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건니생각이고 Jan 18. 2019

며느리는 무슨 죄인가요?

아직도 고통받는 그녀들을 위한 육아 아빠의 대변

 시대가 바뀌고 남성들의 육아 참여도가 올라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그분들'의 사고방식이 대부분 제자리걸음인 것만 빼면 매우 긍정적입니다. 과도기이며, 혼란기입니다. 그 변화 속에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건 여전히 여성들입니다. 아니, 며느리들입니다.


 며느리의 도리 첫째는 시부모에게 효도해야 하고 집안을 화목하게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편에 대한 질투를 버려야 하고, 멀고 가까운 친척들을 아끼고 섬겨야 한다. 둘째는 집안 제사를 받드는 일과 손님 대접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계녀서』에 따르면, “제사는 정성으로 정결하며 조심함이 으뜸이니, 제사 음식을 장만할 때 걱정을 하지 말고, 종도 꾸짖지 말고, 크게 웃지도 말며, 어린아이가 보채도 젖을 주지 말고, 정성으로 머리 빗고 목욕을 하되 겨울에 춥다고 이를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며, 빛깔이 화려한 옷을 입지 말고, 손톱·발톱도 깎아야 한다”고 했다. 셋째는 밤낮으로 부지런히 바느질·길쌈·누에치기·음식 마련에 힘을 써야 하고, 일상의 살림살이에 근검·절약해야 한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며느리 [daughter-in-law]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 중앙연구원)


 위와 같은 정의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며느리' 란 호칭 자체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 하여 찾아봤지만, 어원은 확인이 어렵다고 합니다. 때문에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각기 다른 입장에 맞게 그 의미를 갖다 붙이다 보니 결론 없는 논쟁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저 이제 엄마인데요?


 그렇다면 며느리의 역할은 뭘까요? 아이를 낳아 '엄마'라는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막중한 역할이 주어졌음에도, 며느리는 그저 며느리임을 한시도 잊지 말고 ‘그들에게’ 헌신해야 하는 걸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변화 속에 '아들'로 태어난 남성들은 칭찬받을 수 있는 부분이 오히려 추가됐습니다. 조금만 잘 '도와주면', 요즘 세상에 이런 '사위'가 어디 있냐며 뜻하지 않은 칭찬을 받게 됩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당연히 해야 될 일이며, 도와준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는 등의 논쟁은 집 밖으로 새어 나가서는 안됩니다. 돌아오는 건 화살이요, 남편이라는 방패가 있어도 결국 맞고 다치는 건 며느리 들일 테니까 말이죠.


시간이 약이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세대교체가 일어나면 괜찮아질까요? 그분들도 대물림하고 싶지는 않았을 겁니다. 지금도 이미 수없이 참고 또 참고 계실 수도 있구요. 단지, 시대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른 걸 수도 있습니다. 서로 참고 있다는 얘기고, 현대판 세대 갈등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갈등의 대물림은 이번 세대에서 매듭지을 수 있을까요? 나이가 들면서 '우리 땐 안 그랬어'란 생각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수면 위로 올라오고, 때마침 '갈등 요소'가 개기일식처럼 맞닿는 그 순간 쏜살같은 속도로 생각은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가게 될 겁니다. 그 대상이 지금과 마찬가지로 며느리가 아니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여기 넘어오시면 안 됩니다"


 선을 그어야 합니다. 상처를 주고 그에 따른 죄책감이 들어도 명확한 선은 필요합니다. 상처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선을 넘은 사람이지 선 넘어온 사람을 못 챙긴 사람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은 선을 긋기 전에 선을 그을 거라고 ‘사전 공지’ 드리는 겁니다. 선을 긋는 과정이 불편하고 어색하고 또 고통스럽겠지만, 더한 것도 참았는데 눈 딱 감고 한 번만 더 참아보세요. 큰 화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고, 누가 뭐라 할 일도 아니니 맘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육아하는 아빠로서 응원하겠습니다.




이전 02화 이렇게 이쁜애를 왜 혼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