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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y 14. 2024

MAN RAY, INSPIRATION

정보와 영감의 사이에서, 레디메이드 인생

Between Information and Inspiration
Man Ray. 1890-1976


"당연히 기술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고, 더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왜'라고 묻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정보보다 영감을 선호해 왔다." <만 레이>


"Of course, there will always be those who look only at technique, Who ask 'how', while others of a more curious nature will ask 'why'. Personally, I have always preferred inspiration to information." Man Ray


만 레이는 사진에다 다양하게 회화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2차원+2차원 = 3차원. 이처럼 간단한 기법으로 초 현실의 세계를 불러올 수 있다. 대상에 대한 반복되는 진행은 명암을 반전시키고 종결된 대상에 문자와 기호를 새기면서 대상은 현실을 탈출한다. 사진에 덧입힌 스케치, 깁스에 흘린 낙서, 재미있는 소묘. 현실을 복사한 장면 위로 흐르는 가벼운 터치는 복잡한 심리를 굴절시키는 인식의 꼬리표로써 영화적 기법에 자주 사용된다.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발상(發想)을 생성하고 자극하는 대상을 발견하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의 의식은 꾸준히 확장되고 있지만 서로의 생각이 뭉쳐지는 미래로 달려갈수록 우주의 일부와 결합한 지구의 생성물들은 유한용기에 무한자를 널리 증식한다. 작은 세상 큰 세상 상관없이 형상(形相)의 빈틈을 응시하면서 자주 질문을 준비해야겠다. 모두가 소유한 자기(瓷器)에 자극을 유약처럼 바르는 사람만이 창조의 선을 밟게 될 것이다.

나는 ‘왜’라는 질문이 마음에 든다. ‘어떻게’ 보다는 좀 더 궁극적이고 포괄적이다. 기술과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정신을 자극하는 본질을 아우르는 단어, "왜!" 좀 건방진 듯 하지만, 정지된 상대에게 던지는 도발적인 발언이다. 
사람은 짐승보다 본성이 거칠어도 동물들이 지나친 세상은 기발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있다. 급변하는 토질은 천천히 습득해도 늦지 않겠지만, 시초를 넘나들며 생의 급전환을 이뤄내는 자기의식은 통찰하고 싶다. 영감(靈感)이란 삶의 어디서든 튀어나올 스프링이므로 기본을 갖추고서 인간을 담은 작업을 실행하는 동시에 개성적으로 형상화했으면 한다.  


2005. 1. 29. SATURDAY



예전엔 기를 쓰고 영감(Inspiration)을 얻으려고 했다. 감정이 사라져도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글을 적고, 자동적으로 눈에 영사기를 틀어댔다. 감정이 없어도 사물에 전율을 일으킬 수 있을까? 요즘은 삶에 집중하느라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지 않는다.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었다. 삶에 대한 의문은 언제나 끝없이 계속되기 때문에 열쇠를 찾는 것에 몰입 중이다.  




Rrose Sélavy, Somewhat Readymade
Marcel Duchamp, (Rrose Sélavy) photograph by Man Ray


당신의 메이크업, 그리고 드레스업. 우리들의 놀이가 시작되는 밤은 흥미롭다. 별난 성적 취향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어때? 이런 번잡스러움, 얼마나 가식적이고 유려한가! 너는 진하게 화장을 하고 반지와 팔찌도 끼고, 나는 술에 취해서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인생이란 레디 액션(Ready Action)을 위해 준비된 상태(Ready-Made)이다. 나는 물레 도는 길에서 가장 빛나는 너를 선택할 뿐이야! 아, 아름다운 한 떨기 꽃. 이것이 인생이다.



그대의 입술엔 립스틱이 어울리지 않다.

당신의 검붉은 입술은 내 것인 걸. 내 것!

누가 나임을 알까? 알아도 뭐 달라지는데?


2005. 12. 13. TUESDAY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 Ready-made》이 딱 어울리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과 만 레이(Man Ray)의 약소한 도착적인 게임. 헛바람이 나오는 두 예술가의 기술적이고 표면적인 장난질은 웃기기 그지없다. 


"뭐 하세요?" 


어질러진 세상에서 태평천하가 올 수 없는 암울한 현실에 대한 지식인들의 역발상적인 놀이는 마르셸 뒤샹(Marcel Duchamp)의 또 다른 이름처럼, Rrose Sélavy, 장미꽃 같은 인생으로 보인다. C'est la vie!





맛있는 정보를 주는 대상보다 삶의 스파크를 던지는 사람에게 조금 더 시선이 머문다. 달콤한 아이디어의 샘물은 어두운 밑바닥을 가진 사람이 조금 더 깊으리라.

2013. 12. 20.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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