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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건니생각이고 Jan 16. 2019

이렇게 이쁜애를 왜 혼내!

악역은 꼭 필요할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 아빠 중 누가 더 엄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오냐오냐'의 참혹한 결과들은 주변에서 너무 많이 봐 왔기에 적어도 둘 중 한 명은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제 아무리 직장에서 악역을 맡은 사람일지라도 아이에게는 좋은 부모이고 싶을 겁니다. 그렇다면 누가 그 '악역'을 맡는 게 맞을까요? 아니, 아이를 위해 누가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할까요?


육아에 오랜 시간을 쏟는 사람이
악역을 해야 한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들이 많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육아를 '주업'으로 하는 건 여성들입니다. 즉,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와 보내는 건 엄마들이기에 자연스레 '잔소리'는 엄마들의 몫이 됩니다. 아기이다 보니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면 허용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잔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면 퇴근 후 귀가한 남편은 '사랑'만 잔뜩 주고 훈육을 위한 쓴소리는 안 하는 게 맞을까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잔소리'는 사춘기 때의 그저 듣기 싫은 소리라기보다는 '사랑'이 가득 담긴 아이를 위한 '진심 어린 가르침' 정도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A, B라고 하겠습니다. A는 하루 종일 아이를 보며 잔소리 하나 안 하고 참고 있습니다. B의 귀가만 기다리는 거죠. 아이에게 넌지시 엄포를 둘 수도 있습니다. "너 이따가 B 들어오면 혼~난다!" 라구요. 퇴근 후 귀가한 B는 주어진 '악역'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아이의 사고를 철벽 방어하게 됩니다.

 과연 아이의 입장에서 어떤 편이 '그나마' 나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둘 다 원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일부러 사고를 치는 것도 아니고, 자라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성장통일 뿐인데 본인도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할까요? 그로 인해 끊임없이 손이 가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부모의 심정도 이해는 갑니다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건강하게’만’ 자라던 아이는 어떨까요? 이래서 '육아'가 그 어떤 경험보다 쉽지 않은 거겠죠. 기적적으로 아이가 아무런 사고도 치지 않고 정확히 부모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해 준다면 더없이 행복하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슬프게도 없습니다.


인내, 인내 그리고 또 인내!

 

 안타깝지만 누가 악역을 하는지는 아이의 입장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의 부부싸움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일 수는 있겠으나, 아이는 그보단 '자기 입장'을 누가 더 이해해 주는지가 관건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을 시기엔 울고, 소리 지르고 때론 물건을 던져가며 자기 의사 표현에 온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말 못 하는 아기를 탓하기보단 그 신호를 못 알아챈 우리의 책임이 더 크지 않을까요? 결국, 참는 수밖에 없습니다. '관찰'을 통해 더 빠르게 그 '신호'를 정확히 해석하면서 참는 일을 줄여 나가는 게 최선입니다. 간혹 못 참고 터질 수는 있으나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인간이 애초에 감정이 있는 동물인데, 그 정도는 너그러이 이해해 줘야겠지요.




 부모 중 누가 악역을 하는 게 맞는지 아이를 키우다 보니 고민이 되어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쓰다 보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란 결론에 이르렀구요. 결국, 무조건적으로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인간의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인 '언어'가 발달하기 전까지는 힘들어도 참고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힘들지만,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한 번 더 믿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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