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희 Aug 10. 2021

미래의 리더십 코드는 '하이브리드'

변동성이 강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환경을 지칭하는 VUCA가 지금처럼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진 적은 없었다. 스마트워크 개념은 오래전부터 소개되었지만 사람들에게 사무실이란 일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쉽게 도입되지 못해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팬데믹 상황으로 전 세계가 셧 다운 되며 화상 플랫폼을 활용한 원격 근무나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원격과 현장 근무 혼합된 형태)이 어느덧 뉴 노멀로 자리잡았다. 원격근무가 생산성을 하락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비용, 유연성, 인재에 대한 접근성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임이 확인되며 많은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에도 하이브리드 업무방식을 고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가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변화는 계속될 것이고 변화의 물결을 멈출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 10월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빠르게 변하고 예측이 불가한 상황에서 조직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2025년까지는 배워야할 기술로 유연성, 분석적 사고와 혁신, 적극적 학습, 비판적 사고, 창의성, 감성지능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미래 지향적 기술들은 모두 인간이 어떻게 사고하고,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만들어 내는지와 관련이 있다. 이번 팬데믹은 파괴적 변화의 대표적 사례로 전혀 예상치 않는 새로운 환경에서 유연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며 필요한 역량과 기술을 빠르게 학습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운영되고 업무가 수행되는 방식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이제 리더의 역할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성공방식으로 현재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듯이, 과거의 리더십 방식으로는 파괴적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리더십은 환경이 비교적 안정적임을 가정했고, 시대적 요구, 조직적 상황, 인간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요소가 가미되며 천천히 진화해왔다. 예를 들어, 사람은 근본적으로 일하기 싫어하고 지시 받는 일만 수행한다는 X이론이 지배적일 때는 업무 자체도 단순 반복적이거나 개인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지시가 필요했다. 하지만 호손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관심을 받는 것 만으로 열심히 일하고자하는 모티베이션이 생기는 것을 발견하며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하게 되었다. 조직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변화의 시기에는 변혁적 리더십을 통해 긍정적 미래에 대한 비전을 주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동참하도록 영감과 모티베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사람들이 리더의 의도대로 조작되고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인본주의가 강화되며 셀프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진성 리더십 등이 차례로 소개 되었다.


이번에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은 앞으로 리더가 보다 다양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필요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을 확장시키고 실행력을 높이는 코치가 되어야 하고, 강력한 비전을 제시하는 카리스마를 통해 유연하면서도 확고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도 있어야 한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리더의 역할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꿈꾸는 미래에 집중하게 하고, 생각을 촉진하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집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생각을 먼저 내려놓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만큼 충분히 역량이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아무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관련 지식과 경험이 많다고 해서 상황을 잘 통제할 수도, 정답을 내놓을 수도 없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함께 답을 찾아가야 한다. 동시에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리더의 긍정적 카리스마는 구성원들을 비전에 몰입하게 하고 혁신을 촉진시키기에 중요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불안과 걱정을 줄이고자 확실한 것을 찾아가는 경향이 있기에 리더의 확신과 흔들리지 않는 태도는 변화의 중심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리더의 소통과 포용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일을 하기 위해 회사에 출근했지만, 이제는 집에서 주로 일을 하며 회사에는 루틴 한 회의나 업무를 위한 이차적 장소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대면 업무 환경이 늘어날수록 구성원 간의 접촉이 줄어들어 응집력이나 조직과의 동일시가 약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은 승진이나 보상에 있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실제로 2014년에 다국적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 2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현장 근무를 하는 직원에 비해  21개월 후 승진율이 50%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원 간의 분열과 갈등, 차별, 커뮤니케이션 오류, 응집력 약화 등 변화에 수반되는 문제들을 조정하고, 다름을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는 안전하고 수용적(inclusive)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도 리더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다.


최단기에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의 CEO 알버트 볼라(Albert Bourla)는 전염병으로부터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을 바탕으로 2020년 3월, 전체 구성원들에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라”는 도전과제를 주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에 화이자는 유효성 95.6%으로 임상실험을 마치고 12월에 백신 생산을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10년정도 소요되는 백신 개발을 8개월만에 완료한 것이다. 이렇게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구성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겠지만, 그 뒤에는 올바른 사명에 기반한 CEO의 확고한 리더십이 바탕이 되었다. 알버트 볼라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담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탈 관료주의를 선언하고,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할 것을 요구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질문에 대해 세가지 정도 대안을 나오면 만족했다면 지금은 더 창의적인 대안을 생각해 낼 때까지 일곱 번이고, 여덟 번이고 계속 질문을 한다고 한다. 그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것에도 개의치 않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기존에 이미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타 기업과 협업을 하고, 구성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탁월함과 용기의 조직문화를 정립하는 등 변화 관리를 꾸준히 해온 결과였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삶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진전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요구되는 역량을 끊임없이 학습하고 탈학습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변혁적 리더십이나 서번트 리더십과 같이 시기적으로 특히 요구되는 리더십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한가지 방식을 고수하기에는 변동성이 크다. 향후 더 큰 규모의 파괴가 기다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변화하는 상황에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익히고 적용하며 균형감을 찾아가는 것은 불확실한 시기를 살아가는 리더에게 필수불가결한 지혜라 하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