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다양한 업계의 직장인들을 만납니다. 사원, 대리부터 임원, 사장까지 직급도 정말 다양합니다. 업무적으로 만나는 관계지만, 틈틈이 저의 개인적인 호기심을 해결하곤 합니다.
“왜 일하세요?”
쉬운 질문은 아니었나 봅니다. 평범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대답을 얻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 보면 말이죠. 재미있는 건 경력과 나이에 따라 대답이 묘하게 차이가 나더라는 겁니다. 젊은 분들은 사명감, 자아실현 등 ‘돈’ 이외의 가치에 대한 언급이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연배가 있는 분들은 짧고 명확하게 대답하셨습니다.
"돈 벌라고."
뭔가 씁쓸하지만, 저조차도 일한 지 15년 정도 되다 보니 돈이라는 저 대답에 아주 쉽게 동의하는 요즘입니다. 열정으로 똘똘 뭉쳐 호기로웠던 시절엔 사람, 자기 계발, 적성 운운하며 돈벌이 이상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며 ‘돈’에 꿋꿋하게 맞섰던 저였는데도 말입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는 건 뭔가 회의적이고 또 그러면 안 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직장’의 태생과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의외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사업 vs. 취업
누군가 사업을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시작하는 시점이나 이유는 수없이 다양할 겁니다. 하지만, 사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이윤 창출’ 하나로 대부분 수렴합니다. 돈 이외의 의미 있는 이유들도 있을 테지만, 모든 게 돈을 벌고 잘 남겨야 가능한 일이니 말이죠.
그 시간 누구는 취업을 준비합니다. ‘좋은’ 회사를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원하는 회사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자아실현 등의 꿈과 이상은 입사 후 현실에 치이다 보니 희미해집니다. 그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좋은’ 회사는 대체 뭐가 좋은 건지 말입니다. 그러다 깨닫습니다. 복지, 해외 근무 기회 등 취업 때 고려했던 많은 요소들도 결국 ‘돈’으로 수렴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제 이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사명감도 넘치고 사회적 가치도 실현하고자 하지만 당장은 매월 나가는 직원들 월급에 스트레스받는 사장과 월급은 당연히 받아 마땅한 것이고 본인은 단순히 월급만 받으려 일하는 게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직원이 맞닥뜨린 겁니다. 이 둘의 관계는 ‘가치 추구’라는 이상적인 측면에서조차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금이 가고 건조해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돈’만 공통분모로 남게 되고, 각자 가졌던 포부와 기대는 해고와 퇴사라는 각자의 무기 뒤에 숨겨집니다.
안타깝지만 보통의 직장 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종류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일하는 이유를 ‘돈’이라고 대답하는 게 자조적이지만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감정의 개입 없이 시작된 관계인데, 서로에게 상처 주고 때론 서운함마저 드는 ‘감정적인’ 상황이 힘든 건 관계의 태생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 겁니다.
돈이 전부다?
돈이 전부란 말은 결.코. 아닙니다. 단지, 직장 생활을 통해 맺어진 관계의 대부분은 ‘돈’이 관계의 핵심이라는 말입니다. 안타까울 일도 씁쓸할 일도 아닙니다. 월급을 포함한 금전적인 계약 관계가 핵심입니다. 다른 모든 것들은 부수적일뿐더러, 회사는 애초에 감정 소모를 요구한 적도 없습니다. 다만, 인간이기에 서로 부대껴 일하다 보니 감정이 생기는 것뿐입니다.
직장 생활에서 관계의 핵심이 감정이 아닌 만큼 감정 소모로 지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괜한 기대를 했다간 ‘어떻게 회사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혹은 ‘내가 당신한테 쏟아부은 게 얼만데..’와 같은 실망감만 키울 수 있으니 말이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큽니다. 그러니 이해관계 딱 그만큼만 서로에게 기대했으면 합니다.
너무 딱딱해서 인간미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만, 괜한 상처로 속앓이 하는 것보단 그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