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팀장 사연]
성과 평가 시즌만 되면 고민은 깊어만 갑니다. 공정하게 평가하고 싶긴 하지만 구성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없고, 정신없이 떨어지는 수명 업무 처리하다 보면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 수행 과정을 일일이 관찰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구성원 성향도 제각각이라 무슨 일을 하는지 먼저 와서 보고하고, 진행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숨어서 일을 하려는 직원도 있습니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대화도 잘하는 직원이 더 믿음이 가고 일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때로는 역량 차이가 명확한 상황이라도 승진에 계속 누락된 친구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역량이 부족해도 높은 성과를 주어 승진 시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평가를 공정하게 하기 어렵다 보니 구성원들의 불만도 크고, 일부 직원은 평가제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제 곧 성과평가 면담을 시작해야 하는데 불만에 가득 찬 직원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OKR을 도입해서 분기별로 성과를 관리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연초에 목표를 세우고, 중간에 한 번 정도 진행 과정 점검하고, 연말이 되면 성과평가 면담을 한다.
정량적인 부분은 충족 여부로 확인할 수 있지만, 업무의 질이나 정성적인 부분은 지표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 사실 부서 내에서 하는 업무는 난이도가 비슷하고 구성원 간 역량도 큰 차이가 없어서 차등 평가가 어렵다. 역량에 따라 평가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자신을 상향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대보다 평가 결과가 낮으면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리더도 사람이기 때문에 완전히 공정하기는 어렵다. 더 자주 대화하고 실적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더 열심히 일한 것처럼 보일 것이고, 객관적으로 누가 더 역량이 높은지 알더라도 승진 적체 해소를 위해 성과가 낮은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실제로 평가면담 시기가 되면 리더분들에게 자주 듣는 고민이다.
평생 고용이 보장되는 상황이라면 당장 평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승진을 못하더라도 기다리면 언젠가는 차례가 온다는 것을 사람들이 안다.
하지만 회사에 얼마나 근무하게 될지 모르고, 당장의 평가 결과가 중요한 젊은 구성원들에게 공정하지 않은 성과 평가는 리더와 조직에 대한 신뢰를 크게 무너뜨릴 것이다. 무엇보다 요즘 젊은 구성원들은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하는데, 기존과 같이 평가 결과를 통보하는 식으로 알려주다 보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성과관리 시스템은 상대평가에 기반하여 구성원들의 등급을 매기고, 이에 따라 승진, 보상, 배치 등의 중요한 인사 결정을 해왔다. 조직에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더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낸 구성원에게 더 많은 보상하는 것이 공정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동기부여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완전한 공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평가를 좋게 받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하든 구성원들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리더 역시 사람이기에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다. 전체적인 조직관리 차원에서 불공정을 알고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파이가 정해진 상황에서 평가가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확산되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조직 정치에 몰두하거나 상대를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협조를 꺼리면 조직 성과에도 해가 된다.
뿐만 아니라 성과 평가 결과가 구성원의 역량이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처럼 작용하게 되면 리더와 구성원 모두 고정 마인드셋이 강화가 된다. 고정 마인드 셋이란 사람의 재능이나 역량은 타고나는 것이어서 변화하지 않는다는 관점인데, 평가를 낮게 받은 구성원이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되면 실제로 무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필패 신드롬이라고 하는 데 부정적인 피그말리온 효과로 이해해도 좋다.
무엇보다 성과평가 결과만을 제시하면 구성원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성과가 개선되는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못한다. 설령 결과를 듣고 더 잘해야겠다는 자극을 받더라도 어떻게 해야 앞으로 성과가 높아질지,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모르면 효과적으로 성과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패 신드롬(The set-up-to-fail Syndrome)>
스위스 IMD 교수인 장 프랑수아 만조니(Jean-Francois Manzoni)와 장 루이 바루수(Jean-Louis Barsoux)가 주장한 필패 신드롬에 의하면 성과가 저조하다고 생각되는 직원들에 대해 관리자가 꼼꼼하게 관리할수록 오히려 성과가 악화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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