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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Jul 30. 2019

오늘은 죽기 싫은 죽은 자들  "데드 돈 다이"

단편과 장편, 흑백과 컬러, 유럽 예술영화와 미국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세련된 영상미, 고전에 대한 오마주, 독창적인 스토리,  미장센화 된 음악으로 사랑받는  짐 자무쉬 감독이   <Dead don't die>로 돌아왔다.




 스포일러 주의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출연진들은 대표작 <천국보다 낯선 ( 1984) > 이후 13번째 장편작 <패터슨 (2016)>까지 그와 함께 했던 배우들 뮤지션들이다. < 천국보다 낯선>에 출연했던 에바 역의 에시트 벌린트가 출연하며 짐 자무쉬와 영혼의 파트너라는 톰 웨이츠,  그리고 이기 팝, 스티브 부세미, 사라 드라이버, 대니 글로버, 셀레나 고메즈 등 다양한 조연진 및 빌 머레이, 아담 드라이버, 클로에 세비니, 틸다 스윈튼이 주연진으로 출연한다.


좀비는 아이티의 “부두교”에서 주술사가 영혼을 빼낸 육체로 농민을 부려먹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로 구체적으로 영화화되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밀려난 육체가 다시 인간을 공격하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데드 돈 다이>에 나오는 좀비는 느리고 생전에 집착했던 것을 반복적으로 말하고 다니는 점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와이파이, 커피, 장난감, 샤도네이 등 ‘  도심에서 스마트 폰만 쳐다보는 현대인들을 보고 구상한 이 영화는 좀비를 통해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았다.  짐 자무쉬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2013)>에선 아담(톰 히들스턴) 이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인간을 좀비라 한다. 오염된 피가 가득한 세계의 좀비와 인간을 동일시한다.

 

전작 <패터슨>과  호화 캐스팅, 좀비 영화란 장르만 알고 본다면 많이 당황스러울 영화이다. 혼란스럽고 소비주의적인 태도에 대한 경멸과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  이 영화는 좀비 코미디라 하기엔 뭔가 기괴한 면이 있다. <패터슨>이 희망적이라면  파괴된 환경 속에선 가능성이 없다는 걸 비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데드 돈 다이>는 강한 자의식과 아웃사이더라 칭하는 본인 스타일이 녹여있다. 사건에 대해 수동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상적인 센터빌의 풍경에 낯선 좀비들의 출현에 너무나 무표정인 로니 (아담 드라이버)는 “분명 끝이  안 좋을 거예요”라는 말을 한다. 심지어 후반부에 제4의 벽을 세워 버리며 노골적인 내레이션은 뜬금없기도 하다. 장의사 젤다 (틸다 스윈튼)는 자조적이고 살아남기 위한 솔루션인양 허망하게 사라진다. 곳곳에서 발휘하는 위트는 아이러니하다. 젤다 (틸다 스윈튼)에게 차키를 건네는데 로니 (아담 드라이버)의 키링이 스타워즈이다.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하는 짐 자무쉬 스타일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센터빌의 주민 하나하나 캐릭터를 완벽하게 부여하여 구체화시켰다. 그러나 옥에 티도 있다. 민디(클로에 세비니)가 경찰차 뒷자리 안에서 문을 스스로 열고 좀비의 제물이 된다. 감독판은 모르겠지만 한국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도 설경구가 경찰차 뒷자리에서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과 똑같은 오류였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 모두 경찰차 뒷좌석은 안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다.


극우 인종 차별주의자로 그려진 프랭크(스티브 부세미)의  "Keep America White Again”가 쓰여있는 모자는 빨간색 바탕에 흰 글씨로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슬로건인 '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가 떠오른다. 수압 파쇄법 ( 물, 화학제품, 모래등을 혼합하여 물질을 지층에 고압으로 분사하는 방법)이 지구 자전축을 변하게 해 좀비가 깨어났다고 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 들어서 파리 기후 조약의 탈퇴와 수압 파쇄법은 완화되었다.



좀비들의 모습은 센터빌에 살던 그 도시의 소시민이며 이웃이었다. 좀비가 날뛰어 조용하던 마을이 초토화되어도 중앙 정부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좀비의 머리를 잘라야 하며 살아남는 이들은 너무 평온하고 담담하게 표현된 것이 공포스럽기도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밥(톰 웨이츠)이 살고 있는 숲, 고요한 마을 센터빌, 소비와 최첨단 신제품과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도시 (힙스터들이 온 클리브랜드)를 대조해 가능성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소비와 소유욕으로 가득 찬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였지만 “ 어둡지만 희망적으로 웃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짐 자무쉬 감독의  꺼지지 않은 희망이다.




CGV CAV 기획전으로 관람. 2019.07.31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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