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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Jan 07. 2020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사랑을 발견하고 그리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1770년을 배경으로 결혼을 하기 위해 귀족인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초상화를 의뢰받아 바닷가 브리타니에 도착한 마리안느(노에미 멜랑)의 회고의 이야기다. 초상화를 위해 포즈 취하는 것을 거부하는 엘로이즈를 속이고 그녀를 탐구하며 기억에 의존하여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지만 결국 그 그림은 버린다. 엘로이즈의 엄마가 밀라노로 떠난 시간 그 둘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초상화를 완성하게 된다.



영화는 렘브란트의 그림같다. 어두움은 더욱 깊게 빛을 밝게 표현함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렘브란트의 자유로운 붓터치처럼 색다른 여성 서사와 대조를 이룬 두 여 주인공의 머리 색과 의상의 색은 더욱 회화적이다. 내면에 집중하면서 더욱 가치를 더한 렘브란트의 초상화처럼 그 둘은 사랑을 통해 초상화를 완성한다. 렘브란트는 첫 부인과 사별 후 둘째 부인인 헨드리케와 정식 결혼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녀를 뮤즈로 예술적 영감을 더 키웠다.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에게 엘로이즈 아델 에넬)은 고통스럽기도 매우 이기적이기도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한 예술적 동지가 된다.





죽은 언니에 대한 슬픔으로 마음을 닫은 엘로이즈는 산책의 파트너로 알고 있는 마리안느와의 해안 산책에서 리버스 숏을 통해 서로를 보고 있음을   있다. 엘로이즈를 은밀하게 그리기 위해 면밀히 관찰해야 해야 하는 마리안느와 달리 엘로이즈도 마리안느를 관찰하고 있다. 점점 마음을 열고 진실이 말하려 하며 엘로이즈의 드레스에 붙은 불처럼 감정은 타오른다. 영화 음악의 절제는 자연의 소리와 생활 소음의 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하여 긴장과 몰입을 준다. 마리안느가 하프시코드로 들려주었던 비발디의 음악은 의미를 확장한다. 가슴이 파이고 허리를 졸라매고 엉덩이 부분을 확대한 18세기 복장의 특징을  반영한  안에 코르셋을 입고 있다. 코르셋은 귀족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다가 시간이 흘러서 평민 계층까지 전파된 문물이기도 하다. 허리를 강조하여서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함으로 X 라인을  몸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이다. 코르셋은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규범, 강요, 압박, 구속과 동의어로서 현대에서는 통용되고 있다. 코르셋을 벗고 뜨겁게 욕망을 따르며 억압으로부터 해방감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지만 엘로이즈 엄마가 돌아오자 이별이 다가온다.


하녀 소피(루아나 바야미)의 이야기는 서브플롯으로 사랑의 기억은 둘만의 기억이 아닌 주변인들과의 공유와 연대임을 알려준다. 사랑의 의미를 확대하며 평등과 동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영화를 반짝이게 하는 요소이다. 엘로이즈가 읽어주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에서 세 여성의 진지한 신화의 해석을 볼 수 있다. 뒤돌아보지 말라는 격언으로 이야기되는 이 신화의 의견에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중세와 근대 유럽은 오르페우스가 아내 에우리디케를 두 번 잃은 후 그의 방탕함을 벌하려 죽임을 당한 것에 대해 동성애자에게 떨어진 천벌의 예라 한다. 오르페우스 죽음까지 영화에선 이야기되진 않았지만 간절하고 애틋한 사랑이야기로의 예로 얄궂기까지 하다. 캔버스의 그림이 진척될수록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엘로이즈의 환영을 보게 되는 마리안느는 결국 기억을 선택하고 돌이킬 수 없는 현재를 희생한다. 엘로이즈와 결혼하고자 하는 남자도 하녀 소피를 임신하게 한 남자도 궁금하게 하지도 실체를 알게 하지도 않는다. 두 여성을 한 프레임에 대칭적으로 잡은 것이며 엘로이즈 몸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거울을 통해서 비친 마리안느의 모습의 디테일적 표현은 시각적인 예술성과 함께 그녀들의 사랑의 모습을 표현한다.



결혼의 자유도 없고 능력을 인정받기에 제한된 기회만이 존재하는 18세기 봉건주의 삶에서 정체성과 열망, 성에 대한 욕망, 사랑과 성장, 평등을 통한 연대의 가능성과 공생, 예술 등 다양한 이야기로 여성을 이야기한다. 또한 셀린 시아마 감독은 그 당시 잊힌 여성 예술가의 삶을 초상화란 매개체로 꺼냈고 예술가와 뮤즈의 관계에 있어서 동반자로의 역할을 한 뮤즈의 축소된 역사를 꺼내고 싶었다 한다. 프랑스 ‘50/50 무브먼트’(2020년까지 프랑스 영화·TV업계 종사자의 남녀 성비를 50 대 50으로 맞추자는 운동) 창립자 중 한 명인 셀린 시아마 감독은 페미니즘 서사를 시대극으로 표현하여 여성 퀴어 영화의 한 역사를 썼다.


 


1월 16일 개봉 예정 / 프리미어 상영으로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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