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를 어떻게 분담해야 할까?
아기가 태어나면 가사를 어떻게 분담해야 좋을지 본격 논의에 들어가게 됩니다. 아기가 없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불어나는 가사이기에 부부 중 누구 한 명도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자칫 '니 일 내 일'을 거론했다가는 그날 밤 잠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겁니다.
"일하고 왔는데 집안일까지 해야 돼?"
시대가 많이 변했고, 계속 변하고 있죠. 퇴근 후 집에 오면 먼저 씻고, '아내'가 차려주는 저녁을 드시던 '아버지'의 일상을 기대하면 안 되는 세상입니다. 밖에서 일하고 왔다는 이유로 가사를 뒷전으로 생각하다간, "난 뭐 집에서 놀았어?"라는 아내의 반격만 불러올 뿐이지요. 돈을 버는 바깥일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 동안 집을 챙겨주는 아내의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돈을 벌고 안 벌고의 차이가 일의 중요도와 비례하지 않는단 말이겠죠.
가사에 있어 남편은 도와주는 거다!?
큰일 날 소리입니다.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도 큰일 날 소리이며,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일반적인 현 시대상을 고려해도 큰일 날 소리입니다. 단지, 남편의 어머니인 '시어머니'는 생각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인 아들이 퇴근하고 집안일'까지' 하느라 못 쉬는 걸 생각하면 맘 쓰이는 게 '엄마의 마음'일 테니까요. 자칫 잘못하여 그 화살을 며느리에게 겨눈다면 이는 '현대판 시집살이'가 될 것입니다. 부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사는 내가 메인!
저도 가사는 당연히 아내의 '주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와준다는 표현만 안 쓰려고 노력했지, 가사를 저의 '주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사를 주제로 허심탄회한 논쟁을 몇 번 거치고 나니, 근본적인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시대의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은연중에 많은 부분들을 '당연히' 아내가 해야 될 일들이라고 치부하고 있었던 겁니다.
분가하기 전 오랜 시간 경험해 몸에 배었고,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있는 '가치관'을 바꾸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당한 권리 주장에도 아직 남아 있는 과거의 잔재 때문에 번번이 좌절을 느끼는 우리 엄마들의 입장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가사를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부부가 서로 나선다면, 서로에 대한 고마움이 배려를 낳게 되고, 이는 육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