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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급발진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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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건니생각이고 Feb 12. 2022

또 이직해?

정착을 강요하는 이상한 세상

이직을 몇 차례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또 옮겨?"


참 이상합니다. 남이사 또 이직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일까요. 그 뉘앙스도 은근 부정적인 게 영 찝찝합니다.


'또 옮기면 안 돼?'
'이직하는 게 쉬워 보여?'
'이직하는데 도와준 거 있어?'


속으로 되뇌는 질문은 많지만 내뱉지 않습니다.


굳이.


참 이상합니다. 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게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뒷받침하듯 회사에는 장기근속자들을 위한 상이 여러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들에게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장치 같습니다만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다만, 오래 다닌 대가로 보상을 받아 기뻐하는 것까진 이해하겠으나, 오래 다니는 게 정답인 양 강요하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사람은 다 달라서 절대 같은 틀에 꾸겨넣어질 수 없습니다. 부대껴서 지내다 보면 어느새 편한 것처럼 착각할 순 있으나 글쎄요. 회사가 왜 이런저런 방법으로 당근을 주는지 생각해 보면 쉬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묘하게 맞지 않는 옷을 입혀 놓고 여러 장치를 통해 불편함이 편함의 한 종류인 양 착각하게 만드는 거죠. '어우 고객님~~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세요!*^^*' 처럼 말이죠.


근데 한 번 고민해 볼 일입니다. 회사야 한 번 들어온 직원이 묵묵히 퇴직 때까지 다녀주면야 좋겠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어때야 할까요? 불만은 애써 삼키고, 언젠간 내 본심을 알아줄 거라 믿으며 충성스럽게 한 회사를 다녀야 할까요?


분명한 건. 회사는 떠나간 직원은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다는 겁니다. 그 직원과 관련된 핵심 정보들은 필사적으로 잘 보관해 두겠지만, 그 역시도 회사를 위한 일이지 결코 떠난 직원을 위해서는 아닙니다. 같이 일했던 동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순 있겠지만 그 역시도 오래가긴 힘듭니다. < 인맥,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까요?>  편에서 얘기했지만, 5년 다닌 회사의 사람들에게 잊히는데 5일이 채 안 걸리니, 기억되고 싶으면 차라리 5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는 게 더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직했습니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연봉을 비롯한 여러 조건들이 나아져서라기보다는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면서 스스로 성장한 느낌 때문입니다. 탈피가 그렇듯 성장하는 과정은 꽤나 고통스럽습니다. 자의적으로 택한 변화이기에 기꺼이 감내하는 거고,  감내에 대한 보상으로 성장이 주어지는 거겠죠.


옮긴 이유는 옮긴 사람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확실한 건, 정착을 통한 성장보다는 변화를 통한 성장을 선택했다는 거죠. 옳고 그른 선택은 없습니다. 선택에 따른 책임만 있을 뿐이죠.


쉬워 보이는 일들은 많지만, 세상에 쉬운 결정은 없습니다. 모든 선택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니 우리,

각자의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서로 응원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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