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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Apr 16. 2019

영화 "러브리스"

여전히 삶과 공존하는 비참한 모습의 사랑이란 존재 -브런치 무비 패스

Zhenya와 Boris 부부는 더는 서로를 견딜 수 없어 이혼을 준비 중이고 12 세 아들인  Alyosha가 사라진다. 영화의 나머지 부분은 두 사람이 새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동안 없어진 아들의 생존을 찾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 실패함을 보여준다. 연출자인 Andrey Zvyagintsev 감독은 아주 보편적인 비극으로 구성된 러시아의 한 가족 이야기를 개인적인 문제에서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 확장한 시선을 보인다. 특유의 필터를 사용하여 전체적인 색감이 주는 서늘함과 쓸쓸함 이외에도 롱테이크와 움직임 없는 카메라의 응시는 희망도 없이 말도 없이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알려주는 듯하다.


Alyosha란 이름은 Dostoevsky의 1880 년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에 나오는 막내의 이름이다. Dostoevsky는 1875 년에 태어났지만 간질로 1878 년에 사망한 그의 아들의 이름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사용하였다. 예수를 포함하여 그가 추구하고 가장 존경한 자질과 특성을 가진 순수한 이름이다. 아이의 이름으로만 봐도 이 부부에게서 단순히 아이의 사라짐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사랑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부모인 이들은 각자의 새로운 파트너와의 관계와 한 때 자신의 불행에서 탈출하기 위해 선택했던 그들의 결혼 생활의 종지부에 관심이 더 많다. 자녀에 대한 양육과 책임은 없음을 독한 말로 상대에게 한다. Zhenya는 어머니에게서 받은 결핍을 그대로 보인다.







계절적 요인과 함께 상실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라도 하듯  영화의 전체적인 명채도는 아주 낮다. 한 가정의 부모의 이기주의를  컬러를 통해서 파괴적인 효과로 잘 표현했다. 하지만 특정 색의 부각도 눈에 띈다. 러시아의 국기를 상징하는 색인 빨강, 파랑은  이들이 입은 옷 색깔을 통해서 눈에 띄게 부각된다. 특히 Zhenya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착용하는 ‘ Russia’라 써진 트랙 슈트는 러시아 스포츠 브랜드 Bosco에서 제작하여 국기 고유의 색상이 보인다. 아이를 찾아 헤매는 숲에는 녹색이 없다. 즉 생명이 없다.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입은 조끼의 오렌지 컬러는 활력과 긍정적인 용기를 북돋는 색으로 경찰마저 외면한 이 사건에서 이들의 역할에 대한 의미와 러시아가 체제의 혼란 속에서도 긍정적인 시민사회의 발전을 표현한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며 selfie를 찍거나  iPhone에 집착하여 손에서 떼지 못함을 보여준다. Boris의 여자 친구는 Siri에게 자신의 꿈을 해몽하게 한다. 개방적으로 변화된 러시아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자기애이다.  또한 자기애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 즉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해 주기 바라기 때문이다.  Zhenya의 새로운 파트너인 Anton의 방에는 거울이 존재한다.  거울은 자신을 객관화하며 보는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나르시시즘과도 연관되어 있는 메타포로 쓰이기도 한다. 특히 Zhenya를 카메라가 잡을 땐 유리창 밖에서 클로즈 업 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개인적인 문제에서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 확장한 시선은 TV와 라디오에서 러시아의 이야기와 세계정세가  흘러나온다. 마야력에 의한 세계 멸망, 오바마 선거 이야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등을 스치듯이 언급된다.  2012 년부터 2015 년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Boris의 직장에서 보여주는 러시아 종교(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정교회로 추정)의 근본주의는 혼란스러웠던 러시아의 사회를 지탱해주었던 종교의 역할에서 한 개인의 삶을 억압한다. 소비주의 사회로의 변화, 사랑의 본질보다는 공허한 문자와 수식으로 가득한 사랑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아들의 죽음 대신 실종이란 비극적인 불확실성을 택한 그들의 사랑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영원하지 못했다. 새로운 파트너와의 삶을 택한 그들은 대화가 없다. 사랑은 타인의 말을 들어주는 기술이다. 더 이상 그들에겐 사랑이 없다.





2019년 4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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