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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Apr 23. 2024

SECRET KNOWLEDGE

Hockney–Falco Thesis | 명화의 비밀

[Hockney–Falco Thesis : Lens, World of Interpretation] 2024. 4. 23. CAPTURING THE IMAGE by CHRIS


비밀을 현인들만이 알도록 감추는 이유는 저속한 자들은 지혜의 비밀을 경멸하고 무시하기 때문이며, 훌륭한 것들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이 고귀한 것을 생각한다면 오로지 우연일 따름이다. 그들은 자신의 지식을 남용함으로써 많은 타인들에게, 심지에 사회전체에 큰 피해를 준다. 그러므로 비밀을 대중에게 숨기지 않고 공표하는 자는 광인보다 더 나쁘다. 그렇다고 지혜롭게 비밀을 밝히면 제법 공부하고 배운 사람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현인들은 처음부터 그런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온갖 수단을 다해 지혜의 비밀을 보통 사람들에게 감추는 것이다.            

                                          

Hockney–Falco Thesis 《Quotation: Roger Bacon, In Secret Knowledge: Rediscovering the lost techniques of the Old Masters by David Hockney



1829년 니옙스(Joseph Niepce)의 혁신적인 실험 이후, 1839년 다게르(Louis-Jacques-Mandé Daguerre)에 의해 공식적으로 자리를 잡은 제 삼의 눈, 광학을 이용한 렌즈의 초상화는 미술의 발자취를 개선하게 했다. 사물을 그대로 기록하던 인간들의 손재주는 정확하게 대상을 실증하는 기술에 의해 대체되고, 좀 더 창의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어색한 표현이 빛의 자리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대상을 보는 것에 있어 서양의 사상은 내부에서 외부로의 발산을 중요시하는 반면 동양사상은 외부에서 내부로의 흡수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 방법이 어떠하든, 세계와 자신과의 관계를 편안히 하는 종합적인 연구가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세계를 그대로 보고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내가 더 즐겁게 여기는 일은 현상을 뒤집어 생각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와 찰스 팔코(Charles M. Falco)는 호크니-팔코 논문 Hockney–Falco Thesis에서 제안한 미술사 이론을 통해, 광학적인 기술이 유럽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증명한다. 시대 연구를 거듭하는 한 사람의 화가로서 그리고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미술이론가로서, 명작들에 대한 경의를 새롭게 조명하는 이들의 서술을 보며, 미술작품에 대한 시선을 가볍게 가지게 되었다.


렌즈를 통한 사물들의 관찰이 거장들이 작품을 제작할 때 공공연히 행해졌고 그 보조적인 사실을 대중들이 모른 채 온전한 작가의 산물로 감탄하고 숭배해 왔다면, 현재의 사진과 미술의 거리는 시각적인 훈련을 거듭한 역사에서 평가의 차이를 갖는 것이 불평등하다는 제기도 가능하겠다. 그러나 지금에서 광학렌즈의 비밀을 안다 해도 강렬한 자극을 주진 않는다. 비밀은 생활의 거리로 흡수되었고 사람들이 경배하는 것은 기술적인 제약을 넘어선 작가가 품은 어떤 정신이니까.


2006. 1. 9. MONDAY




2019년 4월 9일 화요일, 서울시립미술관(SEMA : SEOUL MUSEUM OF ART)에서 열렸던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展>에 미술은 잘 모르는 지인을 대동하고 반나절 도슨트(Docent)가 되었다. 곧 제주로 이주할 분이어서 밥만 먹고 이야기하기보단, 온라인에서만 봤던 호크니 전시를 함께 감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던지 전시를 가던지 문화생활을 한번 하자고 했는데 매번 시간 없다고 미루던 터라 날을 잡은 겸 시간을 할애해서 그의 예술적 소양을 고취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나로선 이미 알고 있는 그림들에 대한 현장확인이기도 했다.


현실적인 발랄한 색채의 구성과 상징적인 영화 장면과도 같은 구도, 판화적 기법이나 콜라주로 구성된 그림들, 소소한 일러스트와 60-7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가주의 사진과도 흡사한 화면은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을지 알아보고 싶기도 했다. 역시 말을 하면 작품 감상은 반감되긴 한다. 옆 사람은 시간이 알차다면서 즐거워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와의 미술관 나들이는 따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길이 업무도 제치고 상태라 굉장히 피곤했다. 눈으로만 작품을 두세 번씩 깊게 응시했고, 사진은 하나도 찍지 않았다.


현재 세상에서 값어치를 가지는 수많은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천재들의 신적인 영감만으로 술술 그려져있지 않다. 어떤 소재든 자신을 계속 반영하여 그리다 보면 그것이 시대의 반발에 부딪히거나 시대와 부합되는 기점이 있다. 확실히 한 분야에서 성공하고자 하면 생성적인 자본의 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인이었던 호크니의 동성애적 취향덕에 보수적인 사회에서 개방적인 미국사회로 이주한 전략적 선택은 유효했다. 현대의 미술세계는 굉장히 구도화되고 계산적이며, 조직화되어 있다. 그리고 그 뒤에 작품의 판매호가를 띄우도록 여러 가지 상업적이면서도 기술적인 정치관계가 엉켜있다. 그 중심엔 가격이 오를수록 관심이 집중되는 중첩된 자본주의의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가끔 매체를 통해 해외의 신진작가 전시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어떤 것을 괜찮은 작품이라고 규정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더불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작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진다. 한국을 떠나기 전,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 잡지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작품이 제일 관심 있었다. 죽음과 부패를 고정화시키는 포름 알데히드로 죽어서도 살아있는 박제의 의미를 실현한다는 의식 있는 작가라는 미술계의 설명에 따라 그의 작품은 어떤지 보러 갔는데, 그때 일하느라 대충 봤던 그의 조각들은 의외로 현장에서 보니 아이들 장난감처럼 심심했다. 가격에 따라 작품의 질이 천지차이면, 싸구려 조각물은 상대적으로 값싼 놀이작품 같이 보이는 것인가. 대상의 실제와의 현실적 조우는 상상보다 반비례의 감상을 가져온다. 근래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과시되는 그의 작업 현장과 작품들을 볼 때면 '이 사람은 완전 연예인이네' 그런 생각이 든다. 부유하고 풍족해서 그런지 거대한 작업장에서 온몸에 물감을 묻혀가며 벚꽃 연작을 풀어내는 모습이 꽃에 미친 엔터테이너 아티스트 같다.


돈으로 타인의 작품을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잃어버린 시절의 한 조각을 산다. 그것은 추억이 될 수도 있고, 감정이 될 수도 있고, 이미지가 될 수도 있고, 생각이 될 수도 있다. 작가가 죽으면 값이 오르는 세계는 아무리 기획자들이 부정해도 계산적으로 소유의 심리를 자극하는 경매 공간에서 적나라하게 존재한다. 무명작가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살인을 계획하고 마케팅을 구성하는 미술관 기획자들의 두뇌게임을 다룬 영화도 있듯이, 자본가들이 기획하는 미술의 세계는 예술적이지 않다. 이름을 남기고 싶으면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재능 있는 사람에게 하늘이 선사한 보답이다. 다만, 지구에서 생명이 붙어있을 땐 인정받기는커녕, 자기의 재능에 대한 자조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살아가는 현실이 가난할 수도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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