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 죽겠는데 저보고 코치 역할까지 하라고요? 하루가 멀다 하고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뻥뻥 터지는데 언제 부하직원에게 질문을 하고 있나요?”
리더들에게 코칭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을 때 흔히 나오는 반응이다. 리더들은 실제로 긴급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바빠도 너무 바쁘다. 온갖 회의에 참여하고, 각종 의사결정 사안을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다. 장기계획 수립, 비전 만들기, 전체적 상황 점검, 대안 연구, 경쟁력 강화, 신제품 개발 등에도 시간을 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데다가, 직원들을 키우는 데는 더 시간을 내기 어렵다.
그러면 거꾸로 한번 물어보자.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함으로 특징지어지는 VUCA 시대에 여기저기 예측하지 못한 일이 뻥뻥 터지고 있는데 일일이 지시하고, 알려주고, 배움을 주고, 결정을 내려줄 생각인가?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한 임원이 현재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 대안은 코칭 리더십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코칭 리더십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능력, 창의력, 잠재 능력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강점과 해결방안, 그리고 미래의 성공에 집중하는 코칭의 정신에 뿌리를 둔 리더십이다. 코칭 리더십은 이러한 정신에 기반하여 조직원들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의 조직 코칭은 기업 대표나 고위 임원의 전유물로써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새로운 포지션에서 역할을 더욱더 잘 해내도록 지원하기 위해 주로 활용되어왔다. 구글의 애릭 슈미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MS의 사티아 나델라, 아마존의 제프 베 죠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셰릴 샌드버그, 애플의 팀 쿡, 인튜이트의 스캇 쿡 등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세상을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의 CEO, 임원 모두 코칭을 받고 있다. 특히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CEO 경우, 아주 작은 스타트업 일 때부터 코칭을 받으며 기업가치를 어마어마하게 성장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리더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코칭을 받는 것은 좋지만, 본인들이 코치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상사 밑에서 숨죽이며 일해 오다가 이제 리더가 되어 아랫사람을 좀 부리려고 하니, 이제는 부하직원을 성장시키는 역할까지 하라니! 게다가 코칭이 쉬운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지시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성과를 잘 내왔고, 본인이 충분히 유능한 리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시하는 것이 정말 더 빠르고 효과적인가?
1) 사람들은 그렇게 호락호락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
지시를 하면 빠르고 편리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지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지시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욕이 떨어진다. 불만이 있어도 드러내거나 의견을 말하지도 못하고, 말을 한다고 해도 듣지 않기에 종업원들은 리더의 면전에서는 복종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돌아서면 불만을 표하거나, 일손을 놓거나 태업을 할 수 있기에 리더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당근과 채찍으로 부하직원을 대하면 당나귀 같은 성과를 낼 뿐이다
밀레니얼 세대든, 베이비부머든 사람들을 동기 부여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하면 공통적으로 당근과 채찍에 대해 이야기한다. 임금인상과 승진 기회가 무한정 가능하다면 당근은 좋은 동기부여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조직원들의 몰입이나 충성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 당근 없이 어떻게 동기 부여할 것인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비난을 받는데 대한 두려움 역시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지만, 창의력과 책임감을 억제시킬 뿐 아니라 관계를 단절시키고 학습을 방해한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성과를 내려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
3) 유능한 인재는 책임과 더 많은 자율을 원한다
유능한 인재를 보유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핵심인재로 일컬어지는 유능한 인재들은 회사가 자신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대우받는 방식에 대한 기대치 역시 높다. 유능한 사람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직장에서 더 많은 선택과 더 많은 책임과 더 많은 즐거움을 원하기에 지시, 명령, 횡포, 수직적 질서 안에서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올 것이다.
4) 직원들은 리더가 믿어주는 만큼 성과를 낸다
다른 사람들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그들의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 교사들에게 평균적인 학생들이 장학생 후보 또는 학습 장애가 있다는 거짓 정보를 주고 일정 기간 그 학생들에게 몇 개 과목을 가르치게 한다. 이후 이어진 시험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장학생 후보라는 정보가 전달된 학생의 성적이 학습장애가 있다는 정보가 전달된 학생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리더 역시 직원들의 과거 성과에 기반하여 사람을 판단하고 능력에 대한 한계를 지으면 그 직원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5) 내적 장애요소를 제거하면 성과가 높아진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평균 40% 정도 잠재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최대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두려움, 의심, 자기비판, 신념 제한 등 내적 인장애 요소들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를 극복할 때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데, 명령과 통제라는 전통적 관리 방식을 따르며 규칙과 지시를 따르는 것에 익숙해지면 장애요소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잠재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일하는 즐거움이 생기지 않고, 당연히 성과는 낮아질 것이다.
코칭 리더십은 무엇이 좋은가?
코칭 리더십을 개발하게 되면 앞에서 언급된 다섯 가지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결될 뿐만 아니라 리더 자신에게도 득이 되는 부분이 많다.
먼저, 자신이 직접 일을 처리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할 일을 정확하게 지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시간 절약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코칭을 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코칭은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된 공통된 이해를 통해 리더에게는 실질적인 통제력을, 직원에게는 실질적인 책임을 부여하기에 리더는 책임져야 할 중요한 문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직원은 리더의 코칭 질문에 대답하면서 업무의 모든 측면과 필요한 행동을 파악하게 되고 성공에 대한보다 강한 확신을 갖게 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리더 역시 코칭 질문에 대한 직원의 답을 들음으로써 실행계획은 물론 그 생각도 알게 된다. 즉, 리더는 지시를 내릴 때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고 리더와 직원은 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
다음으로, 리더가 진정한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능력, 잠재력, 창의력에 대해 진심으로 믿고, 끊임없는 성찰과 알아차림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인격적 성숙과 감성지능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본인의 능력과 잠재력도 최대한 발현할 수 있게 된다. 코칭을 통해 상호의존적 팀 분위기가 조성되면 팀 전체가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행사하게 되므로 함께 성장하는 경험도 갖게 된다. 필자가 알고 있는 에자일 조직의 한 리더는 리더가 코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성장의 롤모델이 됨으로써 조직원들에게 성장의 동기부여를 하고, 함께 발전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리더가 코치가 되는 것은 받는 것 없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장이 전제가 될 때 효과를 발휘하는 윈-윈의 리더십인 것이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리더십 스타일도 진화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여실이 드러나듯이 예측이 불가한 상황에서 신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언택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적으로 창조하는 기업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식과 논리에 기반하여 환경 분석을 하고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을 하는 것 외에도 변화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기회를 잡는 능력이 조직에게 더욱 요구됨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밀레니얼은 일에서의 의미와 가치를 중시하고, 업무적인 것 외에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해 주길 원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의 건설적인 피드백을 수시로 받기를 원한다. 가치 있는 존재임을 끊임없이 확인받으며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정보의 접근성을 제한하고 업무를 지연시키는 위계 시스템과 지시적 리더십은 혼란과 답답함을 준다. 의미와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밀레니얼에게 명령과 통제로 일관하는 조직은 좋은 인재를 붙잡아 두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도 없다.
“직원들에게 질문을 했더니 생각보다 아이디어가 많더라고요.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지식도 알고 있고,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참신해서 놀랐습니다”
코칭 리더십을 실습하는 동안 종종 발언되는 이야기다.
바쁘다는 것이 코칭을 하지 못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리더의 업무는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뿐만 아니라, 직원을 개발하는 것 모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하에서 민첩성과 순발력, 주도성,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혁신이 리더뿐 아니라 조직원 모두에게 요구되는 시기에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 과거에 비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는 충분히 고민의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