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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Feb 04. 2024

BEAUTY

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

주변에서 미인을 볼 기회가 드물었던 우리들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방영될 때면 네모 박스 앞에 앉아서 흥미진진하게 역전의 드라마에 몰입했다. 발가벗은 바비인형을 훔쳐본 듯이 약간은 낯뜨거웠던 수영복 심사와 화려한 프릴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의 행진을 보며 저마다 심사위원이 되어 평가하기에 정신없었다.


"와. 진짜 예쁘네. 쟤 완전 죽인다."

- 누구?

"52번. 몸매도 죽이고."

- 어떤 사자머리? 저기 양머리?


당시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현하는 후보자들은 머리카락에 볼륨을 넣어 사자머리를 만드는 게 정석이었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나름 있다고 생각했던 편인데, 친구들이 말하는 '예쁘다'라는 감탄사에 호응할 수 없었다. 젓가락 위에 솜사탕을 얹은 듯 커다란 아프로(AFRO) 헬멧을 쓴 머리카락은 영 거슬렸다. 머리를 보면 볼수록 수학선생님이 '가분수처럼 머리가 무거울 땐 분모로 나눠 자연수를 옆에 두고 분자는 작게 두어야 한다'라고 가르친 말이 생각났다. 한편으론 작은 발 뒤뚱거리는 전족의 불편함이 역전되어 혈압이 머리에 몰린 듯한 느낌도 들었다. 대회가 끝나고 과장된 헤어스타일을 풀면 그나마 볼만했다. 그러나 당선자들의 머리 위에서 제거된 사자머리는 잔상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은 TV를 보지 않아서 요즘 미인들의 생김새에 대해 관심이 멀어져 있지만, 최근 인터넷 기사에서 보았던 그 '미인들'이 사자머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답지 않 놀랐다.


"야! 정말 아름답지 않아?"

- 별론데?

"그 친구 어때? 잘생기지 않았냐?"

- 목소리가 그냥 그래.

"왜 뚱딴지 같이 목소리 타령이냐?"

- 안 당겨. 얼굴하고 따로 놀아.

"그럼 어떤 사람이 좋아?"

- 나도 몰라.

"까칠하기는. 격려하는 의미로 예쁘다는 봐라."

- 왜? 자, 모두 수고했어요!


쉽게 "뷰리플(BEAUTIFUL)"을 외쳤던 사람들과 달리, 입에 발린 칭찬 대신에 상대를 물끄러미 관찰하는 걸 즐겨했던 나는 누드크로키 시간에 힘들게 베끼곤 했던 인체의 선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간혹 뻔뻔한 나의 시선을 관심으로 오해하는 상대와 감정적인 마찰은 있었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처럼 묻어버렸다. '감정을 동하게 해야 아름답다는 개념이 생기는 게 아닐까?' '왜 난 너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을까?' 배우들의 표정연기에는 주목했지만, 모델들의 워킹과 신체비율에 관심 있었지만, 가수들의 노래와 음률에 가슴 설레었지만, 탈출을 표현하는 발레리나의 도약에 해방감을 느꼈지만, 현실에서 만났을 때 그들을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름답다'라는 개념은 단순히 시각적인 형태를 넘어서 시냅스를 자극하는 청각적인 울림, 만져보고 싶도록 림을 부르는 촉감, 상대의 것이라면 피가 됐던 땀이 됐던 맛보고 싶은 미각과 죽음을 기꺼이 부르는 향수》까살아있는 오감을 자극해야만 피사체로서 획득할 수 있는 메달이다. 남들이 '아름답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나만의 미학을 발설할 수 없다. 아담과 이브가 먹은 '사과'와 백설공주의 숨을 잠시 앗아간 '사과'가 발음이 같다고 해서 같은 의미의 '사과'는 아니듯이, '아름답다'는 철저히 주관적이다. 파리스가 던진 '사과'에 동조할 수 없는 나만의 관이 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 '전쟁을 일으킬 만큼 아프로디테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


나에게 아름다움은 가끔 사랑과 혼재된 단어로 들린다. 그래서 쉽게 말하기가 더 어렵다.

                  


[YOU inside ME, Are you still Beautiful?] 2024. 01. OPEN-AI DALLE·3 & PHOTOSHOP RETOUCHING by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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