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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Apr 06. 2024

BRAIN

뇌섹녀,  Intelligent and Smart Process

[SAPIOSEXUAL : Intelligent and Smart Process] 2024. 4. 5. PROCREATE IPAD. DRAWING by CHRIS



I-UNUS. 뇌섹녀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


사건(事件)이 터지면 일단 감정은 밀어낸다. 울고 불고 화내고 성질내는 건 사건이 해결된 뒤로 순서를 보낸다. 상황을 파악하고 사건의 성질이 될 요소를 관찰한다. 문제를 야기한 장소와 인물들, 피해자와 가해자로 분류된 사람, 참고인과 보조자료도 체크한다. 증거를 수집하고, 누구의 입장에 설 것인지 결정한다. 여기서 대부분, 사회적 정의나 실질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예측과 달리, 뇌섹녀는 가까운 사람을 선택한다. 그녀의 자유와 밀접하고 돌봄이 역전이 된 피의 종속에서 단순히 냉미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그녀만의 감정적인 보상의 방식이다.


인간의 행위에 대해 절대가 존재할 수 없는 상대적인 인간의 판단이 들어가는 법(法)의 한계로 인해, 저울질하는 심판의 연단에서 최고의 이론적 무기는 증거(Physical Evidence)이다. 증거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가시적인 형태를 유지함과 동시에 사건들과의 필연적인 연관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논리적인 이론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선 증거의 유무를 판단한 뒤 사실 속에서 근거의 조각들을 생성해야 한다.


먼저, 사건에 참여한 인물들을 파악하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준비한다. 몇 명이 범법으로 인해 도망가 있거나 이미 구속되어 있으면 인물들의 주변과 신상파악을 위해 주소지, 혹은 직업전선 및 은신처 등을 확인하고 인터넷 서칭과 서면조사를 통해 인물의 생활반경의 소재지 특색부터 파악한다. 생활의 근거 속에서 찾아낸 증거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경우가 많으므로 직접 장소를 방문하여 기본적인 샘플을 채취한다. 관련 자료를 인출하고 곧, 인물들의 성격과 행위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사건 참여 인물들의 주변과 관여된 사람들, 뒤이어 사건의 장소를 방문하고 합법적인 조사관들에게서 자료를 복사하거나 참고사실을 획득한다. 사건에서의 문제점을 미리 파악한 뒤 일차적으로 판결의 방향을 사전 예측한다.


모의실전의 결과, 아군의 패색이 짙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사건의 순서와 인물의 연결고리를 논리적으로 열거한 뒤 재배치한다. 이후 근거지와 사건발생지, 인물의 동선 등을 파악하여 사건의 개요표를 작성한다. 진술과 사건을 모두 도식화시킨 뒤, 사건의 정황과 도덕과 정의와 선악, 옳고 그름의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사건 위로 깔끔하게 포장시킨다. 육하원칙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사건을 기술하고 죄의 유무와 미리 정해놓은 가해자의 범법사실과 피해자의 무죄를 입증한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진리의 회전판에 비스듬히 기대서 판결을 기다린다. 이 과정에서 세 명의 법관이 카드패를 돌리고 변호사와 검사가 간단하게 서면으로 공방을 주고받는다. 결론은 상대편이 가해자이다.


뇌섹녀는 사람들의 환호를 받아도 시니컬하다. 이겨도 져도 허탈하다. 이기면 사실은 사실이 아니고, 져도 사실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법이 주는 단어와 정의에 굉장히 많은 것을 기대하고 올바른 판결을 기대한다. 십 년 이상 종이에 퍼부은 법조계 사람들의 학구열이 사회적으로 권위를 형성하긴 하지만, 이론 게임을 몇 번 하다 보면 진실은 진실이 아니다. 중요한 건 사건을 만들어낸 시작점인데, 그건 아주 우습게도 인간의 어긋난 욕심에서 비롯될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II-DUO. 뇌섹녀가 법(法)을 바라보는 관점


법()에서 바라보는 사건(事件)은 인간사와 달리 모두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고등법학을 초등의 수준으로 떨어뜨려 아주 쉬운 예시 밥과 똥에 대입하여 열거해 본다. 감정적인 인간들은 밥 먹고 똥 사는 과정을 하나라고 본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처럼 불사(佛思)와 이치가 동일한 법()에서 "밥은 밥이요, 똥은 똥이다."라고 말하면 쉽게 이해를 하지 못한다. "밥을 먹으니까 똥을 싸는 게 아닌가요?" 그런 어리석은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생활 용어이다. 그러니까 법()에서는 밥을 먹은 것은 밥을 먹은 것이고, 똥을 싸는 것은 똥을 싸는 것이다.


인간이란 몸체, 즉 한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진행되는 시점은 다르며, 동일한 물체를 섭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먹는 행위'와 '배설'은 다른 말인 것이다. 가끔 중간에서 정체가 일어나면 밥을 먹어도 배설이 되지 않는다. 역류를 유발하는 위장장애나 각종 유해성 물질과 맞물린 소화장애, 유동적인 장 속에서의 변질 같이 별도의 액션이 들어가는 방해요소는 참고인 신분정도로 섹션을 배정한다. 그들에겐 죄가 없다.


뇌섹녀는 인간 행위에 대한 법의 판결과정을 우호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법이 없다면 그것 또한 사회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겠지만 법을 해석하는 주체 또한 감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냉정하고 밀도 있게 분석하면, 인간이 어떻게 다른 인간을 정확하고 공정한 형태로 판결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판결은 각자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의문을 던진다. 일반인들이 법조계 사람들을 영감이나 전문인이라 부르며 존중하지만, 뇌섹녀는 간단한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사람들의 대접받고 싶어 하는 심리와 우월한 자기의식에 도리질을 하곤 한다.


뇌섹녀의 자조적인 시니컬함은 사건처리하러 다닐 때 극도로 발휘된다. 자기 일도 아닌데 남일을 하면서 이게 뭔 짓인가 회의에 젖곤 한다. 꼭 감정적인 인간임을 증명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한다. 사건을 해결했다고 해서 그다음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건 안 일으키겠다고 인간에게 밥을 안 먹일 수도 없고 똥을 못 누게 할 수도 없고, 결국 인간들이 살기 위해선 밥도 먹고 똥도 싸야 되지 않는가! 이것이 바로 뇌섹녀가 당면한 고민이다. 필수적인 행위가 엇나갔을 때 그것을 처리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조력하는 것이 과연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고민이 때가 있다. 




III-TRES. 뇌섹녀의 상아탑 속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


장면기억능력 때문인지 독설 때문인지 뇌섹녀는 학창 시절 천재라고 가끔 불리었다. 천재(天才)와 천치(天癡)는 종이의 양면과 같다. 누가 뇌섹녀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던 뇌섹녀의 자기 분석과는 일치하지 않으므로 상대방의 평가에 무반응이었다.


뇌섹녀는 절대 천재가 아니다. 뇌섹녀는 호기심과 반항심이 높을 뿐, 스스로 답정너가 될지언정 이미 구사된 답정너에는 절대 동조하지 않는다. 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지를 보면 풀기 싫은 거부감을 키우기 때문에 그녀 안에 잠자고 있는 생각을 어르는 방법은, 백지를 주고 알아서 뭔가를 만들어보라는 자율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때서야 뇌섹녀는 이차원의 하얀 백지 앞에서 까맣게 한줄기 생각과 도식을 그어대며 삼차원의 다이어그램(Diagram)으로 펼쳐서 신들린 듯 수십 장을 채우는 특기가 발휘된다. 중학교 때 진행했던 IQ테스트도 대충 찍고 잠을 청했던 뇌섹녀는 주입식 공부에는 진지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녀와 같은 사람들이 있으리라 믿고 IQ테스트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지식욕이 컸던 대학생활은 선생님과 뇌섹녀와의 독대가 강의의 전부였다. 심드렁하고 시니컬한 당시의 뇌섹녀에겐 미래가 별로 의미가 없었다. 삶에 대한 화풀이를 학문적으로 풀어내면 그건 실질적일 필요 없는 이론적이며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될 거라고 여겼다. 대학 전공과 직업 현장 다른 현실처럼 말이다.


일상사와 분리되어 있는 재미없고 형이상학적인 내용에 아이들 졸고 딴짓을 했다. 순수하게 진리와 결부되어 있는 문제에 아무도 질문을 던지지 않았고, 뇌섹녀는 진리를 탐구할 이 좋은 기회에 강단에 덩그러니 놓인 선생님의 모습이 효율적이지 않아서 질문만 던졌다. 뇌섹녀는 똑똑하거나 지적이라고 평가되는 대상이 있으면 그들과 논리를 펼치는 것을 즐겼다. 나이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지적인 토론에서 상대방을 깨면 수십 개 물풍선을 터트리는 듯한  카타르시스와 시원함을 느꼈다. 학문적으로 설법을 격파하고 사상을 재건하는 건 상아탑 속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유리알 유희(Versuch einer Lebensbeschreibung des Magister Ludi Josef Knecht samt Knechts hinterlassenen Schriften)가 아닌가.




IV-QUATUOR. 뇌섹녀의 배반적인 신체감각


육체적으로 힘쓰는 건 뇌섹녀의 취미가 아니다. 어디를 가든 신체적으로 에너제틱하게 보이는 외모덕택에 다들 스포츠를 잘할 것 같다고 권하곤 했지만, 그녀의 뇌만을 사랑하는 부산함으로 인하여, 육체에 대한 관심이 머리에서 떠난 이후로, 외부적 아픔에 무감했다. 덕분에 그녀의 육체는 상처투성이였고 운동 기능들은 회복이 불가능했다.


단체의 규칙을 정한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 하키, 핸드볼, 식축구, 크리켓 종합경기와 뇌섹녀의 독자적 성질은 절대 맞지 않는다. 네모난 판 위에서 장기 말을 다루거나 틀 밖으로 검고 흰 알들을 내보내는 알까기는 굳이 권장한다면 마음 내킬 때 한판  순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장기 말이라는 느낌이 들면 왜 뛰는지에 대한 의문이 올라오면서 마리오네트(Marionnette) 동일시된 자동 연상이 돌아간다. 머리와 팔다리에 실이 달려있다는 그림이 떠오르면, 얼음땡 놀이 할 거 없이 차가운 표정과 같은 뇌의 동결로 인해, 곧 흥미는 제로로 떨어진다.


<달려라 하니>가 좋아했던 달리기, 마리톤도 무리다. 수만 번 접질린 발목과 근육을 잘라낸 무릎, 철조망에 꾀인 아킬레스건, 유리창으로 난도질당한 종아리, 발목부터 무릎까지 길게 금이 갔던 뼈는 비명을 지르며 버티질 못한다. 수영은 수영하기 전에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가 수영 끝나고 다시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과정이 쓸데없이 반복스럽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는 과정도 추가되면 완전 시간낭비다. 등산도 산책 수준은 하는데 장비를 조달해 가며 기 쓰고 정상까지 가는 건 의미롭지 않다. 조정은 뜨거운 해를 맞으며 물 위에서 노를 젓기 위해 팔을 마구 움직이면 갑자기 모터보트의 굉음이 생각나며 왜 이것을 하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에 역시 관심이 없다. 확실히 뇌섹녀는 신체적 경쟁이나 스포츠 감각과 무관한 인간, 'Non Sportive Person'이다.


다만, 예외인 경우가 있는데, 본질적인 뇌와의 친구인 번뇌의 레이다망에 바람을 쐬는 것을 즐긴다. 음악도 듣고 바람도 쐬고 싶을 때, 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다. 자동차나 오토바이크, 모터사이클, 자전거, 스카이점프 콩콩이 타는 것은 즐긴다. 다만 이런 것들도 가끔 폭력적 성향이 돌출될 땐 타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속도를 내고 앞으로 돌진하거나 하늘로 날아가고 싶은 느낌이 올라올 때가 있다. 죽든 말든 가끔씩 뇌섹녀의 뇌도 쉬고 싶다고 아웅 대긴 한다.




V-QUINQUE. 뇌섹녀의 진실구사 언어법


뇌섹녀는 서생이나 책돌이처럼 공부를 좋아한 게 아니라 책을 좋아했다. 유치찬란 무지몽매 두뇌평탄 오만잡탕의 현실 속 지식인들보다 고매하고 우아한 뇌를 가진 책 속의 선인들과는 대화 수준이 맞았다. 공부는 책에 부록처럼 따라오는 배움이었기에 재미 삼아서 했다.


뇌섹녀가 심취했던 토론은 선생님을 좋아하거나 학문을 좋아해서라기보다 상대방이 얼마나 논리적인지 알아보자는 논리야 놀자》와 같은 베틀게임의 일종이었다. 고정적인 생각의 틀을 격파를 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자신의 논리도 격파당하는 것도 좋아했다. 시원한 성격답게, 논리가 격파당하면 새로운 구상을 할 수 있음에 신선함과 즐거움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격파당한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평범한 실력으로 교수가 되거나 일터에서 한자리하고 있으면 정말 쉽게 다 해 먹겠다는 오만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몇몇 교수님들은 뇌섹녀의 스마트함에 반해 교수직으로의 전향을 권유했다. 하지만 책상을 벗어난다고 해도 이론만 되는 연구형태는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없는 뇌섹녀한테는 괴리가 될 게 분명했다. 그래서 단칼에 거절했다.


"별론 데요."


삶을 지탱하는 돈을 반기는 뇌섹녀는 감정삭제의 핸디캡 때문에 열정페이 직업들에 꽂혀 있었다. 업무 수행에 있어서 곧 상황 파악을 끝내면 사장보다 더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밤을 새기가 예사였다. 일에 매몰되면 쥐꼬리 월급도 의미를 상실해 가며 뇌의 활동에 전념했다. 한두 달만 지나면 적은 월급으로 최고의 지성을 초빙하게 된 것을 알게 된 사장들은 모두 뇌섹녀에게 후계자가 되기를 권유했다. 그러나 곧 사건이 터지면 뇌섹녀는 이별을 고해야 했다.


"다음에 봬요."


뇌색녀의 날카롭고 활동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따돌림을 당한 적은 없었다. 학창 시절부터 현재까지 껄렁한 외모와 파워풀한 말발 덕에 패거리에서 에이스를 던져주며 들어오라는 권유는 항상 받았다. 한마디 던지면 다들 황당해 하지만 말이다.


"싫어."


간결하고 정확한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화목하고 거짓된 사회에선 아무도 그렇게 솔직하게 표현을 안 했던 모양이다. 다들 후환이 두렵지 않냐는 둥  두리뭉실 위협하거나 관계가 돈독하면 좋지 않냐고 회유할 때도 뇌섹녀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생각해 보고."


시공을 초월한 직관능력으로 인해 그 누구보다 뇌의 주름이 많은 뇌섹녀는 학창 시절이건 직장 생활이건 사업 모임이건 무리를 짓는 사람들의 뇌가 밋밋하고 평평해 보였다. 간혹 외모나 성격이 취향인 사람들도 있었는데, 시간을 보고 관찰했다가 머리가 안 따라주면 매력이 상실되면서 저 멀리 밀어두었다. 그러니까 머리라 함은 단순히 똑똑한 거 말고 좀 엇나간 듯하면서 똘끼가 있는, 정신 나간 듯 안 나간 경계에 걸터앉아 있는 성격파탄자이지만 나름 러블리한 뇌주름과 한 방향으로 파운딩하는 심장을 소유한 다중 인격체의 다른 말일 수 있겠다. 까다롭다는 말은 그때쯤부터 나온 거 같다. 기호를 밝혔을 때, 의사를 분명히 할 때 말이다.


"관심 없어."


성질 더러운 깡패든 연약한 피해자든 젊던 나이 들던 애건 어른이건 남자건 여자건 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다들 뇌섹녀를 좋아하긴 했다. 자뻑 같지만 뇌를 굴리고 입을 털기 시작하면 찬양가가 시작됐다. 말도 안 되는 뮬란이나 포카혼타스 같은 단어를 붙여가며 밑도 끝도 없는 호감을 사기 위해 뇌섹녀의 외모를 칭찬했지만, 뇌섹녀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유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도와줘."


구차한 문장을 삭제하면 한마디로 인생 구제해 달라는 이야기다. 자기 인생은 스스로 찾아내야지 타인에게 부탁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미 고정 의뢰자가 산재하여 시간이 무척 바쁜 뇌섹녀는 다시 한마디 던진다.


"알아서 하세요."




Ⅵ-SEX. 뇌섹녀의 고뇌와 인생 명제


뇌섹녀는 사람들이 그녀를 무섭도록 계적이고 계획적이라고 말할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뇌의 회로에서 사실을 말할 뿐이라고 말하면 그것을 섬뜩하게 받아들이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이상했다. 사실 뇌섹녀의 생각체계 구조상, 사물을 보면 자동적으로 현상의 분석이 시작되긴 했다.


뇌를 통해 정황적 심리를 읽을 줄 아는 뇌섹녀는 검사가 됐으면 범죄자들의 진술하나는 잘 받아냈을 것이다. 프로파일러나 정신과의사도 뇌의 자동활성의 성향상 직업군에 맞긴 한다. 우주를 탐구하는 물리학자나 과학자도 적합하긴 하는데, 성질이 더러웠던 사춘기 시절 수학선생님과의 마찰로 수학을 손 놓으면서 수적인 이미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수포자가 화학과 물리에서만 월등하면 그것도 이상한 것이다.  


그리하여 뇌섹녀의 뇌과학은 인간에 대한 분석으로 관심의 전환을 거듭했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모두 고객에게 투영됐다. 수년간 전공과 상관없는 형사 민사소송 대리하면서 변호사 역시 뇌섹녀의 명석함에 반해 사법시험을 권유했다. 역시 몇 년 책상에서만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웠고 글만 보고 살기는 싫었던 뇌섹녀는 어느 순간 머리 쓰는 게 지겨워졌다. 분석적인 일 말고 감각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뇌의 사춘기를 넘은 팔춘기적 반항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뇌섹녀의 생의 수단인 뇌를 버려야 할지 말지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햄릿과도 같은 고뇌에 생존과 직결된 불가분의 한 가지 명제가 더 추가된다.


"뇌를 버리고,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직까지도 뇌섹녀는 감각적이지 않다. 사물을 응시하면 뇌에서 회로는 열심히 돌아가는데 감정 동력은 늘어져 기면 중이다. 무표정한 사이보그로도 착각되는 뇌섹녀는 분노, 슬픔, 기쁨, 행복, 사랑. 단어로는 절대 뇌 속의 회로들과 매칭이 안되고 그 의미를 모른다. 감각에 대한 해석이나 감정에 대한 분석은 앞으로 뇌섹녀의 일평생 숙제가 될 듯싶다.


다행히 사교에 쓸 기억력은 간간히 발동되고 있다. 가끔씩 십 년도 더 된 고객들이 지나갈 때 생존에 대한 본능처럼 뇌섹녀의 호객 욕구가 살아나며 이름, 특징, 대화들을 용케 기억해서 입 밖으로 꺼낸다. 당연히 그들을 기억해 주면 보상으로 돈이 벌린다.


이렇게 훌륭한 기억능력을 가지고 왜 한순간 망각을 선택했는지 뇌섹녀도 모른다. 감각이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기억의 재건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냥 천천히 시간과 동조기를 켜봐야겠다. ON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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