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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Oct 21. 2019

책임감과 분리할 수 없는 꿈, 영화 "와일드 로즈"

사운드 씨어터 한남동 오르페오 관람



한순간의 실수로 전과도 있고 아직은 보호가 필요한 10대 때 낳은 두 아이가 있는 로즈 (제시 버클리)는 타고난 가창력으로 14세부터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바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출소 후 그녀의 현실은 녹녹지 않다. 로즈의 1 호팬을 자처한 고용주 수잔나(소피 오코네도)의 지지와 도움으로 꿈을 향해 다가간다. 하지만 그동안 함께하지 못한 아이들과 숨긴 과거로 인해서 상처 받고 주저앉게 된다.


 


로즈가 살고 있는 곳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이며 가고자 하는 곳은 미국의 내슈빌(Nashville)이다. 이  두 도시 간의 거리는 6326Km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와일드 로즈>의 배경이 된 두 도시는 겉모습은 물론 도시의 공기와 분위기가 아주 닮았다 한다. 글래스고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악의 도시, 내슈빌은 컨트리 음악의 성지로 카메라 앵글에 잡힌 어디에서나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이다. 미국 백인 민요라 하는 컨트리 음악 장르를 이야기한다. 18세기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그리고 영국 등지에서 이주해온 가난한 백인들이 애팔래치아 산맥 주변에 모여 살면서 그들의 삶과 애환을 노래하기 시작하면서 컨트리 음악이 시작됐다. 초기엔 전형적인 민요 상태로 불리던 이 음악에 대해 20세기 들어 컨트리라는 용어가 정작 되었다. 컨트리 앤 웨스턴은 '컨트리한’, ‘촌스런 서부’ 음악으로, 요즘은  음악적으로 문화적으로 주도권을 장악한 세대들에게 밀려난 주변부 음악으로 인식된다. 로즈가 컨트리 앤 웨스턴 싱어로 표현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이유는 정통성을 유지하고 싶은 그녀의 고집이 보인다. 또한  주변부 음악인으로 취급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기도 하다.



수잔나의 캐릭터를 전형적인 인물로 그리지 않아 로즈(제시 버클리), 로즈의 엄마 마리온(줄리 월터스) , 고용주 수잔나 (소피 오코네도) 세 여자 간의 케미스트리가 이루어졌다. 수잔나와 로즈의 엄마인 마리온은 극 중 직접 대면한 적이 없다. 수잔나는 로즈  재능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다리를 놓아주며 경제적으로도 지원을 하려 한다. 반면에 엄마인 마리온은 로즈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 복역 당시 로즈의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고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서 로즈가 온전하길 충고한다. 자신의 꿈 앞에서 이해타산적인 면을 보인 로즈에게 희망과 꿈은 책임감과 분리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로즈는 아이에 대한 책임감도 꿈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무법자로 살아왔던 자신의 삶도 재정비해야 했다. 귀에서 헤드폰을 떼지 못하고 카우보이 부츠를 시그니처로 신고 다니는 삶도 포기해야 했다. “책임을 가지란 거였지, 희망을 뺏으려는 건 아니었다” 며  마리온이 내민 돈 봉투는 로즈의 삶에 새로운 의지를 가져다준다. 엄마인 마리온은 딸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는 바랬다. 다시 한번 꿈을 찾아 그리던 내슈빌로 떠난 로즈는 꿈의 모양새와 삶의 깊이는 더 단단해졌음을 볼 수 있다. 글래스고와 내슈빌까지 거리는 어머니 마리온과 딸 로즈 사이의 간격이자 로즈가 자신을 찾는 여정의 거리였다. 로즈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인식함으로 엄마의 책임도 자신의 꿈의 의미도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사진 판씨네마 제공


친숙하고 예측 가능한 소재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뚜렷하게 직진한다. 보는 이에 따라서 때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갈 수도 있다. 로즈가 팔에 문신한 세 개의 화음 그리고 진실( three chords and the truth)은 " Glasgow (no place like home)"를 부르는 동안 더 다가온다. 기타를 치며 그녀가 만든 곡, 즉 그녀의 삶을 진정으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일간 동굴 속에서 마늘과 쑥만 먹으며 인간이 된 단군신화나 그리스 로마 신화나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고통의 과정 없이 변신 또는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교훈이 있다. 고통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교훈의 진부함에도 이것만큼 배우기 어려운 교훈은 없는 듯하다.


HBO < 체르노빌>을 통해서 국내에서 얼굴을 알린 로즈 역의 제시 버클리의 노래 실력도 출중하고 아이 때문에 흔들리는 심적 변화의 연기도 세심하게 잘 표현했다. 로즈 엄마 마리온 역의 줄리 월터스 역과 수잔나 역의 소피 오코네도의 연기는 안정감을 준다. 너무나 현실적인 관계나 상황을 그리기도 했지만 로즈가 청소하며 노래를 부르는 순간은  환상적인 시퀀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내슈빌의 라이먼 강당 신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를 감상하기에 컨트리 음악의 팬이 아니어도 된다. 음악적 은유로 된 서정적인 노래들은 이 계절과도 잘 어울린다. 음악영화를 표방하지만 인생이란 강을 건너기 위한 과정을 그린다.







영화 <와일즈 로즈>는 배급사 판시네마의 초대로 사운드 씨어터 라운지 <오르페오>에서 관람했다. 한남동 오르페오는 30석 규모로 Steinway Lyngdorf (스타인웨이 링돌프) 사운드 시스템으로 프런트, 탑, 서라운드에 오디오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Dolby Atmos를 적용하고 있는데 음악 영화라 할 수 있는 <와일드 로즈>의 경우 소리의 출력보다는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생활 소음이 대사 중에 배경음으로 잘 들리고 특히 음악 씬에서는 악기마다 주로 내는 음역대에서  분리되어  들리는 소리들이 제시 버클리의 노래를 더 잘 표현해주었다. 멤버십 가입을 통해서만 이용 가능한 상영관이다. 프런트의 전문적이며 고급스러운 응대를 받을 수 있고 또한 좌석을 알려주는 나무마저 개성적이고 클래식하다. 상영관 의자도  편안했다.마스킹은 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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