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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Aug 07. 2019

평온을 비는 기도  "돈 워리"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영화 <돈 워리>의 원제는 <Don't Worry, He Won't Get Far on Foot>이다. 주인공인 만화가 존 캘러핸은 이 영화의 감독 구스 반산트와 동년배에 같은 포틀랜드 출신으로 동시대에 커리어를 펼친 인물이다.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출발은 영화 <굿 윌 헌팅>을 함께 한 로빈 윌리엄스의 힘이 컸다. 로빈 윌리엄스의 스케줄과 죽음으로 인해서 지연되었던 영화의 제작은 주인공이 호아킨 피닉스로 바뀌면서 좀 더 젊은 시기를 그렸다. 호아킨 피닉스는 구스 반산트 영화 < 아이다호>의 주연이었던  고 리버 피닉스의 동생이다. 영화마다 매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호아킨 피닉스와 세 번째 동반 출연인 연인 루니 마라, 잭 블랙, 조나 힐 등이 출연한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대중적인 영화 <굿 윌 헌팅>과 작가주의적 영화인 <엘리펀트>나 <파라노이드 파크>, 이 두 스타일의 영화 사이에 있는 듯한 성격을 띤 필모그래피 영화가 <돈 워리>이다.


만화가 존 캘러핸의 자전적인 영화임에도 시간순이라는 전개 방식을 따르지 않은 비선형적 (non-linerar ) 내러티브 형태로 영화는 전개된다. 전체의 시간대를 뒤섞고 화면 분할을 가로 세로 영리하게 사용한다. 크게 세 가지 축의 이야기가 흐른다. 전동 휠체어에 앉아서 청중 앞에서 이야기하는 존, 도니와 알코올 중독자 치유모임 멤버들과의 존, 그리고 존의 삶을 재현하는 부분이다. 시간의 순서를 흩뜨려서 심리에 기반을 두고 인물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드러낸다. 존(호아킨 피닉스)은 청중 앞에서도 도니 (조나 힐)의 모임에서도 동일한 이야기를 한다. 특히 그를 버렸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을 하고 있지만 변화됨을 알 수 있다. 전동 휠체어를 질주하다 넘어지는 부분도 반복된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인데 앞부분의 씬과 뒷부분의 씬은 존의 감정선이 다르게 느껴진다. 파괴적으로 컨트롤하지 못한 분노에 찬 존의 질주 모습 같은 앞쪽 씬과 달리 도니 죽음 이후 자기의 삶의 한가운데 서 있는 용기 있는 존의 모습이다.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 것이 전신마비보다는 알코올 중독 때문이란 것을 인정하며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 활짝 웃는다.


입양아이며 알코올 중독자였던 존은 덱스터(잭 블랙)가 음주운전을 하는 차에 동승했다 사지마비가 된다. 실제로 2005년 호아킨 피닉스는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은 적 있다. 비록 걸을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중독, 회복, 용서의 과정을 통해 비극의 중심에서 벗어났다. 그 과정에서 동정과 연민을 구하지 않는다. 고통받는 주체였던 존과 심정적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장치는 초인처럼 불편과 불행에서 벌떡 일어서지 않았음이다. 우리 모두 쉽게 일어서는 존재가 아니기에 친밀함을 느낀다. 만화가로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없는 현실도 보여준다. 그를 호감으로 대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이지 않았음을 인정함으로 그의 작품들은 해학과 자조, 유머, 냉소를 담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존은 만화를 통해서 세상과 어울리며 다가서게 된다. 존에게 원활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도움은 주지만 그의 알코올 의존 성향에 대해 서슴없이 비판하고 딱 필요한 자리까지만 도움을 준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와 맺을 때 진정한 빛을 낼 수 있다는 연대의 의미에 대해 좀 더 깊게 지켜볼 수 있는 방식이 보인다. 존을 12 steps of Alcoholics Anonymous로 이끌며 조력하는 도니(조나 힐)는 시대의 모습처럼 그려졌다. 베트남전과 에이즈 그리고 히피와 보헤미안의 자유로움을 표현하지만 한편으로는 공포가 존재했던 혼란했던 그 시대 자체이다. 대니 앨프먼의 스코어와 삽입곡으로 70년대와 80년대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존(호아킨 피닉스)이 덱스터(잭 블랙)와의 찾아가 용서를 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다. 누구도 크게 울지 않았기에 더 찡했지만 이 부분은 가짜 서사 즉 픽션이다. 실제로 덱스터는 보험 회사 뒤에 숨어 존은 덱스터를 평생 만날 수 없었다 한다. 영화 촬영을 다 끝낸 후 각본에 없었던 것을 호아킨 피닉스의 요청에 의해서 추가 촬영하였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재회와 용서는 영화를 통해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서 영화의 순기능으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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