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rin Park Mar 20. 2019

영화 "생일"

너희들 모두를 잊지 않을게  

언젠가 모 익명 게시판에 세월호 사고가 나던 날에 대한 기억에 대한 글이 있었다. 모두들 댓글에 자신이 그날 어디에 있었는지 그날 무엇을 했는지 뚜렷하게 기억한다고 구체적인 서술을 한 글을 본 적이 있다.2014년 4월 16일  나의 기억은 지금도 평범하고 다람쥐 쳇바퀴 같던 일상 속에서 동료와 나눴던 대화, 내가 봤던 TV의 장면들이 뇌리에서 정확히 그대로 남아있다.그 후로 5년의 시간이 흘러서 광화문의 흔적들이 옮겨지는 날인 3월 18일 영화 <생일>의 최초 시사회를 다녀왔다.



대현이는 영화 <생일 >을 보러 가는 전날, 나에게 너무 화사한 옷을 입지 말자 했다.주인공은 수호의 생일을 기리는 날일까 고인이니 기일의 의미일까 우린 이야기를 나눴다.세월호 소재를 다룬 이야기라 마음을 무겁게 하고 혼란스럽기도  해서 결국 무채색 옷을 입고 가기로 했다. 영화 개봉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너무 이르지 않나 하는 우려 속에 이종언 감독님과 배우들의 진심이 담긴 제작기를 알게 되었다.감독님께서 세월호 관련된 곳에서 봉사를 하고 유가족에게 동의를 구하고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걸.. 시사회 모집 매체에 어머니들 관련 모임이 눈에 띄었고 나는 표를 받아 들고 상영관 자리에 착석했을 때  주변이 지긋한 나이의 어머니 아버지들로 둘러싸였다.



전도연 , 설경구 배우뿐만 아니라 예솔이로 나온 보민이 (전체관람가란 프로그램에서 보금자리란 단편에 전도연 배우의 딸로 출연해서 임필성 감독이 천재라 칭찬한 아역배우)  모든 배우들의 진심이 그려져 있었다.영화 <생일>은 연기나 미장센, 음악, 연출력을 논할 수 없다. 울지 않을 거야 하며 이를 앙다물고 눈물을 참다 머리가 띵해지기까지 했다. 대성통곡하듯 우는 소리에  부스럭 거리며 휴지를 가방에서 찾아서 결국 눈물을 닦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종영 시 배우 및 감독 무대인사가 있었으나 그 누구도 환호를 하기보다는 차분히 그들의 진심에 박수를 쳐 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예전 인스타에서 2014년 10월 26일 인디스페이스에서의 다이빙 벨 GV에서 뵌  단원고 지성이 부모님 사진을 찾아보았다. 단원고 지성이 어머님의 차갑고 마르고 거칠었던 그 온기 없던 손을 잡아드렸을 때 그 감정이 그대로 꺼내졌다. 2015년 1월 3일엔 해가 바뀌더라도 잊지 말자고 하며  세월호 소재 뮤지컬 하늘아를 보았던 기록도 있다.
기억하자 잊지 말자고 하면서도 슬프고 고통스러움이 담겨 있어서 두려웠기에 변명하게 만든 시간들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라는 용어가 있어요.
치유자 중 최고봉은 자기가 상처를 입어본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자기가 치유받아본 경험을 통해 최고의 치유자가 된다는 거지요.
우리는 4월 16일 이후에 모두 상처 입은 사람이 되었어요.
너무나 갑작스레 부당한 죽음들을 목격했고,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서
옆 사람에게도 가장 좋은 치유자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트라우마의 진짜 치유자는 정신과 의사 가 아니라 ‘이웃’이어야 합니다.
 같이 손잡고, 같이 눈물 흘리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간절히 기도하고, 밥 한 술 함께 먹을 수 있는 것,
이렇게 서로에게 이웃의 역할을 하는 것이 치유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와서 영화에서도 나왔던 치유 공간 “이웃”을 운영하는 정혜신 박사님의 글을 읽었다.

전문은

 http://이웃.kr/Download.aspx?filename=이웃이+묻고+정혜신이+답하다.pdf&filepath=upload/file/

이 글을 읽는 내내 영화의 모든 이야기들, 인간 군상들이 다 담겨 있었고 내가 영화를 보고 한 말들이 있어서 놀라웠다영화를 본 후 이 글을 꼭 읽어 본다면 왜 영화 내내 울었는지 왜 감정적 동조를 하는지 그 답을 찾을 것이다.



 나는 김형경의 <좋은 이별>이란 책의 한 구절을 새기고 산다.

"상실이나 결핍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충분히 슬퍼한 뒤 빠져나오는 애도가  

슬픔을 치유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너무 슬플까 봐 아플까 봐 영화 < 생일>을 겁내지 말라고 이야길 하고 싶다.

우린 모두 상처 입은 치유자이기 때문이다.



너희들 모두  잊지 않을게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다이빙:그녀에 빠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