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rin Park May 23. 2019

영화 "호텔 뭄바이"

2008년 인도 테러의 현장  

2008년 11월 인도의 뭄바이 연쇄 폭탄 테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호텔 뭄바이>는 인도가 주체가 되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 인도는 여전히 종교에 있어서는 활화산 같기 때문이다. 라쉬카르 에 타이바(Lashkar-e-Taiba, LeT)라는 파키스탄 테러조직에서 보낸 것으로 밝혀진 이 소속의 테러리스트들은 전쟁터가 아닌 대도시에서 무자비한 테러를 감행했다. 긴 시간 동안 두 나라의 분쟁은 힌두교도와 무슬림의 갈등으로 표출된다. 뭄바이는 인도의 경제 수도라 하지만 영화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음을 서두에 보여주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테러가 일어나기 쉽다는 걸 각인시킨다.



제작 과정에서 실존 인물들과 사건에 대한 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각본을 씀으로 사실감을 입혔고 주요 인물들은 실제 호텔에 있던 다양한 사람들을 모델로 하고 있다.  테러단이 장악한 호텔에 갇힌 천여 명의 고객과 오백명의 직원들은 3일간의 고립 속에서 다수가 고객들을 먼저 피신시키기 위해 호텔에 끝까지 남아 고객을 지켰다. 영화에서 이런 헌신적인 직원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라이언><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데브 파텔이 열연하는 ‘아르준’이다. ‘아르준’은 몇 명의 실제 인물을 섞어서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다. 그가 무슬림도 힌두교도 아닌 시크교도임이 인상적이다. 명예와 존경의 상징인  “pagri” 라 불리는 터번을 쓴 걸 볼 수 있다.  <스탈린이 죽었다>에서 얼굴을 보았던 제이슨 아이삭스가 분한 '바실리'란  캐릭터도 혼돈의  테러 현장 속에서 다층적인 인물로 보이게끔 실제의 여러 인물을 섞어 만들었다. 반면에 끝까지 리더십을 보이며 아르준의 운명을 바꾼 호텔의 셰프 ‘오베로이’는 실존 인물이다. 호텔 타지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을 중심으로  호텔의 규모와 복잡한 구조를 보여주며 카메라가 따라간다. 무차별 총살로 공포와 불안에 빠지게 하는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준다. 한편 이유 없이 죽어가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죽음을 지켜보는 고통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 오직 전화의 음성으로만 지시를 받고 무차별 테러를 행하는 걸 보면서 종교란 신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편견마저 가지게 할 정도이다. 무능한 정부의 대처와 개인적인 행동이 함께 대피해 있는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방송의 여과 없는 실수가 생존자들을 죽음으로 몰며 극은 절정에 치닫는다. Based on true Events로 시작했고 후반에 Television footage를 교차 편집함으로 실화가 주는 현실감을 최대한 반영했다.





용기, 살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 지키고자 하는 것에 대한 열망, 가족애, 신념 등이 총탄 소리 속에서 그들의 삶을 지켰다. 스스로 지킨 사람도 있지만 고객을 지킨 호텔리어들의 헌신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예상치 않게 맞닿은 테러의 공포와 혼란을 시, 청각적으로 잘 나타낸다. 테러나 혁명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지도 동조도 얻지 못함을 보여주듯 호텔은 시간을 두고 화려하게 복구되었다. 호텔 “타지”는  인도 최고의 갑부조차 백인 전용 호텔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던 데에 분노하며 자신의 돈으로 최고급 호텔을 지어 영국 식민 통치의 분노의 상징이 된 장소이다.  "알라를 위해서"라고 하며 살인을 정당화하려는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테러리스트들의 분노를 돋았다. 그들의 분노의 총구는 결국 자신과 종교가 같은 사람에게도 같은 처지의 사람에게도 향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논-픽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