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인사
예전엔 말이야.
버드나무 가지는 봄에만
흔들리는 줄 알았어.
아카시아 꽃도 따먹고
사루비아 꿀도 빨고
진달래 밭에 뒹굴고
철쭉 길을 거닐게 만드는 신호인 줄 알았지.
그런데,
꼭 그렇진 않던데?
바람이 많이 부는 이 가을에도
버드나무는 몸을 누이더라.
눈이 아파서 고개를 돌렸는데
거기에 버드나무가 흐드러지게 시선을 붙잡아.
구슬픈 얼굴과 머리칼을
나에게 안기면서
조용히 말하더라.
알겠데.
다 알겠데.
나도 고개만 끄덕였어.
응. 그래.
2004. 8. 30. MONDAY
바람이 가만히 그녀의 마음으로 불어올 때
잠을 자던 소녀는 눈을 뜨고 말했지.
"안녕!"
그러자 버드나무도 거들었다네.
"일어나. 계절이 바뀌었어."
그래. 늦기 전에,
모든 것이 시들기 전에,
일어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