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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Nov 06. 2019

서로를 껴안는 가족이란 관계, 영화 "니나 내나"




명필름 랩 1 기 출신 이동은 감독의 작품은 규모가 있는 상업 영화도 아니고 작가주의적인 아트 영화도 아니다. 가족이란 주제로 세편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냈다. 영화 <환절기>가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였다면 <당신의 부탁>은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영화 <니나 내나>는 17년 전 가족을 떠났던 엄마의 엽서가 도착하면서 세 남매가 엄마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이다.



영화 <기생충>의 충숙으로 얼굴을 알린 장혜진, 도시적인 이미지 역할을 주로 한 태인호, <도어락>의 이가섭이 함께 한다. 전작 두 편의 영화 캐스팅만 봐도 브라운관이나 영화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우들이 이동은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다. <니나 내나>에선 지역 사투리를 써야 하는 캐스팅은 적절했고 이상희 배우의 특별출연이나 조연들도 낯익은 얼굴이다. 노골적이고 생생한 감정 기복을 보이거나 그 흔한 악다구니를 놀리는 인물도 나오지 않는다. 큰 반전이나 소동이나 사건도 없어 심심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들이 맞닿은 상황은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데도 유별나지 않다. 당연한 것으로 만연되어 있는 가족 관념, 가족 가치는 미정(장혜진)의 남매들에게는 유효하지 않다. 자기 헌신과 사랑으로 자식을 돌보는 그런 전형적인 엄마가 아니었다. 4남매를 두고 집을 나갔고 막내 동생 수완의 장례식에 나타나 보상금을 갖고 사라져 버린다. 그런 엄마로부터 17년 만에 보고 싶다가 쓰인 한 장의 엽서가 왔고 주소에 쓰인 파주로 향한다. 한 어미 자식도 아롱이다롱이다. 가족이지만 성향이 다른 세 남매와 미정의 딸 규림의 여정은 어색한 기류만 흐른다. 미정, 경환, 재윤, 수완 그 흔한 돌림자도 안 쓴 남매들의 각자 다른 삶은 비밀도 있고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랑과 정이 넘치고 가족의 의무라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강요하는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동생들의 안위 때문에 신내림을 받고자 하는 미정을 보면서 전작 <당신의 부탁>에서 무속인이 되어 있던 연화(김선영) 모습이 스쳐간다. SF 작가 재윤의 모습은 <환절기>의 수현(지윤호)이 떠오른다. 성인이 된 남매는 여전히 두려움과 외로움이 있다. 엄마의 부재와 막내 동생 수완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삶은 내색하지 못하고 곪아서 피고름이 되어 있다. 진주에서 파주까지 가는 길은 각자의 삶 속에서 너도 나만큼 아프다는 걸 알게 되는 시간이 된다. 미색, 채도가 조금 낮은 색감의 톤으로 인물의 정서를 담았다. 진주에서 파주로 향하는 로드무비 형식을 띄고 있지만 풍경, 장소보다는 인물에 집중하고 있다. 과정과 여정을 중시하고 심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 사회의 특성도 자연스럽게 화면에 담았다. 고령화 사회에서 문제 되는 치매, 이혼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 세월호를 기리는 노란 리본이 등장한다. 실향민의 아픔이 담겨있는 임진각을 지나간다. 잃어버렸던 중요한 물건을 찾는 금강 휴게소의 ‘순직자 위령탑’은 영화를 보고 나서 알게 되었는데 휴게소 건설 당시 순직한 77명의 넋을 기리고 있는 장소이다. 영화는 곳곳에 기억해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상기시킨다. 엄마 역시 막내 수완을 기억하고 잊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미정 (장혜진 )이 상실과 결핍의 내면의 감정들을 쏟아내며 충분히 슬퍼하다 그 슬픔에서 벗어나 엄마와 화해하는 모습은 꿈이지만 보는 사람에게 위로를 준다. 위로를 건네는 영화는 굳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규정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함께 모여 환희 웃으며 찍는 사진이 모든 것을 다 대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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