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코칭
<김만년 차장 이야기>
김만년 차장은 오늘도 회사 갈 생각에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기분이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수시로 변할 뿐만 아니라 모호하게 지시를 하면서 ‘명확한’ 업무처리를 기대하는 H팀장 때문에 일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팀장의 머릿속에는 뭔가 아이디어가 있어 보이는데, 늘 대충 두리뭉실하게 설명하기에 팀장의 지시사항을 받고 자리에 돌아오면 팀장의 의도를 추측하며 보고서를 만드느라 한참 시간을 보내야 한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당연히 추측이 단번에 맞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H 팀장은 여지없이 “이것도 보고서라고 썼니?” “도대체 잘하는 게 뭐니?” “어떻게 차장이나 된 사람이 어째 대리보다 못하니?”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니?” 등의 경멸과 비난을 한참 동안 퍼부은 후, 못마땅한 눈초리로 종이가 뚫릴 듯이 힘 있게 X 표시가 된 보고서를 되돌려 준다. X 표시를 보고 있자니 비참하고 두렵고 자신이 한심스러워 힘이 풀린다. 도대체 뭘 수정하라는 것인지.. 아무런 메모 없이 X 표시만 있다는 것은 앞으로 수차례 더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해야 함을 의미한다. 후배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는 면목도 없고 위신도 안 서서 그냥 땅속으로 껴져 버렸으면 하는 기분이다. 팀장이 요구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는커녕 오로지 어떻게 비난을 피할 것인가 하는 걱정밖에 들지 않는다.
사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은 김 차장뿐만이 아니다. K과장은 스트레스로 인해 대상포진에 걸렸고, 강박적인 성향이 있던 M대리는 끊이지 않는 팀장의비난과 모욕으로 인해 트라우마 증상과 공황장애까지 나타나 고생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에 개최되는 팀 회의는 인민재판과 흡사한데, 한 사람씩 벌벌 떨면서 자아비판을 할 생각을 하니 주말이 두렵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든 것은 팀원들 전체가 H팀장의 승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듯한 느낌이다. 가정도 아이도 다 팽개치고 오로지 승진 만을 위해 달려왔다는 H팀장은 팀원들의 건강, 행복, 일-가정 양립 등의 이슈에 전혀 관심이 없다. 얼마 전에 주말에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왔는데, 팀장이 어찌 알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데 도대체 뭐하냐?” “만년 차장 벗어나고 싶으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을 했다. 그러면서도 승진에 도움이 되는 고위 직급의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살갑게 잘하는지 모른다. 윗사람들은 부하직원들의 이런 비참한 분위기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다.
<H 팀장 이야기>
H 팀장은 오늘도 사무실에 가는 게 스트레스다. 리더라는 자리가 주는 중압감이 클 뿐만 아니라, 도무지 팀장에 대한 존경이 없고 개인주의적인 팀원들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H 팀장은 고졸 사원으로 입사하여 회사 다니면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졸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늘 가장 오래 까지 회사에 남아서 일했고, 보고서 하나도 대충 쓰는 법이 없었다. 입사 초기 때부터 아주 까다로운 상사 밑에서 날아오는 재떨이를 피해 가며 일을 배웠기에 보고서 하나 작성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자료를 찾고, 문장을 수정하고, 다시 읽고, 다시 써가며 거의 완벽에 가깝게 완성하여 상사의 인정을 받아왔다.
그런데 바로 밑의 후배인 김만년 차장은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수동적으로 지시하는 것만 겨우 해내고 추가로 공부를 해서 일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은전혀 하지 않는다. 김만년 차장의 일하는 행태를 보면 다른 부서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이 셋을 부양하며 오랫동안 차장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안쓰러워서 능력보다 고과 점수도 높게 주며 승진을 남몰래 지원 해왔다. 하지만 늘 뾰루뚱하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김 차장을 보고 있으면 혈압이 오른다. 게다가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면 팀원들에게 불만을 표출하며 분위기를 흐려 놓는 바람에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된다. 가뜩이나 개인주의에 리더에 대한 존경심이 1도 없는 어린 후배들을 함께 끌고 가기도 버거운데, 중간에서 “H팀장이 자신의 승진을 위해 팀원들 고생시킨다”는 험담을 하며 팀원들과의 사이를 갈라놓는 김 차장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H 팀장도 팀원들에게 좋은 말을 하고 가급적 화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늘 뭔가 눈치 보는 듯한 표정으로 성의 없이 작성한 보고서를 가져와서는 결재를 해달라는 김만년 차장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을 스스로 찾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알려줘도 반영이 전혀 안 된다.
오늘 아침에는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 나와서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은데, 김만년 차장은 대리들이 작성한 보고서보다 더 맘에 안 들게 보고서를 작성해 와서는 피드백을 달라며 찾아왔다.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 “이것도 보고서라고 썼니?” “어떻게 잘하는 게 뭐니?” “도대체 차장이나 된 사람이 어째 대리보다 못하니?”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니?”라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렇게 분노를 표출하고 나니 분풀이는 되었지만, 팀원들이 슬금슬금 H팀장을 피하는 것 같아 하루 종일 불편한 분위기에서 일을 해야 했다.
저성과자라고 모두 같지는 않다
김만년 차장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지만, H 팀장 입장에서 보면 김만년 차장은 골치 아픈 저성과자이다. 직장에서 저성과자라 함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류는 단순히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성과를 못 내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능력은 되지만 어떠한 이유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안 하거나 못해내는 사람이다.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적절한 교육을 시키면 되지만 김만년 차장처럼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거나, 상사의 지적을 받는 것을 극도로 피함으로 인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대응이 쉽지 않다.
저성과자 관리가 잘 안 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대부분의 리더들은 부하직원이 척하면 착 하고 자기의 마음을 읽고 알아서 행동하거나, 잘 모르겠으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눈치껏 살펴보며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기를 기대한다. 더 심한 경우에는 리더 스스로 자신의 기준이 뭔지 확신이 없거나, 기대하는 바가 불명확하거나, 직원들이 화날까 두려워 제대로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지 못하거나, 무엇을 말할지 또는 어떻게 말할지 확신이 없이 감정적이거나 일관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H 팀장의 경우 업무에 대한 결과물이나 기대 사항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대치에 어긋나는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본인은 이러한 반응을 보이면 김만년 차장이 알아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개선할 것이라 추측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김만년 차장이 부당함과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비난을 회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일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저성과자라는 굴레를 벗어나 성장궤도에 진입하는데 리더로서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리더가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면 신뢰도가 낮은 문화가 조성되고, 직원들은 사기를 잃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며, 생산성은 저하되고 위험 감수를 극도로 회피하다가 결국에는 작은 불익에도 회사를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면 저성과자를 어떻게 공정하면서 단호하게 다룰 것인가?
답은 규칙적이고 효과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피드백이란 어떤 행위의 결과가 최초의 목적에 부합하는가를 확인하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느 부분에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지, 어떻게 하면 부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를 행위자에게 돌려줌으로써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내비게이션 같다. 직장에서의 피드백은 업무 수행상의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여 자신이 어떻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인지시키고, 현재의 부족함을 보완하여 직무를 개선하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많은 리더들이 본인은 피드백을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피드백이 아닌 경우가 많다. H 팀장처럼 호통이나 비난, 처벌, 분노 표출 등의 방법으로 잘못하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식의 대응하는 경우, 심리적 긴장감을 높여 싸우거나 도망가는 식으로 오히려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유발한다. H 팀장의 경우에도 직원이 일을 더 잘하기를 원했겠지만, 김만년 차장은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인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기보다는 팀장의 비난을 피하고자 노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했다. 물론 두려움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있지만, 비난을 피하고자 열심히 일하는 것은 반드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을 방어적이고 위축되게 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을 기피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어떻게 보면 저조한 성과에 대해 “할 줄 아는 게 없어” “잘못 뽑았어” 등 직원 능력의 한계를 탓하는 것은 리더 자신이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이나핑게에 불과할 수 있다. 직원의 미숙하고 불완전한 업무 수행의 원인은 개인의 무능함 때문이라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피드백도 제공하지 않은 리더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지식이나 스킬이 부족하면 일단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스킬은 향상하는데 시간이 소요됨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비효율적 피드백의 특성
개인적인 불편감을 표출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줌
사실에 기반하지 않음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함
몇 주나, 몇 달이 지난 후에 뒤늦게 피드백
구체적이지 않음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
공격이나 비난하는 말을 함
효과적인 피드백의 특성
행동적인 이슈에 관해 피드백 제공
따로 불러서 피드백을 줌
성과향상이나 발전을 목표로 함
구체적임
통제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만 피드백
피드백에도 순서가 있다.
<저성과자 성과향상을 위한 5단계 피드백>
1단계: 사실의 기술(Fact) - 사실에 기반하여 행동에 대해 명확한 묘사를 한다
행동을 기술하는 것은 정확히 내가 보거나 들은 것만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직원이 미팅에 자주 늦는 경우, “김 차장은 왜 맨날 일을 이렇게 처리하나요?”라고 말하면 직원은 이렇게 대답하거나 속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제가 언제 맨날 일을 이렇게 처리했나요? 전에는 잘했다는 칭찬도 하지 않았나요? 이번에 일을 잘하도록 명확한 가이드를 주셨나요?.’
이렇게 되면 직원은 왜 일이 이렇게 밖에 진행이 안될 수밖에 없는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할 것이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논쟁이 시작된다. 판단이나 가정 없이 실제로 행해진 것이나 언급된 것만 말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관찰 가능한 사실에 기반할 때의 장점은 이야기가 대결구도로 흐름으로써 직원이 방어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적하는 부분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3단계: 행동의 결과(Impact) – 큰 그림에서 볼 때 그 행동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부하직원들이 미흡하게 일을 처리하거나, 실수를 하고서도 자신이 크게 잘못했다는 생각을 잘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행동이 본인뿐만 아니라 팀원, 팀 분위기, 고객,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지 못해서이다. 행동의 결과에 대해 기술함으로써 행동의 파급력을 알려주면 직원들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의 파급력에 대한 인식 만으로 조직원들의 변화 준비도를 크게 향상할 수 있다.
4단계: 리더의 반응(Your reaction) - 리더로서 그 행동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가?
직장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부적절하게 여기거나 터부 시 하는 분위기로 인해 리더가 행복하다거나, 좌절, 화남, 당황, 흥분되는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에 많은 리더들이 화나건, 실망하건, 좌절하건, 슬프건 감정을 억누르며 무표정을 일관하다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갑자기 폭발하곤 한다.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리더의 갑작스러운 분노가 부당하거나, 히스테릭하거나, 감정조절을 잘 못한다는 생각이 앞서지 자신이 잘못했다거나 본인의 행동을 개선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부하직원들은 리더에 대해 잘 알기 어렵기에 말하지 않으면 리더가 화났는지 기분 나쁜지 잘 모른다. 고로 피드백을 할 때 감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 당신이 어떤 기분 인지에 관해 논쟁할 수 없다.
5단계: 요청(Request) – 어떻게 변화하기를 원하는가?
원하는 바를 요청할 때는 지시하지 말고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지시는 리더의 입장과 판단에 기반한 것으로 직원의 생각, 가치, 역량, 지원 환경 등이 고려되지 않는다. 이에 질문을 통해 직원이 스스로 가능한 해결책을 찾도록 하면, 직원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대안을 도출할 것이므로 그 대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직원이 변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요청할 수 있다.
다음은 Five step model의 구체적인 사례이다.
사례 1)
김만년 차장님. 제가 들은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어제 차장님이 전화로 소비자 잘못이라며 지금 바쁘니 나중에 다시 전화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사실)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를 설명해주시겠어요(설명/이유)
그 고객은 지금 트위터를 통해 우리 회사에 안티 글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습니다.(결과)
저는 김 차장의 행동으로 인해 회사 이미지 뿐만 아니라 김대리의 경력에도 타격이 될까 걱정스러워요(반응)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요청)
사례 2)
김만년 차장님. 제가 방금 본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프로젝트 미팅에서 박 대리님께 소리를 지르면서 프로젝트 재정에서 손 떼라고 말씀하셨어요.(사실)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설명/이유)
그 결과 회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공포감과 당황으로 회의 시간 내내 입을 다물 있었어요.(결과)
저는 좀 화가 나네요.(반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요청)
갑자기 새로운 방식도 피드백을 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일부 직원들은 리더의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가 미심쩍게 느껴질 수 있고, 리더 본인 역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행동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피드백을 했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원치 않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피드백 연습을 해보면 피드백을 어떻게 하는지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다. 또한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적어 놓음으로써 부하직원의 행동을 바로잡거나 성장을 지원한다는 목표에 벗어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피드백-코칭-성과 프로세스 간의 연계가 중요!
단순히 피드백만을 주는 방법도 개선이 이루어지겠지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6에서 12개월 기간의 저성과자 대상 코칭을 계획한 후 그 안에서 피드백을 제공하고, 코칭을 성과평가 프로세스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저성과자 코칭은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