 법, 출국하는 법 등을 시청하고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은 남편이 한국을 들어오게 되었고 함께 나가게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항공사와 이집트에서는 코로나 19 PCR음성 결과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입국 72시간 안의 결과지를 가지고 있어야 했고, 여행사 보험 가입 번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출국이 화요일 밤 자정이었기에 우리는 전날인 월요일 아침 일찍 7시부터 서둘러 출발해 온 가족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다음날 오전에 검사지를 받으러 갈 수 있었다. 우리가 살던 집은 해외 이사로 짐이 모두 빠져서 아직 더운 늦여름 에어컨도 틀 수 없었기에 세 아이들은 할머니 집에 맡겨두고 그나마 일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주신다”는 성경구절이 생각나는 하루였다. 


올해 3월 친정어머니는 오랫동안 사시던 경남 창원을 떠나서 이곳에 이사 오셨고, 덕분에 너무 좋았던 나였다. 동네에 사시는 엄마와 주말보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결혼하고 어린아이 셋을 키울 때도 멀어서 만나기 어려웠던 엄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그즈음에  남편의 주재원 발령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타지에 와서 적응하시고 계실 때 ,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해 교회에도 마음껏 나가시 지도 못하고 사람을 자유롭게 만날 수 도 없었기 때문에 홀로 외로우실 어머니가 더욱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엄마는 늘 그러셨던 것처럼 강하게 잘 적응하시고 계셨고 내가 이집트로 출국하기 전까지 나를 든든히 서포트 해주시고 계셨다. 이렇게 친정엄마의 도움과 이집트 입국을 남편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모든 도움의 손길에도 쉽지 않은 출국의 여정이다. 혼자 아이들 셋을 데리고 이 모든 것을 했더라면 생각도 하기 싫은 일들이 펼쳐 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감당할 만큼만 딱 겪고 지금은 이곳 이집트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2020년 9월 1일 저녁의 인천공항의 모습은 아주 한산했다. 여행자처럼 보이는 이는 없었고 일 때문에 가족 때문에 등등의 꼭 필요한 이유로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 사람들 만이 눈에 보였다. 체크인을 하는데 줄이 얼마 없어서 금방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그런데 우리의 짐이 5인의 짐이다 보니 많았고, 마침 체크인 쪽의 짐 통과 검색대가 고장이 나서 지체되어 1시간 동안 체크인을 하게 되어 기다리느라 힘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출국 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내에 들고 들어가는 짐에 마스크를 챙겨야 한다. 6개월 이상 장기체류자의 경우는 1인 140개의 식약처 인증 마스크를 챙길 수가 있어서 일일이 막내도 배낭을 메고 자기의 마스크를 챙겨서 확인을 받았다.(이 또한 지금은 무제한으로 바뀌었다지)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코로나로 거리두기 좌석배치로 3 좌석에 1명이 탔는데 덕분에 중간에 누워서 갈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이집트는 직항이 없어서 중간에 경유를 해서 가는데, 보통 독일이나, 터키, 두바이, 아부다비 경유가 있는데 우리는 아부다비 경유를 하게 되었다. 인천에서 아부다비까지 9시간 50분 아부다비에서 이집트 카이로까지 3시간 30분이 걸렸다.




이집트 가는 비행기 안 



 모두가 자유롭지 못할 때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특권 같다.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으로 마냥 즐거움에 빠져있는 우리 삼 남매 만이 왠지 이 공항에 어울리는 여행자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 주재원 4년간의 생활은 긴 여행인 거야~그 누구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아주 귀한 인생의 선물 같은 일이지. 이 귀한 시간들을 그냥 흘러 보낼 수는 없어. 매일매일 아깝게 흘러가는 이 시간들을 경험하고 기록하자. 이집트 사는 삼 남매 맘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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