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기억
오래전 외갓집 식구들과 목포와 진도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외삼촌의 목포 사는 지인의 가이드로 유달산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초입에서 달큰한 향내가 코를 자극했다.
그 후에 사촌 동생과 함께 간 진도 여행에서 아침 산책 때 대문도 없는 온 동네 집집마다 단내를 풍기는 그 과일을 만났을 때의 기억이 오래 각인되어 있다.
서울에선 이 자극적 향을 가진 이 과일인 무화과를 먹으려면 그 당시 한살림에 가입되어 있으면 물건이 들어왔다 문자가 왔었고 아주 짧은 시간 판매가 되고 순식간에 다 팔리는 곤 했다. 서울까지 올라오면서 물러져서 판매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곤 했다.
그래서 이 과일은 서울에선 생과일보단 쨈이나 즙의 상태로 맛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난 한동안 커피하우스 프릳츠에서 파는 무화과 깜빠뉴를 먹기 위해 들락날락 했고 이것도 부족해서 수입산 건무화과 (주로 안주용이나 간식용)으로 사 먹곤 했다
‘성경, 꾸란, 불경에 나오는 천상의 과일,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던 과일, 로마 검투사(글래디에이터)의 스태미나 식품.’
바로 ‘무화과’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상류층들은 식사를 끝내고 후식으로 반드시 먹었다는 과일이다. 당도가 높아 식사 후에 소화를 도와주고 강장 효과 또한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자연사를 쓴 로마의 플리니우스, 정치가이자 학자인 카토가 무화과 재배법에 대한 글을 남길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 과일이었다. 한번 베어 물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입안 가득히 퍼지는 아열대 과일인 무화과는 8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생산되는데 9월 중순이 지나면 때깔이 고와지고 당도도 높아진다.
무화과(無花果)는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꽃이 없는 열매’라는 뜻이다. 하지만 무화과는 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열매 속에 있다. 그래서 무화과는 ‘꽃을 품은 과일’이라고도 불린다. 무화과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과육이 부드럽고 달콤할 뿐 아니라 향이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이섬유, 칼슘, 비타민,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를 고루 함유하고 껍질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있어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작용까지 한다.
영어 표현에 이런 것이 있다.
<Not give a fig for> 무화과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왜 다른 것도 아니고 "FIG"이라는 무화과를 가리키는 표현이 사용된 것일까?
여기에는 바로 다소 성적인 제스처 "FIG SIGN"과 관련이 있다. 이 FIG은 스페인어 "FICO"에서 왔다고 한다. 아마도 그 생김새 때문인지, 여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욕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제스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탈리아에서는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은어로 "무화과"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는 내용이 있기도 한다. 이 FIG SIGN은 욕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러한 제스처 조차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욕을 할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이렇게, "NOT GIVE A FIG"이라고 하면, "욕할 가치도 없는 것." 그래서, "신경 쓰지도 않는 것."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화과가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말해준 친구를 위해 찾아본 표현이다.
단지 어릴 때 불렀던 “몰래한 사랑”이란 트로트의 노래의 가사처럼 무화과는
“그대여 이렇게 무화과는 익어가는 날에도
너랑 나랑 둘이서 무화과 그늘에 숨어 앉아”
굉장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며칠 전 대형마트에 가니 무화과가 보인다.
작년인가 무화과를 보고 너무 반가워 한상자를 사들고 집에 왔는데 너무 밍밍하여 무향 무맛 같았다.
단톡 방에서 이야기하니 그 고장 출신 친구가 마트용은 개량종이라고 덜 무르게 만든 것이라 한다.
SNS엔 무화과가 맛있다고 사진이 올라온다.
하지만 남도의 무화과 맛을 본 내겐 사진에선 향과 맛이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