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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un 22. 2024

ALBERTO GIACOMETTI

Walking Towards Truth | 진실로 나아감에 대하여

[Walking man, Alberto Giacometti] Seoul Arts Center. 2018. 2. 10. PHOTOGRAPHY by CHRIS


상대방의 생각을 읽고 나눈다는 경험무조건 유쾌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상적으로 보이는 머나먼 대상에 대한 동경은 거리감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 거리를 좁히거나 넓히는 운동성이 발현되는 순간 굳건히 믿고 있던 안정된 상태는 파괴되고 만다. 전쟁과도 같았던 혼란한 시기가 지나고 나면 극한으로 몰고 가야만 전율을 느끼는 표현의 방법들이 부담스럽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조각들은 '스스로 오롯하게 서 있는 것'이라던지 '앞으로 나아감'에 대한 부단한 생각거리를 남겨주었다. 또한 창조자의 삶과는 별개로 피조물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사회에서 단단한 생명과 확고한 지위를 가질 수 있음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대상에 대한 가치는 의미를 부여하는 자와 호응하는 자들의 상호작용에 따라 변하게 된다. 유명(有名)과 무명(無名)의 사이에서 예술(ART)은 상처로 가득 찬 여물지 않은 나에게 자유와도 같았던 단어였고 따라가고 싶은 인생의 지표였다. 삶을 찾아서 멀리 돌아가고 있는 나에게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한 말은 인상적이다.


"나는 예술에 매우 관심이 있지만 본능적으로 진실에 더 관심이 있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점점 다르게 보인다."


"I am very interested in art but I am instinctively more interested in truth. The more I work, the more I see differently." <Alberto Giacometti>


무엇이 진실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고독하고 무심한 세상에서 더 큰 삶의 흥미를 찾고 있다면 머나먼 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2018. 3. 6. TUESDAY




Asymmetric Feeling
 [Annette IV & X, Alberto Giacometti 1901~1966]


왼쪽의 서글픔 그대 아는가? 왼쪽 뇌는 오른쪽을 관장하고 오른쪽 뇌는 왼쪽을 관장한다. 코메티의 아네트(Annette) 시리즈는 왼쪽이 폭탄 맞아 내려앉은 것처럼 가난하게 움푹 파였다. 눈, 코, 입술은 놀라움에 절었다. 지식은 맹렬히 뛰고 있지만 감정은 철저히 조롱받았다. 관찰이 필요한 반쪽의 인생이랄까? 감정만 정상이면 괴로운 거야.



그대는 언제나 왼쪽만 본다.

머리 좋은 얼굴로

나의 오른쪽에 섰던가?

반쪽의 슬픔은 너무 모른 채

네 감정 잊고서 웃는 얼굴만

그렇게 사랑한다 말하였으니.


2005. 4. 13. WEDNESDAY




March Towards an Unknown Future
[L'homme qui Marche II, Alberto Giacometti, Italian-Swiss 1901-1966]


알베르토 자코메티(Giovanni Giacometti)의 얼굴 주름은 두껍게 구겨진 겨울 코트의 한 면 같다. 굵게 선 그어진 얼굴을 차가운 손으로 한번 만지고 싶다.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실존에 대한 느낌과 그의 조각은 많이 닮아있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보내고 전쟁이 시작되면서 그가 본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자코메티의 작품은 자신이 반해버렸던 목적 없는 상실과 깊은 절망과 슬픔을 얼마나 표현하고 있는가. 그의 데생이 좋다. 회색빛 스케치. 이을 듯 말 듯 대충 그려댄 곳에는 알 듯 모를 듯 아픔이 있다. 약간 채색을 곁들인 그림들도 좋다. 번져버린 그곳에는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을 상흔이 있다. 휘영청 걸어갈 가는 다리를 붙잡는 발바닥 아래로 판자가 박혀서 보는 눈이 아프긴 하지만 조각도 시선을 끈다.


2004. 10. 9. SATURDAY




예술의 전당에서 2018년 2월 10일에 알베르토 자코메티(Giovanni Giacometti)의 전시를 보았다. 전시공간에는 자코메티의 조각들과 그의 생전 영상들이 있었다. 그림으로만 보았던 그의 작품과 실제의 느낌은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걸어가는 사람 Walking Man>은 그의 작품을 조망하며 명상을 할 수 있게 방석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조각품으로 변해버린 그의 작품들과 누벨바그(Nouvelle Vague) 분위기를 닮은 흑백의 짤막한 영상들을 보면서 풍요로움과 가난, 고독과 소외감에 대해 생각했다.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이 찍은 빗속에서 거니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조각과도 닮았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들은 모두 뼈만 남아서 걷기도 힘들어 보였다. 흑백무성영화 배우와도 같던 그가 천착했던 죽음과 실존의 문제는 전쟁의 시기를 겪은 그 당시 예술가들에게 모두 내재되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1- 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여동생과 친구와 같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죽음의 부조리함과 무상함에 대해서 고민하게 했다고 그가 밝혔듯이, 세상을 바르게 보는 것은 어려운 법이다. 그의 아버지인 후기 인상파 화가 지오반니 자코메티(Giovanni Giacometti)는 어린 알베르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화가란 제대로 볼 줄 아는 자여야 한다. 미술을 공부한다는 건, 결국 보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잊지 말아라.”


자코메티의 조각은 내가 대상과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하듯이 그만의 거리감이 있다. 자코메티는 조각을 했을 때 작아지기만 하는 크기에 고민하다가 대상과의 거리를 두는 방식을 가지면서 현실에서의 실체감을 가지게 된다. 내가 추구하는 사물과의 거리감이 '두 발자국'이라면, 그는 '열 발자국, 스무 발자국' 이렇게 대상과의 거리를 멀리 두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대화하기엔 서로의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타자와의 감정적인 거리는 그가 좁힐 수 없는 인간에 대한 간극처럼 보인다. 나는 타인과의 거리가 멀지는 않다. 서로를 직시하고 바라보기 위해서는 너무 밀접해서도 안 되지만, 또한 너무 멀어지지 않는 거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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