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뽑아 본 조심해야 할 네가지 유형
요즘 sns상에서 ‘걸러야 할 사람들’ 류의 글 또는 그런 종류의 내용의 자기 개발서를 소개하는 게시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고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느냐는 어찌 보면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나 이와 같은 게시물들이 요즘 들어 필요 이상으로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봤을 때 이러한 ‘나쁜 놈 찾기 놀이’도 혈액형이나 MBTI 신드롬(?)과 같이 일종의 유행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와 트러블이 생겼을 때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고 상대방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그러니까 자신이 거르고 싶은 사람이 ‘마땅히 걸러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증거를 찾는 건 매우 달콤한 일이다. 주관적 호오일 수 있는 문제에 객관적 당위가 부여되면 혹시나 무고할 수도 있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얻을 수 있으니까. 달콤한 것은 잘 팔리고 누군가는 이걸로 돈을 번다. (나는 이것을 바넘 효과 코인이라 부르고자 한다.) 한마디로 그다지 믿을만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따지고 보면 그 수많은 ‘피해야 하는 유형’ 중에서 단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판단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저토록 피해야 할 사람이 세상천지에 널려있다면 결국 믿을 건 자신뿐이지 않나. 나는 그놈의 역마살과 한량 기질로 인해 무수히 많은 조직에 몸담았고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나름대로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한번 불량품을 팔았던 가게에 다시 가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듯(?) 우리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시간엔 ‘내가 33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한 조심해야 할 네가지 유형’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물론 믿을 건 자신뿐이지만 이걸 읽는 누군가에겐 이 글이 앞서 말했듯 남을 미워할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글이 되어 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사디즘.. 아니 사이다의 쾌감을 느끼게 해 줄 수도 있는 노릇이니 나도 (바넘 효과 코인을 좀 누려보고자) 굳이 방출해보려 한다. 그러니까 술버릇이 좋지 않다거나 거짓말을 많이 한다거나 등의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유형은 제외한다.
1. 협상이 아닌 협박을 하는 타입
가능하다면 무조건 피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항상 타인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 알게 모르게 협상을 하며 살아간다.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면 자신은 그에 걸맞은 다른 무언가를 상대에게 제공하겠다고 제안하고 서로가 동의하면 거래가 성사된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 밑져야 본전이고 잘 되면 플러스이기에 웬만한 불공정거래가 아닌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고 지속적으로 서로 이득을 보는 관계가 된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를 협박하는 경우, 그러니까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거나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에 불이익을 주는 타입과 관계를 맺으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봤자 나에겐 본전이고 들어주지 않으면 마이너스다. 더군다나 그 피해가 어느 정도 일지 예상할 수도 없다. 결국 이런 유형에게 약점을 잡힌다는 건 상대에게 무기를 쥐어주는 것과 같다. 그들에게 누군가의 약점은 곧 개인적 이득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귀신같이 상대의 불안을 읽고 약한 부위를 찾아 끝까지 파고 들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과 관계를 맺는다는 건 손해를 자처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일 당신이 그들로 인해 어떤 피해를 본다 해도 아무도 당신을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복권을 사려고 몰려드는 사람은 많아도 어떤 멍청이가 불난 집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겠나.
꿀을 얻고 싶다면 벌집을 건드리지 말라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2. 타인에게 지나치게 우호적인 타입
타인이 자신에게 손해를 끼칠 틈 자체를 주지 않는 거다. 좋은 인상이라는 이득마저 포기 못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유형일 수 있으며 때문에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서 손익을 재빠르게 계산한 후 가장 먼저 발을 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길에서 부처를 만나거든 죽여라”란 말이 있다. 사람이 천사로 보인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인간이 천사인 척하고 있다면 분명히 어디에 선가는 악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송형석, 위험한 심리학>
3. 개천에서 난 용 타입 또는 바다에서 난 올챙이 타입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다는 건 옛말이고 우리는 현재 타고난 계층에서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저소득층이 노력이 부족해서, 못나서 중, 상류층 만큼의 부와 권력을 얻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 불가능한 시스템을 깨부수고 올라왔다면 분명 그 사람은 그 견고한 벽을 뚫기 위해 자신을 뾰족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 에너지를 특정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비축하고 사용했을 게 틀림없다. 따라서 사회인이라면 일반적으로 했을 경험 중 그 어딘가에는 반드시 구멍이 뚫려있을 거라는 말이다.
노력과는 별개로 단순히 운이 좋아서 계층상승이 이루어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욕망만 했지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부와 권력이 갑자기 주어졌을 때 보통 사람이 그것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벼락부자는 통제불능 상태의 헐크와 다름없다. 예를 들어 타고난 상류층의 경우 그것을 누려보지 못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욕망하는 좋은 집, 비싼 차, 명품 옷과 같이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재산만을 비축하고 살아온 것이 아니며 대개 엘리트 교육, 고상한 취미와 같이 그에 걸맞은 문화를 향유함으로써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고 이것이야말로 그들로 하여금 그러한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결정적인 투자비용이지만 문화적으로 가난한 벼락부자의 경우 그간의 결핍을 보상할 만한, 앞서 말한 단기간에 바로 경제력만 있으면 획득할 수 있는 물적 재산과 불안한 입지를 단기간에 다지기 위한 방편으로 리스크가 큰 금융상품에 지나치게 투자를 하며 사치와 한탕주의에 빠지기 쉽다. 그마나 투자가치가 있는 물적 재산이 아닌 유흥에 빠지는 경우 이는 단순히 과한 ‘소비’가 되며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사람은 대개 썩는다. 올챙이 적 동료들과는 이미 사는 세계가 달라 어울릴 수 없고 그들과 대등한 경제력을 가진 상류층과는 살아온 세계가 달라 어울릴 수 없기에 수평적으로, 위로 뻗지 못하는 결핍에 대한 보상심리는 결국 아래를 향할 수밖에 없다. 소위 말하는 갑질과 같이 약자를 향한 폭력으로 표출된다는 뜻이다.
위와 정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반 사람들이 봤을 때 타고난 환경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보이는 부류를 말하고 일명 반골기질이라 한다. 욕망의 대상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고 호오가 워낙 확고해 싫은 건 죽어도 안 하고 남들이 좋다는 걸 아무리 떠 먹여 줘도 못 받아먹는 타입이다. 좋게 말하면 신념이 강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센 것으로 타인이 아무리 설득하고 어르고 달래고 공격해도 어느 정도 선 이상으로 넘어오지 않을 것이기에 이런 타입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좋다. (글을 쭉 읽으면서 느꼈겠지만 참고로 내가 바로 이런 유형이다.)
4. 둘만 있을 때 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상대방을 더 하대하는 타입
쇼윈도 커플과 같이 둘만 있을 때 보다 남들과 함께 있을 때 상대방에게 더 우호적인 경우는 물론 그 호의가 가식 일지 몰라도 틀어져 봤자 둘의 관계라는 선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잃을 것은 상대방뿐이지만 이 경우는 당신이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표하거나 남들이 그렇게 인식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확실한 행위이므로 다른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서열에 지나친 집착을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선 자신이 그로 인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타인을 이용한 권력욕, 과시욕 채우기라는 그들의 목표가 성공할 경우 집단 내에서의 서열 하락은 물론이고 자칫하다 모두를 잃을 수 있다.
어떠한가. 읽으면서 속이 시원한가. 아니면 반성을 하게 되는가.
2021. 01. 01, 정피셜(비판가)
* 필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며 개인적으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분석하고 집필하였음을 다시 한번 밝히고 도망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