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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Jun 08. 2019

영화 "하나레이 베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과 영화 그 사이 - 브런치 무비 패스 

하루키의 문학의 특징은 고독, 상실감, 치유 이 단어로 설명된다. 글로벌화된 세계에 사는 현대인들은 국경이나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되려 흩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시대상황적 배경을  잘 이용하여서 그만의 상실의 분위기를 구축했다.


<하나레이 베이>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들을 잃었던 ‘사치’가 슬픔과 위로가 공존하는 하나레이 해변에서 느리지만 차근차근 과거의 이별과 마주해가는 과정을 그린 10년간의 내적 여정이다. 하나레이 베이가 있는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은 수려한 자연과 함께 신성한 전설도 있는 영적인 섬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2005년에 단행본 도쿄 기담집에 2번째의 단편 소설로 담겨 있는 40여 페이지가 영화화되기까지 시간차가 있고 소설과 100% 같을 순 없는 까닭에 영화 창작자의 변주가 보인다. 하루키 문학이 일본어로 쓰인 미국 문학이다란 우스개 소리가 느껴질 만큼 다양한 장치가 있다. 일본인이지만 잠시나마 시카고에서 요리를 공부한 사치의 영어는 원어민과 대화가 가능하다. 원작에선  하루키의 특기인 레드 갈랜드, 빌 에반스, 윈튼 켈리 등 재즈 뮤지션부터 발리 하이, 블루 하와이, 비욘드 더 씨 등의 곡들이 언급된다. 이기 팝의 ‘The Passanger’가 흘러나오고 사랑의 기쁨 (Plaisir d' amour)을 재즈풍으로 클래식하게도 들을 수 있는 것은 영화의 선물이다. 스타벅스, 유나이트 항공, 아메리카 익스프레스 카드 등 미국을 상징하는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경관의 삼촌 이야기에서 44년 독일 나치에 의해서 죽은 삼촌이 영화에선 1952년 한국전에서 전사한 걸로 나온 것이 신기했다. 


하루키의 소설은 주요 사건을 평면적으로 진행시키지 않고 잡다한 일상과 교직 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레이 베이 역시 많지 않은 주변 인물들과의 소소한 사건들이 얽힌다. 사치는 상어에 의해 다리를 잃고 죽은 아들 기일에 즈음하여 10년간 같은 위치의 해변 근처에 의자를 놓고 독서를 하는 행위를 한다. 그녀가 앉아 있는 곳은 바다와의 경계, 아들 타카시와 사치와의 경계선이다. 사치는 그 경계선을 넘고 싶지만 10년 동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죽은 아들 또래의 서퍼인 일본 젊은이들과의 교류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동요와 변화를 가져온다. 외다리의 붉은 서핑보드를 든 일본인 서퍼 이야기에 사치는 그를 찾아 섬을 헤맨다. 10년 동안 사치를 받아주지 않은 섬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섬은 밀어내고 있었다고 그제야 고백을 한다. "이곳은 때론 자연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여기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속성을 알면서도 공존하고 있죠. 부디 아들의 일로 이 섬을 원망하거나 증오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10년 전 경관이 사치에게 했던 말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아들의 죽음을 맞닿을 때도 큰 소리로 울지 못했던 사치였기에 차츰 감정이 폭발하는 부분을 길게 요시다 요의 연기만으로 극을 이끄는 것이 원작에 묘사된 부분과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더하지 않고 뺄 때 나만의 글이 나온다는 하루키 글의 미학과 영화를 연출한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의 개성이 상충하는 지점 같다. 빛나는 하와이의 풍광은 사치의 슬픔과 대비적이다. 사치의 남편은 외도 중 약물로 죽음에 이르렀다. 사치는 아들을 인간으로 호의를 가질 수 없었지만 물론 사랑은 했다 한다. 사치의 진심이기에 인상적이다. 피아노를 치는 사치와 파도를 타는 아들은 재능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치의 과거의 모습과도 투영되고 원망스러운 남편의 모습이기도 때문이다. 과거에 얽매인 사치가 비로소 하나레이 베이와 동화된다. 다시 삶의 희망을 준 것이 죽은 아들과의 화해였다.  



하나레이 베이는 사치의 상실에 대한 가장 촘촘하고 사려 깊은 위로를 그린다. 한 사람의 고통에 마음을 포개려는 섬세한 시선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하루키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이론이나 사실, 주변에 대한 고찰이 아니라 전부 자기 영혼에 대한 고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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