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 극(劇)의 폐쇄회로에 가까워지기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you.
사랑은 너에게서 영영 눈을 뗄 수 없는 것인가.
아님 너에 대한 마음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아직 신의 계시를 받지 못해서 작가가 되지 못한 남자가 있다. 알코올 중독자에겐 풍류를 즐길 줄 알았고 게이에겐 사생활을 중요시했다는 완곡어법으로 부고란을 적던 그는 어느 날 ‘무방비상태’에 놓여있던 빨간 머리 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했다. 런던의 초행길에 낯설었던 그녀가 뉴욕식으로 걷다가 택시에 부딪히던 날!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가 물었다.
“당신 애인이요?”
어깨에 기댄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하며 말했다.
“그렇소.”
그리고 마법처럼 그대가 눈을 떴다.
“Hello, Stranger?”
청아한 너의 목소리, 그대의 이름은?
“앨리스 에어리스”
입가에 떠오른 웃음. 누군가의 삶을 훔치고 보고 빌리는 생에서 진실이란 과연 무엇일까?
내가 인터넷으로 운명의 상대를 찾는 걸 포기한 이유는 전인류와 통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진실보단 거짓말이 가득하니까. 그래서 그저 혼잣말만 지껄이기로 했다. 글만 보고 서로를 어떻게 알겠나. 얼굴도 보여주지 않았고 과거도 말하지 않았는데? 좀 더 나가 보랴? 외모를 설명하고 섹스를 나누고 감탄을 내뱉고 토론을 해 볼까?
^!#&$%!@!%^%%!%!@&@OUXXXXXXX.
숨차다. 그런데 이 말, 전부 사실일까? 어느 순간 기대감을 포기했다. 가까이 다가가도 금세 멀어지는 건 순간이니까. 사랑도 미움도 아픔도 그리고 진실과 거짓말까지, 우리에겐 오직 선택만이 남았다.
친구들하곤 좀처럼 섹스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꺼낸 적도 없고 상대의 내밀한 상황엔 관심도 없다. 어제는 영화를 본 감상으로 한줄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갑자기 친구에게 말했다.
"난 섹스가 담배 같다. 피고 건네고. 네겐 섹스가 술 같구나. 끈적하게 달라붙지."
끝이었다. 뚱하니 할 말이 사라졌다. 녀석이 낄낄댔다.
“.. 흐하하... 이러다가 5년 정도 지나면 체위까지도 서로 낱낱이 까발리는 거 아니냐?”
그러게 말이다. <클로저 CLOSER> 이 영화에서는 모두가 동물같이 체위를 논하고 섹스를 했는지가 연인들의 집착과 분열의 선에 놓여 있었다. 친구와 나, 우리 둘 사이에서 더 이상의 섹스 논란은 이혼소송에 필요한 배우자의 변태적 성적 분란에 대해 말할 때 빼곤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4년의 터울. 4명이 벌이는 로맨틱한 염증.
기자. 사진작가. 피부과 의사. 스트리퍼.
다들 발가벗기는 꼬리뼈를 흔들며 드러내는 건 무엇일까? 이들의 언어와 감정은 다치고 조각나며 배움을 거듭한다. 그렇다면 뭘 배웠지? 짧다.
“사랑은 순간, 진실은 선택.”
그럼 순간을 구성하는 것은 감정밖에 없지 않은가. 사랑은 감정인 것이다. 사건과 구조와 이야기는 시간이 모여 만든 것이기에,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진실은 어디에 놓여있는 것일까? 내 삶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날 적어가는 당신은 어떻게 나를 알지?
니콜스(Mike Nichols)의 영화는 한 편의 연극이었다. 말은 물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장소는 분절되어 있었다. 극본, 배우, 관객을 위한 무대. 등장하는 네 명의 인물도 자전차 네 바퀴째 소품으로 변했다. 문이 열리고 닫히면 세월은 건너뛰었다. 사랑도 물건 건네듯이 암컷과 수컷사이에서 놀았다. 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돌려대는 진실과 거짓말로 이뤄진 유쾌한 회전바퀴 교미식(交尾式). "사랑은 그런 거라고, And so it is," 노래가 흐르는데 너무 웃어버렸다. 완전 사랑을 놓고 으르렁거리는 동물들! 그리고 한순간 그쳤다. 멈춰있던 한 여자는 우울증을 만들어가며 존재를 확인한다는 말에서.
볼 때는 재미있었는데 감상의 흐름이 복잡하기보다는 씁쓸하다. 역시 사랑은 승리를 논하는 전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친구는 피부과 의사는 심리학자가 돼야 한다는 둥, 철저하게 복수하는 폼이 무섭다는 둥, 침을 튀어가며 말을 했는데 글쎄다. 이 극에선 그 누구도 자신의 위치를 가진 이가 없었다. 사랑의 윤전을 밟으며 누가 누구를 차지하고 버림받고 잘나고 못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극이 시작되면서부터 네 바퀴를 굴리는 징조가 어긋나게 만든 또 하나의 누군가가 있었거든. 시작부터 끝까지 어딘가 진실이 박혀 있었는데 아무도 듣지 않았다.
“My name is Jane Jones”
그녀가 실마리일까? 사실 혼잡한 감정의 시장통에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감독, 그리고 극작가. 그대들은 너무 영악한 거 아니야?
담배를 끊었다며 사양하던 사람들은 담배를 물면 중독에 빠진다. 우리에겐 기억의 환영이 존재한다. 실재의 원형이 사라져도 사랑이라는 중독에 매달린다. 사랑이던 담배던 섹스던 관계던 진실이든 간에, 끊고 피고 다시 끊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회전 속에서 허구를 만들다가 만지고 보고 느끼고 들으며 달려드는 가운데 과연 진실이란 있을지 없을지 궁금해진다.
서로 만드는 게 사랑인가? 그럼 '짐승(Buster)', '자기야', 같은 애칭은 기억하면서 태어날 때 걸쳐진 이름은 평생 동안 날 짊어진다고 해도 기억하기엔 너무 강렬한가. 사람들은 글도 그림도 사랑도 영화도 음악도 그 안의 진실도 허구인데 그 우물 속에 목숨을 건다.
패트릭 마버(Patrick Marber)의 글을 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극을 쓴다는 것은 재미있는 놀이지 않은가.
2005. 2. 9. Wednesday
시간을 망각시키는 놀이 속에서 우리는 현재를 잊기 위해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그 중독감에서 벗어날 수 없나 보다. 여유로울 때 내부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야겠다. 비밀을 알고 싶다면 당신은 문 뒤에 있기를 바란다. Wait, CLOSER.
The Blower's Daughter | Damien Rice
And so it is just like you said it would be
Life goes easy on me
most of the time
And so it is the shorter story
No love, no glory
No hero in her sky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And so it is just like you said it should be
We'll both forget the breeze
Most of the time
And so it is the colder water
The Blower's Daughter
The pupil in denial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Did I say that I loathe you?
Did I say that I want to
Leave it all behind?
I can't take my mind off o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you
Til I find somebody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