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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Apr 11. 2024

DRUNKENESS, NO LONGER HUMAN

자살충동머큐롬, 人間失格, 陽地를 비낀 사람들

[人間失格, 斜陽, 太宰治 だざいおさむ] 2005. 4. 19. COLLAGES? or DRINKING?


人間失格, 斜陽 - 太宰治 다자이 오사무는 나의 자살충동 머큐롬

퐁당퐁당 자살호수에 돌을 던지는 냇물과 개울물 질질거리는 구색

마취되지 않는 모르핀. 끝도 발도 없는 아편. 중독되지 않는 술구덩

너와 술잔을 돌린다. 집 안이든, 집 밖이든, 국가 간이든 전쟁 반대

바보들. 천치들. 멍청이들. 死구라들. 사악하고 납작한 나부랭이들




一次. 요조와의 술자리에서 – 약간 덜 마른 기색


자네, 사진과 기억 사이에 비밀회로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았나? 시간이 저장되고 사람이 넣어지고 그 순간의 영혼이 기록되는 사진. 단지 잘나고 못났다는 외모적인 평가를 끌어내고 관심을 가졌다고 말해지는 통속적인 감정만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야릇한 불쾌감이 주름진 화공 약품과 빛의 조화를. 우리의 몸체는 사진기와도 같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네. 생명의 은근함은 재로 화하고 불길한 죽음의 냄새가 풍기는 화로처럼 말일세. 무릎 꿇으면 다리가 저린 것처럼 감정도 확연하게 저렸으면 좋겠어. 난 간혹 놀란다네. 주변에는 나하고 생사가 정면으로 비낀 인간들이 싸구려 푸랑쿠소시지나 돼지창자로 만든 순대처럼 줄줄이 늘어있는데, 간들 맞은 심사를 적어놓은 책장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거 참, 나와 더러운 발바닥을 마주하는 인간들이 꽤나 있단 말이지. 다자이도 그런 놈 중에 하나였어. 놈이라! 다시 밸이 꼴린 게야. 술 한 잔 걸치면 나는 반말의 독충이 되어간다네. 밥 먹는 것도 지겨워.


여보게, 인간실격, 이런 말이 좋단 말일세. 야밤에 구라 까는 것도 인간쓰레기 같은 나에게 어울리는 일이지. 자네가 ‘인간실격’이란 말을 쓰기 전부터 세상엔 시벌놈들이 많았어. 똥 구덩이에 왁스칠을 하면서 암캐의 꽁무니를 쫓는 병신이나 돈독에 올라 부엌에서 지랄 같은 돈놀이를 펼치는 병자 때문에 이제 이런 인간실격이란 단어는 고상한 욕 축에도 끼이지 않게 되었지. 더 이상 축배를 들 수도 없네. 미쳐버린 공포에다 머리를 감고 있으면 동물의 본성만이 떠오른다네. 어제 내가 한 자위행위는 약도 되지 않을 만큼 생존 수단인 거야. 나는 세상 사람들과의 행복 관념에서 비껴간 것일까? 원, 갑자기 기분이 곤두박질치는구먼. 한 때 미소년의 음성처럼 낭랑하던 아이는 어디로 간 건지 물어보게 돼.


절친한 친구가 실연을 했다네. 실연이라 함은, 천진난만하고 낙천적인 몰입에서 벗어나는 낭만적인 탈출이라고 보이는가? 사랑한 지도 오래되어서, 실연 뒤의 폭풍이 익살스러운 서비스로 바뀐다는 것을 잊게 되네. 나는 공허한 눈을 가진 물오리인 겐가. 부끄러움이 없던 차에 성성한 사자탈을 쓰고 손님상에 내어줄 박카스를 꿀떡꿀떡 마셨네. 옻칠한 장롱처럼 괴벽만 늘어가지, 존경이고 나발이고 없구먼. 서글픈 처세술이야. 인간들은 남이 불행해도 얼마나 태연하고 의연한 걸음걸이를 가지는가. 꼿꼿한 허리에 새긴 명랑한 불신은 맑고 밝은 세상의 통조림 속에 절어있네. 신용의 껍데기를 말아 젖힌 고독한 냄새를 풍기는 자들이 다가오는군. 하지만 힘 좋은 그들과 매번 잘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야비하고 우묵한 얼굴을 하고 있지. 그건 마음에 든다네. 3급 정도의 하급귀신이 돼서 잘난 표정을 들이밀면 표창을 주는 놈들도 있지만 구린 놈들은 어렸을 적 자주 빠지던 푸세식 똥 간보다 모험적이진 않다니까. 자네는 술과 담배, 매춘부가 좋다며? 일시적으로나마 그게 대인공포로 눌은 마음을 달랜다면, 난 술과 섹스, 커피 정도가 좋겠네. 입맛대로 남창을 고르려면 불법인 이 세계가 비합리적이란 생각도 드는구먼. 적적함을 한 폭 걸치고 바위로 올라서려면, 밤에 나가기가 쉽지가 않아. 감시받는데 돈을 꾸기도 쑥스러운 것이지. 주정꾼의 키스나 가난뱅이들의 포옹은 별 취미가 없네. 같은 종자와의 번식은 믿을 수 없이 친화감을 조성하거든. 잡스러운 유화껍질은 부담스럽고 종속적이지 않은 연인들과 발을 묶어서 바다에 뛰어들 만큼 음란한 마술을 펼치기도 싫군. 한동안 좋아했던 조잡한 잡지들을 보고 있으려니 성질이 까다로워지는구먼. 도시의 얌체들은 호리기에는 정말 얌체야. 차라리 추억이나 씹으며, 나른한 상실감을 달랠 한 잔의 압생트가 좋겠어. 자, 원샷!


아, 술이 안 깨는군. 하기사 깨어 봤자, 제 정신일 때의 세상과 나사 빠진 이 세상이 뭐가 다르겠나. 쭉 자빠져있게. 내일도 그 이튿날도 똑같이 정신을 잃어버린다면 관습이 지휘하고 있는 큰 환락을 순조롭게 피할 수 있을 것이고, 자네에겐 슬픔이란 존재할 틈도 없을 테니까. 그동안 멍청했는가? 돌멩이가 놓여있으면 현명한 걸음걸이로 피해 가는 두꺼비들도 있는데, 우리는 그 앞을 필사적으로 넘으려고 짧은 다리를 폴짝이지 않았는가? 무슨 병신 짓거리인가 말일세. 우울한 기분을 달래려면 벚꽃 동산에서 누어야겠어. 벚꽃은 일본 쪽발이 동네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강하게 그것은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 거라고 말해보겠네. 탐험 의욕 넘치는구먼. 자넨 벚꽃에 얼마만큼의 벌꿀이 서려있는지 아시는가? 나도 잘 모르겠네. 꿀을 희롱하며 음주가무를 삼는 분주한 벌들만이 알겠지.


아, 검소한 행복. 공전과 자전을 반복하는 이 지구는 왜 행복 같은 것은 소쿠리에 넣고 섞지 않는가! 처녀성을 파괴한다는 폭죽이나 게걸스럽게 터뜨리며, 세월 묵은 전쟁을 일삼는 파괴만 널어놓고서 늙은 내장 위에다 아이들이 토한 우유로 비린내를 씻지 못하는 세상. 부끄러움 뒤에 뻔뻔스러움만 남기고 선과 악은 뒷걸음치겠지. 죄와 법률도 그러하고, 꽃과 바람은 항상 반대어가 되어가는구먼. 공연한 기도를 한 적이 한번 없어도, 술이 깨면 쓸데없는 염려만 불끈 솟는 건 무슨 일인지, 불면의 밤은 수면제로 치유될 수 없는 지병이야. 싸구려 독기가 내장을 망친다는데 화주만큼 샛길로 빠질 비상구는 없는 것이라네. 깨끗한 눈으로 얼굴을 닦고, 계집아이 노래에 울어봤던 날도 언제였는지...


자네가 빠져들던 알코올 중독과 모르핀 압박은 수상쩍은 인간의 냄새를 너무 짙게 해. 미치광이란 소리는 무절제를 대변한 것일 테고, 그립던 날들은 아무 데나 흩어진 흰머리처럼 고스란히 세월을 흘려보냈구먼. 요조, 당신 이름 맞는가? 입에 달라붙지 않는 엿가락 같아. 자넬 착하고 경우 바른 사람으로 기억하는 건 언제나 머리 좋은 술집마담뿐인가 보네. 잘 자게. 다음엔 편한 얼굴로 보세.




二次. 가즈코와 툇마루에 앉아 – 또 다른 진홍빛 얼굴


태양이 비껴간 자리는 언제나 불길한 어두움의 그림자가 감돌아. 태평스럽고 부드러운 그늘까지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을 오싹하게 만들지. 네가 자주 떠올린 말이 생각나네. ‘작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재작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전년에도 아무 일이 없었다.’ 바보, 아무 일이 없기는 왜... 가즈코, 나도 의문스럽다. 왜 아름다운 사람들은 빨리 죽지? 물푸레나무를 꺾어서 광주리를 만들던 가녀린 손가락, 어린 단풍나무 잎을 빨던 조그만 입, 금작화를 따서 검은 머리칼에 꼽는 미에 대한 욕구, 벚나무에 취해서 차 한 잔 마시던 자태들은 빨리 사그라들어. 가슴속에다 똬리를 튼 뱀 한 마리. 그 녀석이 독을 뿜으면 우리들은 죽는 것일까? 너는 귀족출신이라며? 인생의 괴상한 점이란 살면서 고귀한 것은 생활습관이지 사람은 아니라는 거야. 뱀이 죽을 땐 목메는 소리를 낸다는데 들어봤니? 옛날 우리 집 근처 논두렁에는 물뱀들이 꽤 많았어. 아저씨들이 그 놈들 숨 쉴 새도 주지 않고 주둥아리를 잡아채서 구워 먹었거든. 입 벌린 뱀에는 긴 나뭇가지가 꽂혀 있었지. 단지 탁탁, 붉은 혀에서 나는 불꽃소리와 약하게 비린 살 냄새만 맡았어. 결국 숨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단다. 그래, 어쩌면 입이 닫힌 사람은 목메는 울음도 시원하게 터뜨리지 못하고 죽을 거야. 슬픈 일이지.


여름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름에 죽는다는 말을 믿어? 너의 어머니가 그러셨다니까, 내 어머니는 어디 보자, 가을꽃을 좋아한다고 하셨어. 커다란 국화, 휘몰아치는 향기가 좋데. 장례식이 떠올라서 많이 우울했어. 장미를 좋아한다고 해도 사철 피는 장미를 닮아 매 계절 죽을 수 없겠지. 우리 생은 하나니까.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허전함, 이것이 불안이란 감정일까?’ 잊히지 않는 네 동생의 말인데, 아쉽게도 빼먹은 게 있구나. 불안은 그런 것만이 아니야. 누군가를 많이 때리고 난 뒤에 살점이 덕지덕지 피 묻은 회초리 나무와 그 갈라진 결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 너의 것도 남고 나의 것도 남는 망가진 형상. 왜 꼭 때려야 하는 거니.. 비올 듯한 잿빛 하늘과 모란빛 털실 마당이 어울리지 않은 듯 정말 궁합이다. 커가던 어느 날, 남들보다 조숙해지면 게으르고 거짓말투성이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이후로 자라지 않았어. 딱 한 계단 어려진 채 돌부리에 박혀버렸지. 어른도 아니고 어린아이도 아닌 상태로 덜 자란 그 자 눈은 허공에서 맴돌게 된 거야.


난 일정정도의 거리감을 좋아하는지 가까울수록 애칭을 불러본 적이 없어. 너의 M.C는 세 번이나 바뀌었더군. 단순히 지랄 맞은 변덕 때문일까? 상황에 순응하는 연약한 너의 감정이라고 생각할까? My Chekhov, My Child, My Comedian. 무엇이 진짜일지 너만이 알겠지. 모두 진심일지도 몰라. 우리는 꿈을 품었었고 맷돌 같은 작은 생명은 아이로 컸지만, 여전히 내 꿈은 고독한 씨앗과 같아. 내일 무언가 할 일이 있으면 마음껏 술독에 절지도 못하고, 충혈된 눈은 혁명에도 반응하지 못하는 잠든 게으름이 되는 거지. 피땀은 이상적이지도 않네. 잡종의 무리들에게서 시달리고 있는 동안은!


나의 인격은 아직 분열하지 않았어. 아무렴, 그럴 거라고 여겨. 질기고 강건한 모태에는 행복했던 수유시절이 있었거든. 형태 없는 교전 속에서 면역체계는 많이 무너졌어도 눈까지 풀리지 않았어. 그런데 말이다. 눈두덩에 붙어있던 순결은 타버렸구나. 화창한 봄날에 火葬된 가슴은 끊어졌어도 비리지 않을 텐데, 우리는 타지도 못한 젖은 장작이야. 아, 이제 나와 얽히는 것도 싫겠지. 좋아! 너는 빼주도록 할게. 정정해서, 나는 완전히 타 버리길 사모하는 시궁창 별이야. 유성이 떨어지면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있지만, 파열된 유성은 팽창하는 우주에서 흔적이 없지. 나 충고해도 될까? 소원을 빌지 마. 흔적 없는 이별은 괜히 서글프니까. 착한 사람들은 자연사를 하겠지. 고통 없이.


술이 깨고 있다. 듣지 않을 사람에게 지껄이는 건 재미없어. 행위가 들어가면 사람들은 머릿속을 열어보길 꺼려해. 바보 같은 자신감은 오직, 나에게만 유용한 뻔뻔스러움이지. 나는 상술이라곤 전혀 없어서, 경제적 활동에는 제로야. 눈을 감고 사모하는 자는 눈을 떠서 하늘을 봐야지. 이제 한 밤의 방황을 끝낼까? 현실보다 기억이 더 아름답다는 것은 모순 같네. 이만 술자리를 마치지.





                종려나무 숲의 가지는 길다

              너에게는 간혹 짧다

            어디를 잡고 있는가

          상관없어

        우리는 모두 그 숲에 있으니까

      덫

    쥐약

  생매장

질식동굴

  자살충동 머큐롬은 진하다

    문제없어

      말리고 있는데 금세 닦이니까

        응급처치용이야

          중요한 건 人間失格이고

            斜陽이란 거지

              의미는 없어



2005. 4. 19. TUESDAY




정말 혼자 취한 모양이다. 용감하네. 예전 나의 주정부림을 보다 보니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술만 취하면 사람들이 불러대는 전람회의 [취중진담]도 있는데, 나는 술김에 하는 말을 싫어했다.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그만하라고 해도 또 하고. 노래방에서 취중진담 선율만 나오면 손에다 술 깨라고 물을 챙겨줬다. 살면서 정신 차려도 될까 말까인데, 정신 놓고 말하는 이야기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에 술 취한 사람들 옆에서 말똥말똥 눈을 뜨고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정말 개판이었다. 그들도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고 나도 몰랐다. 그들이 주정거리면 나는 옆에서 불만스럽게 주절거렸다.


"지금 뭔 소리를 하고 있는 줄이나 알긴 아냐?"


그런데 아무도 듣지 않았다. 열심히 자기 말만 했다. 뭐가 그리 답답한지, 뭐가 그리 억울한지, 뭐가 그리 슬픈지 주정뱅이의 한탄은 그치질 않았다. 나도 혼자서 밤에 술 한잔씩은 좋았다. 남들 앞에서는 취하지도 않았는데 혼자서는 취했다. 알딸딸하면 이래저래 주정을 부렸다. 대학교 다닐 때는 술을 마셔 가면서 수업을 들었다. 취하지 않았으니 괜찮았다.


"그래도 돼? 선생님 아시면?"

- 뭐, 이 정도야.


물 같았던 술도 이제는 맛이 없다. 요즘은 술을 마신다. 술도 받는다. 중독도 잘 안 되는 체질이다. 하나 꽂히면 죽을 때까지 할 것 같이 매달려 있다가, 또 흥미가 떨어지면 아예 관심도 없다.


다자이 오사무(だざいおさむ)인간실격 人間失格의 내용이 무엇인지 기억도 안 난다. 사양 斜陽》까지 옆에 적어 놓은 것을 보니 1차로 '인간실격'에, 2차로 '사양'에 취해서 알지도 못하는 요조하고 가즈코한테 완전 주정 짬뽕을 부린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 말을 하는데 뭐라고 하는지 분명 모를 거라 생각했나 보다. 이건 인간실격이나 사양의 감상이 아닐 것이다. 그냥 새벽 세시 반에 써 놓은 술주정이다. 분명 이 책들을 보기는 봤는데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난 인간실격이네, 빛도 꺼져가네'라고 생각하면서 혼자서 주절거렸나 보다. 남들 앞에서 주정은 한 번도 부려본 적 없지만, 혼자 있으면 주정뱅이처럼 중얼거리고 싶다.


아무도 없겠다, 미쳤다고 하든 말든 내가 알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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