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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y 22. 2024

HERB RITTS, ALONE IN THE CROWD

허브 릿츠 | 유명 속의 고독, 시간적 관점에서의 '순간'의 인식론

[ALONE IN THE CROWD, HERB RITTS] 世宗文化會館. 2016. 3. 16. PHOTOSHOP COLLAGES. PHOTOGRAPH by CHRIS


"나는 누가 묘사되었는지가 중요하지 않는 사진을 사랑한다. 당신이 아주 유명한 남성이든 유명하지 않은 여성이든 상관없다."


"I love a picture in which the reference of who is portrayed doesn't matter. You can be a very famous man, or not a famous woman." by Herb Ritts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는 상관없다. 나는 유명하지 않은 인물에 존재감을 부여한 사진을 사랑한다." <허브 릿츠>


허브 릿츠(Herb Ritts)의 사진들은 '유명 속의 고독(Loneliness in the Limelight | loneliness in fame)'이란 주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오랫동안 보아왔고 알고 있던 얼굴들에게서 익숙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발견하는 동시에 대중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는 듯한 흔적들을 엿보았다. 시장(Market)에서 '유명(有名)'이란 바람에 날리는 검은 쓰레기봉투 같은 환상이다. 얼굴을 가리거나 제거해 버리면 사회 속에서 몸뚱이만으로는 특별한 이름을 가지기 어렵다. 시간을 거슬러 남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하는 사진 앞에서 발걸음이 무거웠다.

2016. 3. 18. FRIDAY




시간적인 관점에서의 '순간'의 인식론(Epistemology)
MADONNA, [TRUE BLUE] COVER ALBUM. 1986. PHOTOGRAPH by HERB RITTS ⓒ Herb Ritts Foundation


마돈나의 최근 얼굴은 부자연스럽다. 얼굴에 화학적 액체를 넣은 다시 얼굴은 탄력을 잃어버린 위태로운 풍선처럼 보인다. 인생 육십도 넘었는데, 표면적으로 어떻게 더 매끄러울 있을까? 마이클 잭슨 또한 흑인이란 존재에 대한 시대적 편견과 사회적 열등감, 대중적인 유명함을 획득하려 사육된 시간들 때문에 그 많은 돈과 명성에도 불구하고 백색의 망각과 화학적인 변화에 의존했다. 자아를 갉아먹고서 내면의 혼동이 가득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해하는 경향이 있다. 변치 않는 시절의 증명사진을 바라보며, 실제는 초라한 모습임에 슬퍼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감을 두려워한다.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렸다고 평가받는 허브 리츠의 작품들은 대중적 인식과 비인식의 섹션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 자넷 잭슨, 브리트니 스피어스, 머라이어 캐리처럼 팝스타 아이콘(ICON)들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연출한 비디오 섹션과 리처드 기어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잭 니콜슨을 찍은 할리우드 시리즈, 그리고 1990년대 신디 크로포드나 크리스티 털링턴, 나오미 캠벨 같은 슈퍼모델들을 담아낸 유명의 시기, 유명함분열이 일으킨 고립감과 외로움을 상징하듯이 얼굴을 교묘하게 가리고 신화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 기이한 식물이 되어버린 발가벗은 인물들의 고독한 시기가 동시에 배치되어 있었다. 


대중에게 표현되는 얼굴과 스스로를 낱낱이 드러낸 얼굴은 다르다. 대중에게 인식되는 얼굴과 스스로를 보여주는 얼굴 또한 다르다. 인간의 전체는 항상 예술적인 소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머리라는 생각의 창고는 얼굴과 함께 인식(Episteme)을 형성한다. 전위적인 포즈와 역동적인 움직임,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려버리면 우리의 시선은 그저 몸짓만을 따라간다.


시간은 흘러간다. 세월에 거스르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붙잡을 수 없는 것들에 매달린다. 하지만, 우리가 놓쳐버린 것은 외부에 있지 않다. 순간은 이미 지나갔고, 그 순간은 잡을 수 없다. 지나간 순간에 대한 대가는 크다. 정돈되지 않은 현실은 이미 벌어져 있고, 평범한 일상 또한 망가져있다.


나는 타인들과 함께 있는 순간 속에서도 작품들을 때면 지난날을 떠올린다. 순간에 매몰되는 것은 유명인이나 일반인이나 모두 지나칠 없는 유혹이다. 벗어나고자 했던 그날들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다. 그때 그 순간을 직시하지 않았다면 나는 과거로 역행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 거룩한 예지보다 더 맹렬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실이다.    




ALONE IN THE CROWD 군중 속의 고독

'인기(Popularity)' 혹은 '명성(Fame)'이란 단어에 걸맞게 타인에게 이름이 알려지는 상태라면 자존감이 높아져야 하는데, 유명해지면서 대중으로부터 소외감이 높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관점에선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A라는 특정한 대상이 있다. A가 본인의 재능에 따라, 혹은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운대가 맞아서 명성을 얻고 인기가 높아지면 불특정 다수라고 불리는 대중(大衆)은 A를 하나의 지표로 인지하게 된다. 대중적인 관념에 따라 인식된 A는 자본의 세계에서 타인에게 인지된 숫자가 많아질수록 몸값이 높아지고, A를 규정하는 세계의 단어가 생기며, A가 원하던 원하지 않든 간에 사회적인 값어치를 유지하기 위해 방어적인 비밀을 형성하게 된다. A의 행동반경은 규정되어 있지 않은 행동과 생각의 확장된 범위에서 대중들에게 인지된 만큼의 범위로 점차 그 반경이 좁아지고 인간관계 또한 한정되게 된다. 대중의 인지도를 넓히면서 실질적인 외부의 힘을 갖기 위해선 정치적인 언사를 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의 내면이 단단하고 지적인 자립도 가져야 하며 사람에 대한 태도도 비정해야 한다. 대중은 신비한 비밀은 원하고, 그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캐기를 원한다. 실제로 비밀이랄 것도 없는데, 비밀을 만들어서 안고 있어야 하는 평범한 존재는 외부의 고정적이고 한계적인 인식 때문에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기 어렵고, 내면적으로 단절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평범한 인간인 A가 인기를 얻는 과정이며, 그 안에서의 고립감을 갖는 방식이다.



십 대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있는 순간에 생각의 차이가 느껴지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전이 오고 가지 않는 소규모 학교 집단에서 유명함은 의미 없으므로 연예인들의 자괴감과는 다른 형태였다. 한마디로 무리 속의 고독(Alone in the Crowd)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타인에게 특정한 감정은 없었지만, 물리적인 집단 속에서 타인과 유리되는 기분은 낯설고도 이질적이었다. 함께 있으면서 혼자라 느끼는 것과 혼자여서 혼자인 것은 다른 상태이다. 밤이 다가오고 적막한 순간이면 생각이 자유로워지면서 상상도 가득해졌다. 홀로라는 것은 인지하는 순간은 정서적으로 고립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시간의 흐름이 보였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안 될 땐 사람을 만나면서 풀기보다, 조용히 홀로 있는 방식이 생각의 수면도 가라앉고 정신적으로도 충만한 기분이 든다. 지속적으로 타인과 나를 분리한 순간의 인식이 모여 현재의 나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An Undefined Ambiguity of a Neutral Presence
Tatjana Veiled Head (Tight View), 1988, PHOTOGRAPH by HERB RITTS ⓒ Herb Ritts Foundation


여성과 남성의 경계에 있는 중성적인 면에 큰 매력을 느낀 허브 릿츠처럼,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있는 존재에 많은 이들이 설명되지 않은 매력을 느낀다. 나 또한 내 안의 남자와 여자, 복합적인 인식의 자아와 바깥의 여자에 대한 경계에서 퉁명스러운 모호함과 변질되는 억눌림을 가져왔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성적인 내면을 가진 인간은 사회에서 결국 태도를 정할 수밖에 없다. 이미 시각적으로 확정된 표면의 얼굴은 사회에서 순응하여 살아가지만, 내면의 목소리는 자신을 잊기 어려운 이들에게 스스로 베일을 걷으라고 종용한다.




인기(人氣), 신기(神氣), 광기(狂氣)

아이린 카라(Irene Cara)의 [페임 Fame]을 듣고 있다. 앨런 파커(Alan Parker) 감독의 영화 <페임 Fame>의 주제곡이었는데, 아이린의 목소리와 음악 리듬은 시원하고 흥겹다. 뉴욕 예술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음악과 발레, 노래와 연기, 춤과 연극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좌절과 고통을 넘어 꿈을 향해 다가가는 이야기는 성장기의 누구나 그려봄직한 이상이기도 했다. 우리는 인기를 얻으면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녹지 않고서도 자신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인기(人氣, Popularity)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사람의 기운을 빨아들이면 그만큼 그것을 토해내지 않을 땐 스스로를 망치게 된다. 기운(氣)이란, 하나의 정신적인(Spiritual) 운동에너지이고 그 사람을 감싸는 대기권(Atmosphere)의 성질을 지닌다. 인기를 신기(神氣 Spiritual Energy)로 돌려 말해보자. 집중된 기운을 뜻하는 신(神, God)은 보이는 것을 뚫는 갑 중의 갑이다. 신성한 기운과 영적인 에너지는 한 곳에 과하게 모이면 강력한 정신적 운용으로 인해서 발산하지 않는 상태가 될 때 신기를 담은 그릇을 파괴시키거나 그릇을 그저 그릇의 역할로 남게 한다. 광기(狂氣 Madness)는 미칠 듯한 감정이 솟아 넘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마니아(Mania)라고 뜻하는 것 또한 하나에 미쳐있는(Crazy) 상태를 뜻한다. 인기, 신기, 광기 이 모두, 기운의 역할이 하나로 모이는 현상을 가리킨다. 따라서 기운을 담는 육체는 하나의 형태일 뿐, 정신적 작용이 과하게 모이면 본인의 의지대로 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파헤치고 싶은 비밀은 작용원리를 살피면 간단하다. 다만, 사람들은 표면만 바라보기 때문에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자괴감에 빠진다. 인기, 신기, 광기에서 멀어질 필요가 있다. 능력치를 발휘하기 위해 하나로 모든 것을 집중시키면 그 기운을 견딜 만큼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나 아닌 것들에게 휘둘리게 되어있다. 모두가 추구하는 인기의 작동원리는 바로 이러하다. 주체감이 사라지고 인형이 되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다. 인기인들이 자살을 하는 이유는 함성이 사라지고, 고요함이 찾아왔을 때 스스로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기를 가진 무당이나 영매자들은 사실 본인이 아닌 상태이다. 자신을 찾기 위해선 신기를 나눠주며 남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광기는 스스로를 잃었기 때문에 어떤 자각의 상태에도 머물러 있지 않다. 그래서 광기에 사로잡힌 순간 신과 인간을 뚫는 작품들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광자(狂者)가 되면 슬플 것 같다. 광인이 되기 전이라면 더욱더. 그런 상태로 넘어가지 않고서도 마음 편히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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