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면서 카톡, 페이스북, 인스타, 밴드, 트위터, 클럽하우스, 문자메시지, 이메일, 블로그, 브런치, 유투브, 팟케스트를 차례로 확인하다보니 ‘뭐가 이리 많나’하는 생각과 동시에 과거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할 때가 떠올랐다.
당시에도 SNS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의 플렛폼으로서의 역할을 했지만, 지금보다는 더 폐쇄적인 부분이 있었고 생각을 표현하는 데도 다소 제약이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교수님께 카톡으로 질문을 했다가 크게 혼이 났다거나, SNS에 회사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가 해고되었다는 이야기는 그리 생소하지 않았다. 이러한 SNS와 관련된 오해나 편견으로 인해 대상, 대화 내용의 공식성 여부, 내용의 중요도, 공개범위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채널과 채널에 맞는 의사전달 방법을 잘 선택하는 것이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의사소통 방법은 단연 ‘대면 소통’이었다. 소통이라는 것이 단순히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이라면 문서나 전화, 이메일 등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다. 목소리, 톤, 표정, 제스쳐, 추임새 등의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 나의 욕구, 간절함, 의도, 무드, 기분, 에너지 같이 보이지 않은 섬세한 메시지를 은근히 흘미며 알아봐 주기를 기대한다. 내가 얼마나 간절한지, 얼마나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몇시간 소요되는 미팅을 위해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해외출장을 떠나거나, 2시간짜리 회의를 위해 KTX를 타고 왕복 6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거의 강제적으로 여럿이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하는 것이 금지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며 많은 직장인들이 줌으로회의를 하고, 전화나 카톡을 주로 사용하여 소통을 하였다. 상사를 포함한 팀 전체의 단톡방이 운영되는 것은 기본이고, 한참 고위 임원에게도 커뮤니케이션의 신속성과 효율성 보장을 위해 카톡 보고를 하는 것도 일상화 되었다. 그뿐인가, 대면 소통에서는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질문을 던지면 바로 대답을 하는 것이 해야 하지만, 문자나 카톡의 경우 메시지를 확인한 후 대답을 하는 방식이기에 구성원이 대답할 타이밍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한 리더는부하직원의 문자 회신을 기다리다 지쳐서 “제발 대답 좀 빨리 해주라 응? ㅠㅠ”라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웃지못할 사연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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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적 신호가 부재한 상태로 소통을 한다는 것
UCLA 심리학 교수 메라비언의 연구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사람의 인지에 영향을 끼치는 세가지 요소는 말, 목소리 톤, 바디 랭귀지인데, 말은7%, 목소리 톤은 38%, 바디 랭귀지는 55%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즉 커뮤니케이션의 93%가 비언어적 형태로 전달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는 말과 문자가 중심이 되고 있고, 바디 랭귀지는 이모티콘이나 모음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이모티콘들은 동물이나 만화같은 캐릭터가 대부분으로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인간의 표정 근육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수 만 가지에 달하는 표정 변화를 절대 대체할 수 없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통해 문장 뒤에 붙은 ㅋ는 민망하다는 의미, ㅎㅎ는 웃음이 나온다는 의미, ㅎㅎㅎㅎㅎㅎㅎㅎㅎ는 헛웃음, 상쾌하게 웃는 모습, 비웃음 등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인터넷을 검색해야 의미 파악이 가능한 이러한 표현들이 얼마나 모호한 해석을 낳을지불을 보듯 뻔하다.
채널의 변화는 단지 대화하는 방식만 바꾸지 않았다!
재택근무에 반하는 최대 논리는 X이론이다. 인간은 기본적이고 게으르고 수동적이기에 지시와 통제가 없으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이러한 가정을 기본으로 가진 리더는 구성원들이 일을 열심히 잘하는지 감시하고 감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또한 직원들이 꾀를 부릴 것이라는 생각에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면 걱정되고 불안해서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하지만 이제는 언택 기술을 사용해서 재택근무를 한다거나 사이버공간에서 글로벌팀을 운영하는 등의 시도는 결코 생소하지 않다.
업무시간을 잘 지켜가며 성실하게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 결과물을 명확히 정의해야 하고, 구체적인 세부 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고, 사소한 부분까지 일일이 지시나 허락을 받고 일을 진행하기 어려우니 권한위임이나 임파워먼트를 통해 권력을 나눌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홀로 성과를 주도해가는 수퍼스타형 리더보다는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 머물지 않아도 일에 몰입하고, 조직에 헌신하고, 최상의 성과를 내도록 소통과 동기부여를 잘하는 것이 리더의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리더십 패러다임의 전환
경직된 태도로 눈치를 보며 상사에게 순종하는 모습이나, 기가 눌려 조심스레 말하는 태도를 배제한 상태에서의 대화에는 말과 문자, 정보 만이 남는다. 거기에 편리하고 속도감이 있는 채널을 선택하게 되면 권위나 위계, 존경심, 순종하는 태도 등을 함께 담아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비효율을 넘어 짜증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권위를 강조하며 갑질을 하거나 불공정한 행동을 하는 리더에 대해 폭로하거나 욕을 한 바가지로 퍼부을 수 있는 채널이 더 이상 비밀스럽게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으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큰 물결이 된 것처럼 보인다. 리더도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친밀하게 다가가고 그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할 때 구성원들의 관심을 받고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레퍼런트 파워(referent power)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즉, 사랑받는 리더가 가장 큰 권력과 영향력을 갖는다는 말이다.
사랑받는 리더가 된다는 것
얼마전에 한 리더가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을 알고싶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오랜 대화를 통해 도출한 당장 실천할수 있는 그분 만의 전략은 용기를 내어 먼저 다가가기, 이름이나 기념일 등 사소한 것을 기억해 주기, 화통 한 큰형처럼 대해 주기였다. 결국 먼저 다가가서 이름을 불러주고 친밀한 대화를 하는 노력과 능력이 사랑받는 리더로 가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보상이나 승진을 통한 동기부여의지속성은 찰나에 가까울 정도로 짧다. 좋은 관계도, 인간적인 조직문화도, 성과도 모두 커뮤니케이션에서 시작되기에, 그 어느때보다 리더가 낮은 자세로 먼저 다가가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