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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Jan 25. 2021

탁월한 리더는 신호를 잘 읽는다

2018년 1월에 현직 여검사가 공중파에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며 크게 번지기 시작한 미투 운동으로 인해 잘나가는 차기 대선후보, 감독, 배우, 시인, 교수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한순간에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광경을 차례로 지켜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권력의 최정상까지 오른 사람들의 표리부동함과 부도덕성에 대한 실망은 접어 두고라도, 왜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의아 함은 떨칠 수가 없었다.   


성추문이 아니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 자기 중심적이고 경직적인 태도, 사내 정치 등이 수많은 리더에 의해 행해져 왔다. 회사의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가정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야근 문화를 조장한다거나, 자신의 업무 요구량을 따라오지 못하는 구성원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거나 따돌리는 행위를 하며 구성원들을 극단까지 몰아가는 일도 드물지 않다. 2019년 6월 인크루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64.3%가 상사에 의한 직장내 괴롭힘,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이러한 리더의 권력 남용은 공감 능력의 부족과 상당히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직장 경험이 없는 풋풋한 신입 여직원이 난처함을 숨기고자 어색한 표정을 지을 때, 상사는 이를 자신에 대한 호감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회식 자리에서 과감한 행동을 할 수 있다. 또는 부하직원에게 지시하고 명령하고 모욕을 주면 직원들은 보통 다소곳하고 순종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보이는데, 많은 리더들은 이때 승리감, 쾌감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부하직원의 마음 속에 증오와 원한, 억울함, 모멸감이 싹트며 회사와 리더에 대한 충성심이 깨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실제로 캐나다 윌프리드 로리어대 제레미 호기븐 교수와 토론토대 마이클 인츠리트 교수팀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도 남에게 지시를 내렸던 상황을 회상했던 집단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는 거울뉴런이 거의 작동하지 않은데 비해 남에게 의존했던 경험을 회상한 비교 집단은 거울 뉴런이 활발히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권력을 가지면 타인의 말을 듣거나 표정과 몸짓을 보면서 그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신경세포가 잘 활성화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공감을 잘하려면 상대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는데익숙하다고 생각 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들 조차 종종 감정 단서를 잘못 해석하곤 한다. 표정과 같은 무언의 신호만을 근거로다른 사람의 감정을 추정하면 종종 오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분노, 공포, 혐오, 사랑, 감사 등과 같은 기본적이거나 보편적 감정은 쉽게 감지될 수 있으나, 당황, 자부심, 시기심 같은 자기 중심적 감정은 잘 전달되지않는다. 그래서 표정, 목소리톤, 보디랭귀지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정확히 읽는 능력이 있어야 사회적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공감을잘하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경청을 잘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청의 수준은 크게 3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 경청은 자기 중심적으로 듣는 것이다. 자신의 판단과 의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1단계 경청의 예는 다음과 같다.


부하직원: 이번에 새로 이사를 했는데 정말 엉망 진창이었어요. 짐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 아내는 제 도움을 필요로 했어요. 그래서 제 인생에 가장 중요한제안서를 기한 내에 완성 못할 것 같습니다.


리더: 예전에도 비슷한 이야기 하지 않았나요? 제안서 같이 중요한 사안은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죠.


부하직원: 아내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거라는 예상을 충분히 못했습니다. 지난달에 출장이 좀 많았는데, 참을성의 한계를 넘은 것 같아요.


리더: 그래요? 우리회사 직원들 대부분 그 정도 출장 스캐줄은 다 있습니다. 심지어 이과장과 정과장은 기한을 맞추려고 주말에도 계속 회사에 나와서 일을했어요. 직장과 회사 일을 잘 구분하시고 제안서를 마무리하는데 더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2단계 경청은 리더가 자신의 생각이나 관심사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방에게 주의를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때, 시선은 온 온통 서로에게 향해 있고, 상대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리더가 2단계 경청을 한다면 주의가 온통 부하직원에게 집중 되어그들의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하직원의 목소리 톤, 속도, 표정, 표현된 감정, 제공하는 모든 신호들을 들으려 노력한다. 상대가 무엇을, 어떻게 말하는지알아차리고, 심지어 말하지 않는 것도 알아차린다. 부하직원의 웃음 속에 묻어 있는 걱정도 듣고, 그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 비전, 좋아하는 것과싫어하는 것도 듣는다. 동시에 자신의 경청이 부하직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지속적으로 자각하고, 그 또한 정보로 받아들인다.


2단계 경청을 하면리더와 부하직원 사이에 공감, 명확성, 협업이 일어나게 된다. 2단계 경청의 예는 다음과 같다.


부하직원: 이번에 새로 이사를 했는데 정말 엉망 진창이었어요. 짐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 아내는 제 도움을 필요로 했어요. 그래서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제안서를 기한 내에 완성 못할 것 같습니다.


리더: 집안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요? 그런데 지금 회사가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시기인데요.


부하직원: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짐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지 않으면 아마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제가 출장간 사이에 아내가 이삿짐을거의 다 쌌더라고요.


리더: 업무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집안의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요?


부하직원: 제가 두 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리더: 정말 난처한 상황인가보군요. 여러가지 삶의 중요한 영역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모두 지키려니 힘이 들겠군요. 다른 대안을 한번 찾아봅시다.


3단계 경청은 감각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느껴지는 것, 온도, 에너지 수준, 분위기를 듣고, 필요하면 직관도 활용해서 듣는 것이다. 마치전파를 듣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자신의 안테나를 통해 감지해 내는 것이다. 3단계 경청은 환경적 경청이라고도 부르는데, 상대의 에너지가넘치는지 가라앉았는지, 차분한지, 가벼운지, 무언가에 의해 컨트롤 되고 있는지 등을 함께 들을 수 있는 경청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3단계 경청이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연습이 필요하고, 3단계 경청이 가능한지의 여부가 리더의 탁월함을 결정짓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경청을 잘하는리더로 유명한데, 단 한번도 부하직원의 말을 중간에 끊은 적이 없다고 한다. 행간을 읽고 직관을 활용해 숨은 의도까지 듣는 것이다. 3단계 경청의 예이다.


부하직원: 이번에 새로 이사를 했는데 정말 엉망 진창이었어요. 짐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 아내는 제 도움을 필요로 했어요. 그래서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제안서를 기한 내에 완성 못할 것 같습니다.


리더: 집안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요? 그런데 지금 회사가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시기인데요.


부하직원: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짐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지 않으면 아마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제가 출장간 사이에 아내가 이삿짐을거의 다 쌌더라고요.


리더: 이건 짐을 정리하는 것 이상의 중요한 이슈로 보이네요. 뭔가 꽉 막혀 보여요.


부하직원: 네.. 그게 제가 지금 느끼는 감정상태에요. 출구가 안보이고, 일과 개인적인 삶 모두 궁지에 몰린 것 같습니다.


리더: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부하직원: 지금까지 문제를 피하거나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효과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차분히 앉아서 문제를 풀어야 할 시간이 왔다고 생각해요.


물론 바쁜 회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3단계 경청이 늘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말 결정적이고 중요한 순간에 3단계경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 핵심 인재를 잃거나, 부하직원과 부적절한 스캔들에 휘말리거나, 직원이 회사 기밀을 빼돌리거나, 내부 고발을 하는 등의 문제가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했을 때 3단계 경청은 리더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와 고양이가 사이가 안좋은 이유는 서로 신호를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개는 기분이 좋을 때 꼬리를 올리고 흔드는데, 고양이는화가 날 때 꼬리를 올린다. 그렇기 때문에 개가 고양이에게 호의를 가지고 다가갈 때, 고양이가 이를 공격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공격으로 대응하면 사이가 안좋아 진다는 이야기다. 즉, 자기중심적으로 신호를 받아들이고 해석할 때 오해가 생겨나고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3단계 경청을 하려고 노력해도 다른 사람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심지어 자기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게다가 권력의 속성으로 타인의 감정에 대해 둔감해진 상태에서, 1단계 경청을 고수한다면 관계가 더 일방적이고 폭력적이 되기 쉽다. 많은 갑질의 가해자들이 상대를 생각해서 한 말이라거나, 아무 뜻 없이 한 말이라던가, 상대도 동의하는 줄 알았다 등의 말을 하는 것은 이미 익숙하게 들어온 변명이다.   


스스로 정확하게 자신의 문제를 보는 데는 한계가 있기에, 권력 관련하여 문제 행동을 보이고 있지 않은지,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세상의 신호를 듣고 소통하는지 객관적이 외부 평가나 동료, 상사, 부하직원 등의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수 있다. 또한 안전한 환경에서 단계별 경청 방법을 연습해보며 상황과 사람에 맞는 경청을 할 수 있도록 평소 연습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부하직원과의 관계를 떠나서라도 리더에게 경청 능력은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에 반응하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무엇에 목말라 있는지, 분위기가 올라가 있는지 다운되어 있는지 신호를 잘 파악할 때 정말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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