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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Oct 15. 2020

그리움을 담은 영화 <밥정>

소설 <GV 빌런 고태경>에는 고태경이란 인물로 다큐를 만들려는 감독 조혜나에게 승호는 인물 다큐는 관계 맺기라는 조언을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밥정>은 방랑식객 임지호의 인물 다큐이다. 연출을 한 박혜령 감독은 KBS <인간극장>  SBS 스페셜 <방랑식객>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 등 임지호 요리사를 주인공으로 다수의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오랜 시간 두 사람 간의 관계 맺기가 이루어 낸 작품이다. 요리사인 그의 여정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음식을 통한 관계 맺기를 그리고 있다. 두 가지의 관계 맺기는 씨줄과 날줄이 되어 밥정이란 작품을 만들어 냈다, 


오늘날 음식은 그저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사람이 먹는 것이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밥이 하늘입니다. /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 밥은 서로 나눠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 밥은 여럿이 갈라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먹는 것  



밥은 때론 시인(김지하)의 시에서 하늘이 되고 방랑 식객에겐 전하지 못한 사모곡이 되어 그리움이 된다. 그가 이룬 요리사란 직업의 업적도 위대 했지만 발걸음 닫는 곳에서 누군가를 위해 밥상을 차리고 숟가락 하나 더 놓아서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는 모습을 보며 가슴에 정을 새기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다가온다. 그는 식재료를 직접 구하고 씻고 다듬으면서 교감하고,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도 또 교감한다. 길에 핀 들풀, 들꽃, 떨어진 열매마저도 소중해진다. 세 번째 어머니 김순규 할머니를 위한 108가지 밥상은 식재료에 대한 감탄을 갖게 하지만 그 사연과 정성에 눈물을 안 흘릴 수 없다. 툇마루 위에 푸짐한 음식 상에 안타까운 임지호 요리사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얼굴조차 모르는 생모와 임종을 못 지킨 양어머니에 대한 마음과 김순규 할머니와의 인연을 더해서 인간 임지호의 방랑과 삶에 대해 따뜻한 시각으로 그렸다. 요즘 이날치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영화 음악가 장영규가 음악을 맡았다. 오랜 시간 그가 걸어온 소복소복 쌓인 사연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더 이상은 아픔이 아니길 빌어본다. 그의 발걸음은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간순간 무엇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여정이었으리라 …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 숟갈 가득 떠 입에 넣어주고 싶은 정이 화면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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