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rin Park Apr 09. 2019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I have a poem - 브런치 무비 패스

<나의 작은 시인에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나의 작은 시인>은  과연 그녀에게 시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근본적 물음을 갖고 극을 따라가게 한다. 겉으로는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그녀의 삶은 매주 나가는 시 창작 수업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다 큰 자식들과의 거리도 느껴진다. 그러다 엄마의 부재를 죽었다 표현하는 다섯 살 지미가 읊는 시를 들으면서 그녀는 요동친다. 그녀의 직업은 원제( The kindergarten teacher )처럼 선생이다. 교육하다는 의미의 영어인 educate는 라틴어인 educare에서 나왔다. 어원적으로 “밖으로 끌어내다”라는 뜻을 가졌다. 교육한다는 것은 우리 안에 잠재된 소질, 능력, 자질을 밖으로 끌어내 발현하는 것이다. 지미의 시를 자신의 것인 양 발표해서 시 교실에서도 인정받게 되고 지미의 시로 인해서 삶의 생기를 갖게 된다. 교육하는 직업을 십분 발휘하면서 지미의 시를 끌어내려한다.





리사와 지미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지미가 모차르트처럼 천재성을 가졌다고 해서 리사는 살리에리처럼 이인자 증후군을 가진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살리에리는 알려진 것(푸시킨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처럼 모차르트에 대한 열등감도 없었고 싫어하지도 않았다. 후세에 모차르트가 더 인정을 받는 음악가가 되어 있지만 살리에리는 아주 훌륭한 궁정 음악가였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낮잠 시간에 아이를 깨우고 지미를 들어 올려 그녀의 눈높이에서의 세상을 보여주고자 하는 행위를 하거나 아이의 시적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는 보모를 해고하라 하고 그녀의 방식으로 지미의 재능 발휘와 성장을 위해서 집착을 보인다.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보이는데 조력자 증후군을 보이는 약한 사마리아인일 뿐이다.


지미와 리사는 시를 쓰는데 그 동력이 결핍이 아닐까 싶다. 지미는 편부가정이고 아버지는 늘 바쁘다. 시적 상상력은 공감력에서부터 나오는데 그 공감은 여유가 아니라 결핍에서 나온다. 지미의 결핍은 다섯 살의 아이의 놀라운 멋진 시로 승화되지만 리사의 결핍은 한계를 깨닫지 못하고 빈 공간을 채우려는 욕망에 사로잡혀서 집착으로 변하게 된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시인 요하브>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2014년 이스라엘 영화의 리메이크작으로 훌륭한 원작에 영리한 재해석했란 평가를 받는다. 사라 코랑겔로 감독은 리사 역의 매기 질렌 할을 통해서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잘 연출해 냈다. 영화 음악의 쓰임에 있어서 리사가 지미를 데리고 아트 뮤지엄을 둘러볼 때 모차르트의 Piano Sonata No. 14 in C minor가 흐른다. 낮잠 시간, 지미와 함께 있을 때는 생상스의 The Carnival of the Animals No. 13 <The Swan>, The Carnival of the Animals No. 6 <Kangaroos>,  쇼팽의 Nocturne Op. 9, No. 1  잘 알려진 클래식 넘버들을 사용하여 익숙하고 편안함을 준다. 처음 들어본 Ernesto Lecuona 작곡의  Cordoba라는 피아노 곡은 리사의 심경을 대변하듯 했다.


얼마 전 챙겨보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이런 대화가 나온다.

"시가 죽는다 어려워서 안되고, 안 팔려서 안되고, 안 팔릴 것 같으니까 안 되고, 그러다가 시가 죽어. 세상에서 사라져." (출판사 봉지홍 팀장)

"잘 쓰면 뭐하냐. 아무도 안 읽어. 못된 것들이 시집 한 권을 통째로 인터넷에 옮겨놨어. 그거 한 사람당 100 원씩만 받아도 얼마야 “ (최 시인)

결국 이런 말은 한 최 시인은 자살을 하고 봉지홍 팀장은 이런 말은 한다.

"시는 매일 그의 마음을 두드렸고, 그는 그걸 꺼내야만 했다.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웠던 사람 하나를 잃었다 “



왜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이 떠 올랐을까?

설자리를 잃어가는 시의 현실이 리사의 모습으로 투영된다. 창작의 욕망과 소외된 존재의 시를 I have a poem이라 말하는 다섯 살 지미를 통해 심미적인 질문을 던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바이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