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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y 12. 2024

WAR PHOTOGRAPHER

James Nachtwey | Up Close and Personal

[War Photographer, James Nachtwey 2001. Documentary] 2005. 11. 23. PHOTOSHOP IMAGE MIXTURE by CHRIS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Robert Capa.


로버트 카파의 유명한 명구로 서막을 연 영화 <전쟁 사진작가 War Photographer 2001>. 대상에 대한 섬세하고 저돌적인 밀착취재, '업 클로즈 퍼스널(Up Close and Personal)'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제임스 낙트웨이(James Nachtwey)의 긴박한 사진여정을 따라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이십 년간 전쟁 사진기자로 살아온 일상은 전혀 일상답지 않게 소요가 들끓었고 불편한 연기가 감돌았다.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전시의 사거리는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적인 평온함까지 물리치고 있었다.


사람이 잔인해질 수 있다면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전쟁이란 극한 상황은 심연에 갇힌 정한 감정들까지 순식간에 마비시키고 만다. 르완다, 코소보, 인도네시아, 팔레스타인...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탄 지옥행에서 입을 막지 않을 수 없는 역기가 올랐다. 전쟁, 기아, 질병, 이산, 고통, 상처, 비명.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사치인가!


뭉툭한 만도로 목이 잘려나가고 총알 한방에 팔다리가 끊기고 배고픔에 등가죽이 달라붙은 채 바닥을 기는 사람들. 거친 폭도들의 열정과도 같은 죽음이 화면을 메워나갔을 때 낙트웨이의 침착한 대응이 유독하니 이상하게 보였다. 현장을 고발하는 총질. 시체에 들꽃을 뿌리는 아이들 옆에서 말없이 셔터를 누르고 노출계로 떠나감을 배웅하는 자들의 곡성을 재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시 망연했던 건 사실이다.


시청자들에게 세상의 아름답고 멋진 이미지를 각인시키면서 적극적인 소비를 권유하는 광고나 패션 옆에 이러한 충격적인 죽음을 찍은 사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자각은 다행인가? 조금이라도 비극의 현장에 많은 이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그의 희망이 이뤄지길 바랐다. 그리고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행위가 혹여, 불행과 슬픔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이용한 것은 아닌지 항상 고민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믿고 싶을 정도로 그는 성실하게 카메라를 드는 사람으로 보였다.


너무 냉정하게 일을 해서 인간적인 애정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싶지만 비통함에 절은 많은 사람들은 그의 카메라를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었다. 그는 비극적인 사건의 중심에서 증인으로 살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사진은 역사의 결정적 증거이기도 하다. <Testimony>라고 정한 전시제목은 잊을 수 없는 이 역사적 기록들이 반복되지 않는 교훈으로 남길 바라는 그의 작은 소망을 담고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얼굴을 가지게 된 것은 나 아닌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양식화된 문명의 코드가 전시(戰時)에서는 딱딱한 괴물처럼 변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떨쳐내지 못할 것 같다.


2005. 11. 23. WEDNESDAY



대상에 다가가서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진실은 어떤 것일까? 얼마나 가까이 밀착해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인가? 로버트 카파(Robert Capa)는 나에게 카메라 접근법을 알려주었다. 대상에 충분히 다가가서 사물의 실체를 발견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이는 현실적인 거리감을 말함이 아니다. 바라보는 객체를 삶의 한 조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대상 내부로 깊숙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말한다.


카메라를 팔고 자유를 얻었던 나는 기능적인 표현의 수단이 사라진 상태에서 경제적인 자유를 얻고서 나를 놓아줄 때까지 렌즈를 제거한 생육의 시선 속에 사람과 세상을 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들면, 그때는 세상에 어떤 방식으로 헌신할지 고민한 뒤에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사건에 대한 진실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진실된 이야기를 말하는 것 또한 내 삶을 증명하는 증언의 한 형태다.


나를 수십 년간 괴롭혀 온 내부의 문제의식으로 인해 외부의 전쟁이 쉽게 지나치기 어려웠다. 감정선을 제거한 얼굴은 전혀 고생한 흔적이 없어 보인다. 세월의 흔적만이 표피에 하나 둘 쌓이고 있다. 세상 소식을 듣다가 흠칫하게 되는 것은 나를 만들어 낸 시간들 때문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려되는 문제에는 시선이 날카롭기를, 편안함과 즐거움에는 몸이 무뎌지기를 긴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이익과 욕망이 충돌하는 곳에서 수많은 이름의 전쟁이 발생한다. 우발적인 충돌은 싸움이며, 계획적인 충돌은 전쟁일 것이다. 조직화되고 거대해지는 세계에서 폭발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참혹한 참상이 살아있는 육체에 뿌려진다는 것이 현실의 눈을 찌푸리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우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말 작은 한 점이다. 황홀해 보이는 우주도 한 점인데, 그냥 부단히 변화하는 우주의 법칙에 순응하여 살아가기에는 설명되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을 지워낼 수 없다.

2013. 7. 13. SATU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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