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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Dec 30. 2020

When we dance in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조르자 로사는 똑똑한 듯 하지만 다소 엉뚱하다. 이탈리아 남자의 특징인 뻔뻔함과 저돌성은 기본으로 장착한 것 같다. 로사는 직접 만든 자동차를 몰고 가는데 번호판이 없다고 압수당한다. 그것도 하필이면 옛 연인을 태우며 폼을 한껏 잡았는데 말이다. 그는 단지 만드는 엔지니어라 생각하는데 모든 것이 자유롭지 않다. "당신만의 세상에만 산다고 다 당신 것이 아니야! 당신 차처럼 당신이 만든 게 아니니까" 라며 옛 연인 가브리엘라는 말한다. 오토바이 경주에서  "우리의 플랫폼에서 열정과 자유를 누리세요"란 문구는 로사에게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든다.




로사와 마우리찌오는 리미니 앞바다에 나가 철기둥을 세우고, 400m²의 섬을 만든다. 공해상이기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곳이다. 바다에서 조난당했던 피에트로, 전쟁에서 탈영하여 독일 국적을 잃어버린 노이만, 19세 임산부 바텐더도 합류한다. 보트를 타고 로사의 섬을 찾은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수영을 한다. 이탈리아판 봉이 김선달 같은 상술로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털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다. 하지만 이탈리아 국가의 입장을 생각하면 자유를 가장한 범법일 수 있다. 이상을 실현하려고 만든 것 같기도 하고 옛 연인의 말에 욱해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뚜렷한 방향성이 그에게는 없는 것 같지만 만수르급 열정으로 섬을 만들고 특허도 땄으니 로사의 비범함에 응원을 하고 싶을 정도이다.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자유가 넘치지만 가브리엘라 눈에는 비치 클럽이나 디스코 텍처럼 보일 뿐이라 한다. 로사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이란 국가를 선언한다. 이때가 1968년이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리얼리즘에 중점을 두기보단 코미디란 장르를 택했다. 역사의 한 부분을 이벤트같이 오락적 성격이 강하게 표현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이 세워진 1968년은 자유와 혁명의 해이다. 프랑스 5월 혁명인 68 혁명이 아카이브로 영화에 표현되었다. 권위주의의 타파, 기성 질서에의 거부, 새로운 창의성과 상상력의 확대라는 구호를 내건 역사적인 사건이다. 배경이 된 이탈리아는 67년부터 대학의 민주화를 주장하며 대학 점거 사태가 일어났고 신부, 정당, 사장, 교수, 아버지와 같은 기성세대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개인과 사회의 충돌이 일어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던 사람들의 외침이 있던 시기이다.



국가는 영토와 주권, 국민이 필요하다. 사회의 관습에서 조금은 벗어난 이질적인 로즈 아일랜드의 구성원들은 로즈 아일랜드의 국민이 된다. 이들에게 집단에 소속하려는 인간의 뿌리 깊은 욕망을 이루게 해 준 것은 국가이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 위의 인공섬 로즈 아일랜드의 국민이 되고자 하는지 정작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생각이나 해봤을까?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이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행동을 하자 국가 안보의 문제를 들고 나온다. 특별하게 악역이 도드라지지 않지만 악역에 가까운 이탈리아 총리와 내무부 장관 등 권력층들은 로즈 아일랜드를 없애야만 했다. 절대 자유를 추구하는 이가 만들었지만 국가란 사회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게 되는 심판자의 힘을 갖기 때문이다.



로사 행동의 작은 변화, 로사와 가브리엘라의 러브 스토리,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국민들의 연대적 행동, 로즈 아일랜드의 운명은 예상되는 것이지만 역사가 아닌 영화가 줄 수 있는 극적인 요소들을 선사한다. 가벼운  터치의 코미디물 같지만 이탈리아 영화의 고전적 태도도 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이탈리아어 억양이 주는 언어적 재미는 색다르다. 로사 역의 엘리오 제르마노(Elio Germano)는 칸과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연기파 배우란 사실이 놀라웠다.



그 시대의 극장 모습을 담은 장면이다. 영화를 보며 함께 리액션하는 모습이 코로나 시대에 그리운 모습 중 하나 일 것이다. 관객이 줄어 쓸쓸하기도 한 극장에 거리두기와 마스크로 중무장하여야 영화를 볼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선 극장 장면은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 지 기억을 어루만지게 한다.


코로나로 불을 지핀 복고의 열풍은 다양한 분야로 파급되어 피폐한 시대에  따스했던 지난날의 감성을 소환하여 위로를 준다. 영화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당시의 음악들과 패션들을 담고 있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있다면 푸른 바다 위 로즈 아일랜드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발이 묶인 우리들에게 푸른 바다와 자유를 선물한다. When we dance in Republic of Rose Is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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