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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D EYE, ONE SIDE LOVE

외눈박이 사랑, 다짐

by CHRIS
외눈박이사랑.jpg [ODD EYE, ONE SIDE LOVE] 2004. 9. 4. NOTEPAD. MEMENTO SKETCH by CHRIS


외눈박이 사랑은 어리석다.

망막에 비친 상이 마음과 만나지 못하면

일종의 왜곡도 참으로 바꿔버린다고 하지만

실로 진실이라 여기지만

홀로 앞을 내다보는 행동이 못내 미덥다.


대상을 마주 서서 바라보는 건 쉽게 지친다.

외로운 눈들을 지켜보는 것도

서로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져 가는 것도

눈이 아파도 쉽게 말 못 하는 것까지

거짓말이 뻔히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2004. 9. 4. THURSDAY



마음의 열정은 가득했으나 나를 위해선 그 무엇도 시작도 할 수 없었던 시절, 서머셋 몸(William Somerset Maugham)의 소설 달과 6펜스 The Moon and Sixpence》를 읽으면서 폴 고갱(Paul Gauguin)의 삶을 그려보았다. 당시엔 늦깎이 화가 폴 고갱보다 젊었으니까, 내가 나를 바라볼 땐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면서 마우스로 스케치를 했다. 〈황색의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Self-portrait with the Yellow Christ : Autoportrait au Christ jaune>에서 외눈박이의 사랑이 떠올랐다. 특이한 시선을 가지는 사람의 눈 속에서 성스러운 그리스도의 몸체는 산산이 사라지고 거룩한 찬란함도 황혼으로 울긋불긋해진 가을 속에 섞여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거울에 비춰 보이는 것은 신성함도 아닌, 변해버린 시절도 아닌 오드아이가 적나라한 자신의 생경한 눈길일 것이다.


바쁘게 살다 보니 이십 년이 흘렀다. 증권시장이 붕괴하여 자신의 꿈을 찾아 화가로 전업한 고갱과 달리, 나는 아직도 삶을 정리 중이며 끈질기게 생활에 분투하고 있다. 피곤하다고 되뇌면서 마음속에 이야기만 가득한 상태로 세월을 맞는다. 오늘처럼 자정을 넘겨 일할 때가 많아지는 요즘은 후회 없이 한번 해보자는 다짐을 잊지 말자고 다독인다. 모든 것은 때가 있겠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시작을 했고 저지르고 나서 책임을 지는 입장에서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해내고 싶다. 그것이 내 인생의 주인이 갖는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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