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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y 21. 2024

THéâTRE D'OMBRES

Christian Boltanski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 그림자 극장

[THéâTRE D'OMBRES, Christian Boltanski] 2005. 11. 14. PHOTOSHOP MIXTURE IMAGE by CHRIS


동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빛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좁은 벽면에 비친 그림자는 나의 동작을 모사하지만 진정한 나의 모습인지 알 수 없다. 죽음에 대한 정체는 규명하기 어렵도록 반사와 굴절을 거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의 명제는 논리와 이성이 결합되었다고 믿었던 과거의 실험들을 배반하는 말이 될지 모른다. 생각하지만 나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나는 존재하지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소비할 시간을 제공하고, 동시에 그들의 시간을 요구하는 드라마와 연극, 영화처럼 개인과 집단의 의지를 전달하는 매체의 콘텐츠들은 무의식적으로 공통의 화제를 발견하도록 테제(These)를 정립해 간다. 그러나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다양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그림자는 하나의 중심을 갖도록 보는 이의 시각을 억압한다.


인도네시아 의식에서 전이된 그림자 연극을 설치작품에 적용하여 인간의 시각적인 투영, 내면의 공포, 죽음의 관조를 해설했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거무죽죽한 죽음을 저장고에서 꺼내 천착해왔다. 그는 어둠의 교훈에서 꾸준히 말했듯이 비록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경험들과 비슷하면서도 불규칙적인 쇼크를 허락하고 있는 이 세계는 맹신을 불러일으키는 투영물에 지나지 않음을 재차 상영한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너의 의식의 일부를 뭉뚱그린 그림자일 것이며, 그것은 의지와 반대되는 모습을 지니고 있는 대리자로서의 총체일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깨우침이다.


오브제에 행해진 실험은 설명에 따라서 증거를 달리 갖는다. 빛과 그림자처럼 공통적인 상호관계를 갖지만 개인마다 다른 해설을 끌어낼 수 있고, 삶과 죽음처럼 반대의 행로를 향해 인도하기도 한다. 비극과 행운은 같은 말일까? 말할 수 없다면 침묵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영원히 혼란스러운 숙제다.


내가 사는 곳은 그림자 극장(Théâtre d'ombres). 나는 과연 어떠한 존재일까 

2005. 11. 14. MONDAY



크리스티앙 볼탕스키는 특정한 예술사조 운동에 가담한 바는 없지만 인간 존재에 대한 실존적이면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조망한다. 홀로코스트(Holocaust) 기간 동안 연달아 일어났던 인간성의 패배나 너울지는 죽음들, 기억의 상실과 같은 주제를 떠올리게 하는 작업들은 깊은 동굴 속으로 의식을 초대한다. 그림자 극장은 빛과 그림자라는 극적이며 촛불의 움직임 같은 신화적 율동을 통해 대비를 이루면서 인간 존재와 그 안의 실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상자와 스크린과 같은 투영물속에 담긴 해골이나 잘린 머리와도 같은 형태들은 매스 미디어에 길들여진 현재의 사람들 같기도 하고, 기억 속에서 악몽으로 남은 어떤 날의 초상으로 보인다. 그림자 극장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빛이 존재하는 어떤 곳이라면 그림자를 비추는 현실이 존재하듯이,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상기하게 만든다. 

 




내 안의 미술적 감성을 마술로 바꿀 그날까지 무엇이 진실일지 모르지만 당신을 향해 걸어간다.

Until the day I turn my artistic sensibilities into magic, I walk towards you, uncertain of what is true.

2013. 11. 30. SATU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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