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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Jul 15. 2019

정치 풍자를 더한 로맨스 카펫 라이드 "롱샷"

브런치 무비 패스

제목 롱샷 (Longshot)은 은 '오르지 못할 나무- 가능성이 없는' 혹은 '거의 승산 없는 무모한 일'을 뜻한다. 남자 주인공의 성(姓氏)인 플라스키 (Flarsky)였다 바뀐 듯하다.(구글 검색은 롱샷을 검색하면 플라스키로 된 것이 상단에 뜬다)  전직 기자 출신 백수 프레드 (세스 로건)가  대선 후보로 돌아온 20년 전 첫사랑 베이비시터였던 국무장관 샬롯(샤를리즈 테론)의 캠프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많음에도 무엇보다도 로맨틱 코미디 (rom-com)란 장르에 충실하다. 비현실적이고 1차원적인 캐릭터와 때론 예측 가능한 줄거리로 지루함과 진부함을 선사할 수 있는 틀은 어느 정도 깼다. 제목처럼 '오르지 못할 나무' 혹은 '승산 없는 무모한 일'인 그 둘의 관계는 현실이란 논리를 부수었다. 겉모습, 지위 등 하드웨어만 봐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 둘이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과정을 매력적인 이야기로 가공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화되며 웃게 하는 힘을 가졌다.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지만 편견과 정치적 음해 속에서 여성 대통령이 되기 위한 의지와 소녀들의 꿈을 대변할 유리 천장을 부수는 인물로 여주인공을 그린다. 남자 주인공 프레드는 의롭고 저돌적이고 좌충우돌에  테이퍼드 핏의 바지, 야구모자,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TPO(시간, 장소, 상황)에 신경 쓰지 않는다. 샤넬과 돌체 앤 가바나, 톰포드를 입은 샬롯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샬롯의 위상을 잘 보여주기도 했지만 로맨스를 가장 잘 살리는 복장이기도 했다. 전 세계를 도는 행보와 사건에 이 둘이 사랑하게 된 계기나 속도가 오히려 물음표를 가질 만큼 미세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샬롯의 신념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그동안 걸어왔던 각자의 길을 존중하며 양보하며 배워가는 과정으로 인한 변화가 로맨스를 더 단단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언뜻 보면 비슷한 전형의 다른 영화가 떠오를 수도 있지만 두 주인공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결론적으로 뭔가를 포기하는 이야기로 그리지 않는다.




보이즈 투 맨이 행사장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과 TV 시리즈인 <베벌리힐즈의 아이들>, 영화 <프리티 우먼>의 OST인 It must have been love 등 90년대 문화적 향수는 낭만적 과거로의 추억과 더불어 샬롯의 문화적 삶이 멈춰 있었음을 보여준다. 왕좌의 게임과 마블 영화로의 시간의 변화에 따른 문화적 코드는 그녀가 대중에게 인정받는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영화 롱샷은 미국적 유머와 시대적 정치적 문화적 상식이 있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있다. TV 스타 출신 대통령, 멋진 외모와는 달리 매력은 없는 캐나다 총리, 완벽한 분장으로 못 알아볼 뻔한 앤디 서키스가 분한 미디어 재벌  파커 웸블리 등  인물의 풍자는 극의 재미를 풍부하게 한다. 깜짝 등장하는 90년대 TV 시리즈 <프렌즈>의 배우 리사 쿠드로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아함과 능력의 샬롯이 의외로 망가진 모습을 보이는 순간이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싶다. 세스 로건이라는 배우가 주는 B급 이미지와 그리고  랜스 역의 오시어 잭슨 주니어의 찰진 라임과 의외의 대사마저 맛깔난 웃음으로 작용한다. 극의 분위기를 이끄는 경쾌한 OST, 미국에는 없는 누나라는 표현과 R등급 화장실 유머마저 정서에 맞게 풀어낸 황석희 번역가의 기지가 보인다.


이 영화를 마주하며 진심으로 미소 지을 수 있는 이유는 인물 간의 진정한 유대감이 이끌어낸 해피엔딩이다. 샬롯이 스스로 지킨 자신의 삶의 성공적인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판타지를 충족시킨다.




7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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