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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Jul 17. 2019

실사화 대도전, 그럼에도 "라이온 킹"

IMAX 2D 시사회 관람후기 (7.11)

씨네 21 김혜리 기자는 "디즈니가 기존 장편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리메이크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짐작했다. 첫째, 지명도가 보장하는 흥행 수입, 둘째, CG 기술의 발전, 셋째, 시대에 뒤떨어진 차별적 표현의 업데이트를 꼽았다. “ (네 번째 이유도 길게 서술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에서 영화 <라이온 킹>은 지난 12일 중국 개봉 이후 첫 주말 3일간 5470달러(약 644억 1000만 원)에 달한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다. 100% CG와 시각 특수효과 (VFX)로 만들어졌다. 실사라고도 애니메이션이라고도 말하기 힘든 지점의 작품이다. 디즈니는 <알라딘>의 자스민을 통하여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성별 고정관념이나 인종적 편견을 강화하는 보수적인 세계관을 수정하여서 세상에 내놓았고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라이온 킹>은  서사, 인물 아니 동물, 음악 등 많은 요소를 원작 그대로 이어간다. 눈에 띄는 것은 날라와 심바의 엄마인 사라비로 대표되는 암사자들이다. 애니메이션에서 사냥을 하지 않은 암사자들을 그렸다면 당당하게 스카에게 저항하고 굶주린 사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프라이드 랜드를 떠나는  날라의 서사가 짧게나마 더해졌다. 날라 목소리 역에 비욘세를 캐스팅하여서 프라이드 랜드의 새로운 스토리를 기대한 것은 빗나갔다. 만약 날라 비욘세의  목소리 덕에 힘을 얻은 심바를 그렸다면 디즈니의 업데이트는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너무 강렬하게 느껴진다거나 오리지널의 맥락을 잃는다거나 함으로써 선을 넘지 않으려고 했다"는 감독 존 파브로의 의도는 과연 디즈니의 뉴트로 전략과 적합한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뉴트로(New-tro)는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복고의 레트로(Retro)가 합성된 말로 단순한 복고가 아닌 새로운 외향과 기능을 갖춘 새로운 복고를 의미한다. 극장에서 <라이온 킹>을 본 세대이다. 물론 오래되어서 기억에서 흐릿하고 그 감동마저도 희석된 지 오래이다. 극장에서 라이온 킹을 이미 본 세대라면 <라이온 킹>은 회고 절정(회고 절정이란 한 사람이 자기 생애를 회고했을 때 청소년기를 가장 많이 떠올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걸 트렌드로 연결하면 가장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때를 떠올리며 그때를 상징하는 콘텐츠나 소품을 소비하며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뉴트로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과 설렘이다. 속도를 자랑하는 디지털에 대한 피로도와 싫증으로 표현된 것이 이들에게는 뉴트로이기도 하다. 변한 것 없이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에 기술의 발전이 극대화되어 있는 라이온 킹을 밀레니얼 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한 지점이기도 하다.


운이 좋게도 아이맥스  2D로 소위 명당인 자리에서 시사회로 영화를 보았다. 세계 최고라는 용산 CGV 아이맥스의 화면 사이즈와 사운드에서 내뿜는 기운은 엄청났다. 어린 시절, TV와 그림책에서 보던 동물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실제로 봤을 때 그 크기가 너무 커서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맹수가 아닌 소와 말에서 받은 느낌이었는데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인트로의 긴 속눈썹을 가진 기린도  부드러운 곡선을 자랑하는 동물들의 모습은 아니었다. CG라 하지만 비주얼은 놀랄 정도로 정교하며 유연하게 실제와도 다름없이 구현되었다. 날라의  비욘세와 심바의 도날드 글로버가 부르는 “ can you feel the love night?”은 소울이 넘치는 보컬 위주의 곡으로 재탄생했고 비욘세가 부르는 신곡 spirit 도 있지만 아직 귀에 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티몬과 품바 흥부자 콤비가 부르는 노래는 흥겨움이 덜 느껴졌다. 애니메이션에서 가능했던 비주얼 판타지 구현은 실사화에선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라이온 킹은 인간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극이다. 감정의 이입의 대상은 인간이 아니라  심바가 역경을 헤쳐나가서 이루는 서사이다. 애니메이션처럼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은 동물의 의인화는 이미 장벽이 있다.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며 자연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심바의 성장 서사에 감동받았고 화면을 비추던 동물들이 주는 웃음의 해학과 음악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느껴질 회고 절정의 이질감이다.


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온 킹은 놀라운 영화이다. 변환되는 1.43:1의 화면비율 ( 대략 30 분 정도 ), 한스 짐머의 스코어 , 자연의 웅장함을 극장의 큰 화면으로 감상한다는 것, 좀 더 업그레이드된 유머 , 순환을 표현한 장면, 털 하나하나까지 정교한 표현 기술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어린 심바와 날라의 귀여움이란 보너스까지 익숙한 서사와 추억 속 음악에 실제 모습같이 보이는 기술을 얹은 영화이다. 워낙 잘 알려진 “햄릿”의 서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라이온 킹의 실사화는 디즈니의 영리함과 도전에 대한 또 다른 시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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