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창은 스마트폰의, 태블릿 pc의, 노트북의, 컴퓨터 모니터의 검고 네모난 창일 겁니다. 그 창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우리에게 영감과 감동을, 혹은 상처와 의문을, 혹은 불쾌함을, 혹은 자매애를, 혹은 자신만이 알 그 무엇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그 창을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의 문화라는 필터가 덧붙여진 채로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필터가 아니라 창밖의 풍경 그 자체였지요. 이제는 그 지겹고 나와는 먼 풍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녹지가 바라는 새로운 풍경은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구성된, 여성서사입니다.
여성주의적 시각. 어쩌면 이미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해져버린 말일지도 모릅니다. 페미니즘이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온 이후 많은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남성권력이 지배하던 세상을 ‘우리’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많은 여성들에 의해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는 이 작업은 양동이로 바닷물을 퍼내는 것과 같이 끝이 없는 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성의 시각에서 본다는 건 처음엔 새롭고 흥미진진한 일이다가도 때로는 어색하고 또다시 자연스러웠다가 다시금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일입니다. 그건 우리가 여성의 눈으로 본다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며 사실은 여성의 시각이란 무엇인가부터 많은 고민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성’의 정체성을 앞세워 저 검은 창 너머의 세계를 재평가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여성’이란 건 너무나도 쉽게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너무나도 쉽게 ‘남자’로 대체되고, 그렇다면 ‘여자’로서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고민하다 많은 여자들은 자연스레 ‘남자’에 이입해버리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여풍’이 불어온다 하는 말이 종종 들리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여자도 남자도 남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게 더 익숙한 세상이니까요.
이것은 기행문이 아닌 젊은 감각과, 눈에 비치는 현상과의 맞부딪힘임을 미리 밝혀두고 우리의 감각을 동원하여 얻은 신비를 감히 내놓으려 한다.
녹지 10호, <내가 만난 신비>
모든 감각과 경험을 동원해 대상을 바라보고, 그를 통과해 나온 새로운 감각을 내놓는 일. 그 안에 ‘여성’이라는 나의 정체성을 끼워 넣는 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콘텐츠를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재정의하고 여성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서사를 찾아 알리는 작업을 해보려 합니다. 이 작업은 여성주의적 시각이란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인 동시에 검은 창에 끼워진 필터와 창 너머의 풍경까지도 바꾸게 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만날 새로운 세계의 풍경을 기대해 주세요.
매주 일요일, 녹지가 찾아오겠습니다.
글 서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