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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Jan 07. 2024

장욱진 화백의 가장 진지한 고백

주말을 맞이하여 아이와 함께 장욱진(1917-1990) 화백의 작품을 가장 많이 감상할 수 있다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을 방문했습니다.


1관부터 4관에 이르기까지 총 27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 이번 기획전에는 장욱진 화백의 일대기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창시절(1920s)부터 작고(1990)할 때까지 창작한 주요 작품들이 연대기 순으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작품 대부분 평범해 보이면서도 기교나 꾸밈이 배제된 극도로 단순화하여 표현된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본질에 다가가려는 의도와 이를 가장 진솔하게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합니다. 마치 가장 본질만 남기고 모두 빼버린 듯 선과 이미지가 담백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장욱진 작가의 작품 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매우 진솔했던 것 같아요. 부유한 집안의 자제였음에도 작은 그림 위주로 그린 것은 불필요한 과장이나 허세 없이 액기스만을 화폭에 담고자 함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진심을 쏟아내고자 그림을 그릴 때도 이젤을 사용하지 않고 불화를 그릴 때처럼 쭈그려 앉아서 그렸다고 해요.


어떻게 보면 평범한 풍경,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물이나 대상일 수 있는 집, 사람, 물고기, 새, 나무, 마을 등의 소재들이 특별하고도 뭔가 압도하는 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것들이 단순한 정물이나 풍경이 아니라 작가가 인지하는 세상,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는 세상, 본질 등을 담고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그래서 나무의 절반 크기의 새, 집과 같은 크기의 사람, 얼굴만 과장되게 그린 아이, 하늘을 나는 듯한 기도하는 사람, 뼈가 드러난 물고기 등의 표현이 일부러 창의적이고 독창적으로 그리려는 듯 보이는게 아니라 오히려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장욱진 작가의 작품들이 평범하면서 대범하고,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힘을 내뿜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꺼리낌 없이 솔직하고 진솔하게 담아내려는 작가의 진정성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삶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자신의 진실된 모든 것을 작품으로 녹여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어떻게 작품에 반영이 되지 않겠습니까.


                                                                                                        2023년 1월 6일 눈오는 날에 둘째 아이와


1951년 6.25전쟁 때 고향으로 피난을 왔을 때 그린 작품이다. 힘들고 공포스러운 상황을 피해 고향으로 가는 길이지만, 마치 레드카펫을 걷는 것처럼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잘 익은 벼들 사이로 잘 차려입은 신사가 까치들의 마중을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으며 걸어오고 있다. 실제와는 다른 풍경이지만 여기에서도 작가가 진정으로 바라는 심리적 현실이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다.   

*참고로 나는 이 그림이 이렇게 작은 줄 몰랐다. 정말 손바닥만큼 작은 작품이다.

마을(1954), 장욱진. 휴전 직후 피폐해진 상황이었지만, 작가가 희망했던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사람들은 평화와 행복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실제는 비참하지만 이렇게 따스하고 행복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표현된 것 같기도 하다. 

까치(1958), 장욱진

그의 작품에 크고 작게 늘 등장하는 까치. 까치는 작가의 분신같은 존재로 730여 작품의 60%정도에 까치가 존재한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영리한 까치를 통해 편안하고 평범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픈 작가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물고기(1959), 장욱진

파울 클레의 작품이 연상되는 물고기 그림. 물고기의 본질적인 특징만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물고기를 이렇게 둥글고 뚱뚱하게 표현한 것은 어떠한 생각을 표현한 것인지 궁금하다. 

물고기(1964), 장욱진

무제(1970), 장욱진

사실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을 그려놓고 무제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해보인다.^^ 빼빼 마르고 동작만이 존재하는 인간과 앙상해 보이는 나무, 형태만 알 수 있는 집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장욱진 작가의 그림에는 사람들이 보통 이렇게 쭈그려 앉아있다. 쭈그려 앉는다는 것은 삶에 대한 근원적인 태도를 표상하는 것으로 바닥에 안주하지 않는 것, 언제나 일어나 행동할 준비가 된 상태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작가 역시 그림을 그릴 때 쭈그려 앉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무제. 연못(1975), 장욱진

산(1981), 장욱진

기도하는 여인(1988), 장욱진

나무, 집, 사람, 까치.. 장욱진 화가가 애정하는 대상들이 모두 담겨있다. 기도하는 여인은 작가가 인도에 다녀온 1987년에 연재를 시작한 작품으로 하늘로 올라가듯 표현되고, 까치는 아래로 내려가는 듯한 대비가 눈에 띈다. 무언가를 갈구하며 하늘로 오르는 듯한 여인과 땅으로 빠르게 내려오는 까치을 몽환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무엇을 말하고싶었을까? 까치는 이미 천상의 비밀을 알고 땅으로 가는 길일까?


기도(1988), 장욱진

이 작품에서도 기도하는 사람이 날아가듯이 그려져 있다. 왠지 기도를 하는 사람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기도를 하는 행위가 얼마나 현실과 괴리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주관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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