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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M IS EMPTINESS

색즉시공 色卽是空

by CHRIS
[色卽是空, FORM IS EMPTINESS] 2004. 9. 1. NOTEPAD. MEMENTO SKETCH by CHRIS


<色卽是空>


입 밖으로 던져버린 언어는
머리 밖에 끄집어낸 생각은
가슴에서 울려 나온 박동은
핏줄에서 뿜어 나온 향기는
온몸에서 터져 나온 열망은
공기와 같은 색
보일까, 안 보일까

새빨간 거짓과
샛노란 질투와
분홍빛 사랑과
초록색 평화와
푸른빛 청춘과
자색빛 분노와
새까만 정한은
공기와 같은 색
보일까, 안 보일까

여기저기
일곱 빛깔
다른 색들이 모여
피라미드 정점에서
한 빛 이룰 때
발화되는 빛은
공기와 같은 색
보일까, 안보일까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맡을 수 없고
맛볼 수 없고
붙들 수 없고
찾을 수 없는
맴도는 나의 마음
보일까, 안 보일까



<셀피 자르기>


인생은 진통

죽음은 고통

증오는 고뇌
사랑은 시련
남자는 고난
여자는 고초

세상은 역경

진홍빛의 강렬한 경험

주홍빛의 황혼의 노을

익어가는 밀알의 노랑

들판을 포옹하는 초록
하늘의 흩어지는 파랑
보랏빛으로 멍든 파도
바닥에 드리워진 무영

삶을 표현하는 발자국

새기기엔 이내 사라지나
다양하고 색정적인 빛깔

지우기엔 깊이 물드네


2004. 9. 1. WEDNESDAY



간혹 섬광처럼 머리를 때리는 생각들이 엄습할 때면 미래를 보게 된다. 편안한 암흑과 불안한 검정 속에서 육체가 담긴 사물들의 조합은 그 색이 보이지 않는다. 환하게 터지는 빛들 속에서도 정신이 담긴 의식들의 조합은 역시 눈이 부시게 보이지 않는다.


낱말들의 서사시

유즙처럼 흘러나오는 이야기들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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