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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y 12. 2024

SLIGHTLY OUT OF FOCUS

로버트 카파 ROBERT CAPA | 전쟁과 평화, 生과 死의 경계선

[Slightly out of focus, Robert Capa] PHOTOSHOP MIXTURE IMAGES. EDITED by CHRIS


"종군기자는 군인들보다 술과 여자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자가 될 수도 있으며 자유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게임의 결정적인 장면에서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이들과 다른 점이다. 도망쳐서 돌아간다 해도 그 이유 때문에 총살당하지 않는 것이 종군기자의 운명이다. 이 말에 걸까, 저 말에 걸까, 어느 쪽인가에 한판 승부를 거는 것도, 최후의 막판에서 자기의 목숨을 걸거나, 돈을 몽땅 주머니에 쑤셔 넣고 꽁무니를 빼는 것 또한 모두 자기 마음인 것이다."


Robert Capa, in the Slightly out of focus



죽음은 언제 다가올지 모른다. 오늘의 출정으로 살지 죽을지, 이 한방으로써 승리할지 실패할지 전혀 알 수 없다. 위험한 게임에서 미지수의 승산을 바라보고 소신을 지키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마음의 운용만큼 통제하기 어려운 게 없다. 내 것인데 배반을 잘하고 방심하면 포커스가 흔들린다.


전쟁은 삶의 공제력을 실험할 수 있게 만든 도구로서의 운용물이다. 대체의학과 첨단과학의 기반에 전쟁으로 사살된 인간이 이용된 사실로 현대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아직도 전쟁의 상처는 작게는 내 아버지의 귓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고, 크게는 여전히 지구촌 어딘가를 들쑤시며 진한 고름을 내도록 만들고 있다.


나는 전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전장에서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가끔 전쟁터만큼 삶을 절실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전쟁이 낳은 상처는 현재를 현재로 살아가게 하는데 과도한 값을 치르도록 만든다.


로버트 카파(Robert Capa)는 유독 흔들리는 포커스를 택해서 숨 막히는 접점을 예상하도록 이끈다. 카메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풍요롭게 죽음을 지피는 검은 연기와 선명한 피의 향연을 보는 것에 익숙해졌어도, 로버트 카파의 흐릿한 사진들은 사건사고를 알리는 여타의 사진들과 달리 시공을 걷고 죽음을 직시하게 한다. 홀로 가만히 있는데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감지할 때가 있다. 그들이 죽던 살았던 말이다.


2006. 6. 8. THURSDAY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직관적이고 과감한 사진 서술(Photographical Description)은 세상으로 향한 시각적인 관찰의 총을 당기고 싶게 만들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어느 인민전선파 병사의 죽음 Loyalist Militiaman at the Moment of Death>의 순간 촬영은 에스파냐 내전을 대표하는 사진으로 그의 상어 같은 날카로움과 공격적인 채집으로 보였으나, 멕시칸 슈트케이스(Mexican Suitcase)에서 발견된 연출논란 때문에 그의 사후 더 이상의 진위 판단이 진행되지 않았다. 1944년 6월 6일 촬영한 11장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사진들 The Magnificent Eleven> 또한, 유실된 필름이 필름유제의 뜨거운 감광적 실수인지 조작된 연출인지 알 수 없지만, '약하게 떨리는 손(Slightly out of Focus)'이 만들어낸 초점을 상실한 명성은 여전하다.


기획적 의도와 사실적 현실에 대한 사진의 진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로버트 카파는 튀르키예 냉전 다큐멘터리 제작 및 존 스타인백과 폐허가 된 소비에트 연방을 취재함과 동시에 1차 중동전쟁을 취재한다. 그는 1954년, 1차 인도차이나 전쟁 취재 도중 지뢰를 밟아 사망한다.


1947년 로버트 카파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데이비드 시무어(David Seymour), 조지 로저(George Rodger) 등과 함께 설립한 사진 에이전시 <매그넘 포토스 MAGNUM PHOTOS>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기치를 걸고 사진의 자율성과 작품의 저작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을 대표하는 자유 보도사진작가 그룹이다. 매그넘의 사진들은 현재까지도 인간에 대한 비밀을 순간 속에 보여주며 세상에 대한 자각을 이끌고 있다.


"전쟁은 나이 들어가는 여배우와 같다. 사진은 점점 잘 안 받으면서, 점점 더 위험해진다."

"This war is like an actress who is getting old. It is less and less photogenic and more and more dangerous." Robert Capa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만큼 진실을 드러낼 수 있을까? 전쟁이 길어질수록 아름다운 여자와 남자를 떠나 그 흉측한 시간의 모습에 사진도 안 받지만, 파괴적인 형상은 인간의 의지를 파괴하고 희망을 마르게 한다. 끝나지 않은 인간의 싸움은 어디쯤에서 종결이 가능한지 의문스럽다.  




전쟁과 평화 vs 생(生)과 사(死)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면 모든 것이 평화로워지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전쟁 뒤엔 치유가 불가능한 검붉은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다. 요란한 총성의 전쟁은 살갗에 피를 튀긴다. 소리 없는 전쟁은 심장에 붉은 피를 직격 한다. 전쟁 없이 살고 싶다는 희망과 파괴 뒤에 생(生)이 있다는 필연적인 숙명이 충돌하는 이 비겁한 세상.


돌덩이 같은 모순의 결정들을 파괴하고 싶다는 욕망이 인다. 조용히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평범한 인생을 고대하지만 그렇게 살기가 가장 힘든 것처럼.  


우리는 액션 뒤의 파급을 고려해야 한다.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이 두 단어는 친구처럼 들러붙어 있지만, 원래부터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생(生)과 사(死), 이 둘의 숙명적이고 불편한 조합처럼 말이다.

2013. 6. 21.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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