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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Feb 21. 2020

감독 자신을 반영한 영화 <페인 앤 글로리 >

영화 <페인 앤 글로리>는 주인공의 헤어 스타일, 수염, 집 등 많은 것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자신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로 삼았다. 자신의 전작을 오마주 하거나 내용을 부분적,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극 중 등장하는 영화 <맛>은  <욕망의 법칙>의 오마주이다. <욕망의 법칙>의 주인공도 안토니오 반데라스란 점이 재밌다. 무엇보다도 이전 작품이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에너지와 생명력을 이야기하였던 것과는 달리 남성 감독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영화 인생에 또 다른 변화를 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 속의 영화로 겹겹이 프레임으로 구성한다. 주인공 살바도르(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연관된 인물은 모두 예술이란 매개로 그에게 삶의 의미를 복기한다. 성 정체성, 로맨스, 그의 어머니, 신학교, 가난했던 유년 시절 등을 떠올림으로 현재의 육체적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  


스페인은 역사상 이슬람 지배와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으로 다채로운 문화를 꽃피웠다. 붉은색으로 대표될 만큼 정열적이고 컬러풀한 국가적 특징을 갖고 있고 색채의 나라라 할 만큼 격정적인 색채가 보인다. 스페인어는 중국어 다음으로 언어 인구가 많다. 제국주의로 많은 식민지를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미의 경우 브라질이 포르투갈어를 쓰는 것 제외하고는 대부분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극 중 살바도르의 집 도우미를 다시 한번 쳐다보게 한다. 스페인어가 주는 속도감과 억양은 역시 이 영화에서도 유효하다. 특히 흥분할 때 더 감정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언어의 맛이 있다.



붉은색이 주를 이루는 강렬함에서 생의 열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스페인 국기 색 같다는 게 일차원적으로 든 생각이다. 알모바도르 감독은 현대 미술에 대해서 조예가 깊고 전작에서도 곳곳에 미술작품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이름은 살바도르 말로이다. 우연처럼 스페인 대표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와 그림을 갖고 싶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적도 있는 마루자 말로 (Maruja Mallo)가 합쳐진 이름이다. 미술관 요청을 거절하는 장면에서 한 명의 화가의 이름이 등장한다. 기예르모 페르자 빌라타 (Guillermo  Pérez Villalta)이다. 살바도르의 옛 연인인 페데리코와의 만남의 배경에 등장하는 그림을 그린 화가이다. 성소수자이기도 한 화가이기에 알모도바르 감독의 정체성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며 예술적 교류를 하고 있다 한다.




주인공인 살라도르 뒤에  보이는 그림이 <LAS COSTURERAS. LOS AUTÓMATAS- Sigfrido Martín Begué (1996)> 이다.


살바도르와  옛 연인 페데리코의 만남에서 보이는  그림은 <Artista viendo un libro de arte - Guillermo Pérez Villalta (2008)>이다.

네덜란드 가구 디자이너인 헤리트 리트펠트 (Gerrit Rietveld) 소파가 거실을 장식한다.


                                         

오른쪽 벽에는 <El Racimo de Uvas- Maruja Mallo ( 1944)>의 그림이 있다.

Piet Hein Eek의 디자인의 의자와  SMEG의 Dolce & Gabbana의 컬렉션이 보인다.




좌측 벽에 걸려있는 것은 <Maruja Mallo의 초현실주의 적 그림 Máscaras Diagonal (1951)>이다.

콜라보된 Brick Bear도 볼 수 있다.



<페인 앤 글로리> 에는 그림뿐만 아니라 가구, 조각, 소품 등 다양한 미술이 미장센을 이룬다.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이야기에 따라 배치하여 캐릭터의 경험, 감정, 심리적 상태에 숨을 불어넣었다. 알모도바로의 시각 언어는 색채가 아니라 신중하게 선별된 예술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사레들려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것 외에 끈이 없는 신발을 신고 무언가를 찾을 때 허리를 굽히지 못하고 바닥에 쿠션을 깔고 무릎을 받치는 것으로 그의 육체적 고통은 표현되어 있다.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무기력한 그의 모습과 표정이 고통의 무게를 보여준다. 살바도르와 알베르토, 페데리코 그들 셋을 관통하는 매개는 헤로인이다. 헤로인은 영화 <맛>에서 알베르토의 연기를 싫어하게 하였고 페데리코를 잃게 하였다. 페데리코를 잃은 살바도르는 평생 자책감에 시달린다. 그토록 정신적으로 괴롭힌 헤로인은 현재 살바도르의 육체적 고통을 잃게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살바도르는 어린 시절의 동굴에서 벽돌공 에두아르도가 그린 그림을 손에 넣는다. “그림은 도착할 곳에 도착했다”하며 따뜻한 회포를 이루며  열정적인 살바도르의 모습으로 영화의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살바도르 얼굴에 오버랩되는 알모도바르 감독이 능청스럽고 환하게 어디선가 웃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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