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RIS Jul 05. 2024

MODIGLIANI OPERA

모딜리아니 오페라 | 360° 파노라마와 같은 예술가의 삶

[MODIGLIANI OPERA: Death of Modigliani] 2018. 6. 25. Reggia Di Caserta, ITALY. PHOTOGRAPHY by CHRIS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차분해질 수 없고, 당신이 떠나감에 평화로울 수 없다. 바라보는 행위나 관찰, 의미가 담긴 시선에 반응하는 건 내 안의 나를 많이 담고 있는 자의 특징이다. 밝은 것이 아름답지 않고, 밝은 것을 숨기고 있는 어두움에 매혹되는 사람들은 모딜리아니의 예술을 변혁하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에서 자연 풍경보다 더 감명 깊은 인간의 방황을 지켜볼 수 있다. 나는 무섭도록 깊은 인간 속을 탐험하는 것이 좋다. 예술적 영감을 얻는 여행이라면 어디든 떠나고 싶다.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카타르시스란 바로 자신의 본모습을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가 아닐까.


2018. 7. 3. TUESDAY




[Il desiderio della mia vita, Amedeo Modigliani] 2018. 6. 25. PHOTOGRAPHY by CHRIS


"나는 내 인생이 기쁨으로 지구를 가로지르는 비옥한 급류가 되기를 원한다." <모딜리아니>

"I want my life to be a fertile torrent, crossing the earth with joy." Amedeo Modigliani

"Voglio che la mia vita sia un torrente fertile, che attraversa la terra con gioia."


기대와 달리 인생은 다른 길을 걷듯이, 말과 인생은 달리 흘러간다. 힘 있고 패기 넘치는 생의 의지를 보였던 모딜리아니인데, 병약한 그의 삶은 그의 육체를 갈아 마시고, 그의 정신을 진흙탕에 집어넣었으며, 그의 사랑조차 그의 죽음을 좇게 만들었다. 그의 고통스러운 인물상에 반영된 삶에 대한 공허함과 바닥을 치는 절망과 동공까지 하얗게 탈색된 아름다움은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의 이름으로 시선을 빼앗는다.



MODIGLIANI OPERA - Innovazione ARTE Document Film 360° | Display 4K | Visori VR | Area Didattica


카세르타 (Reggia Di Caserta) 궁전에 설치된 모딜리아니(Amedeo Clemente Modigliani)의 삶을 담은 종합예술전시를 보면서 풍성한 연출과 다양한 시도를 담은 내용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모딜리아니 오페라 MODIGLIANI OPERA - Innovazione ARTE Document Film 360° | Display 4K | Visori VR | Area Didattica>라는 제목에 걸맞게, 파노라마 4K VR로 연출된 예술 다큐멘터리는 유럽미술계가 현대미술을 대하는 태도를 확실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모딜리아니 오페라 MODIGLIANI OPERA - Innovazione ARTE Document Film>는 이탈리아 화가이자 조각가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의 혁신적인 예술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모딜리아니의 생애와 예술적 업적, 그가 현대 미술에 미친 영향을 전문가의 인터뷰가 가미된 취재적 방식과 심도 있는 작품해설, 삶의 드라마를 혼합하여 풍부한 감성으로 조망한다. 모딜리아니의 어린 시절과 방황하는 청년기, 예술 경력을 쌓아가는 작업들, 그를 대표하는 누드와 초상화 작품 주제와 기법, 색채, 형식이 탄생한 배경발전 방향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화면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작가의 삶을 따라가며 한 사람의 예술을 이해하도록 다채로운 시청각적 경험을 제공해 주었다.



[MODIGLIANI OPERA] 2018. 6. 25. Reggia Di Caserta, ITALY. PHOTOGRAPHY by CHRIS


과거와 현대를 잇는 작업, 즉 현대적인 매체로 과거의 작품을 재가공하고 현대의 기술로 과거를 재해석하는 작업은 1991년 프랑스와 독일 정부 간의 협력으로 설립된 아르테(ARTE)라는 유럽합작방송국에서 시작되었다. 아르테(ARTE : Association Relative à la Télévision Européenne)는 유럽 문화, 예술, 역사, 문학, 다큐멘터리, 뉴스와 시사 등의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기본으로 방송되는데, 유럽의 통합과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문화예술로 통합되는 이상적 사회를 목표로 한다. 아르테는 두 나라의 협력과 문화 교류를 상징하는 중요한 매체로 자리 잡은 이후 벨기에, 스위스, 스페인, 폴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핀란드 등의 방송국과도 협정을 체결하면서 영화와 방송, 문화와 예술의 미디어적인 중간자의 입장에서 문화예술 방면의 다양한 매체실험을 전개하였다.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 화재사건에서 보듯이, 유럽의 정관계와 문화예술계 및 대형 기업들은 문화재의 복구에 엄청난 기부금을 제공하며 전방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과 비교해 보면, 문화재 복구의 과정에서 화재 원인규명을 놓고 정치권의 책임소재에 대한 공방과 문화재 복원의 잘못된 해석문제와 복원주체에 대한 신뢰 있는 검증체계의 부재와 문화재의 정부예산분배 문제까지 순탄치 않은 관리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던 우리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유럽은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예술의 보존과 복원 및 지속적 발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예술로 포함되는 범위 또한 유럽의 짧은 역사 때문인지 자신들의 존재 의미와도 같은 예술의 형태를 다원화하여 확장시키는데 정관계와 문화예술계가 총력을 다한다.

 

유럽의 예술적인 네트워크 연결망은 문화의 다양성을 반영하듯이 규모도 커지고 국경을 넘은 범(汎) 국가적인 사업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유럽은 예술지원이 이미 반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소설과 극, 시와 춤, 미술과 조각, 영화와 음악 등 복합적인 예술형태를 혼용하는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각 분야의 작가들과 기술적인 전문가들이 수평적인 관계로 협업을 할 수 있도록 조율하여 작품이 만들어진다. 현재는 이런 후원문화와 합작형태가 정착화되는 단계에서 과거의 작품들과 현대기술의 결합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재창조 작업까지 더해지며 좀 더 세밀한 맵을 짜는 단계다.


우리나라 예술은 정부관이 개입되면 예술을 시도하는 자가 행위의 주인이기보다는 기관장이 행위의 주인으로 변하면서 예술적 형태를 구성함에서 있어 자유롭기보다는 보수적이고 수동적으로 변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지원을 받으려면 좌우를 막론하고 여간한 정치적이나 혈연적인 관계가 없으면 될 일도 안된다. 영화 <괴물>이 떴다고 뜬금없이 한강 공원에 괴물 형상을 수 억을 들여가며 설치했다가 흉물스럽게 방치하거나, [강남스타일] 노래가 세계적이라고 그냥 손목만 잘라서 전시했다가 철거도 하지 못하고 갈길을 잃은 조각들은 수없이 많다. 아마도 조각이 가시적 방향이나 계산적인 면모에서 재료비가 많이 들게 보이고 크기도 커서 예산획득에 효율적일 것이다. 한국적인 예술에 관한 전문적인 관리 및 발전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예술에 대한 모호함을 돈벌이로 치부한 채 확인 없이 수십 억을 보조해 가며 정부예산을 낭비하는 문서행정의 현실은 예술적 감각이 전무한 실적중심의 공무원 사회에서 '예술이란 인기 있는 대중문화'로 오인하는 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K팝과 영화, 드라마로예술을 말하기엔 대중문화는 언제 식을지 모를 양은냄비와 같다. 내용물의 보존상태는 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우며 금세 냉각되는 단점을 안고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엔 예술의 형태가 다양함을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며 예술적인 내용을 창작적으로 전개할 기획 및 이를 뒷받침할 물리적인 인프라와 창작자를 연결시킬 제도적 지원이 급선무이다.



[MODIGLIANI OPERA : FOLDING SCREEN] 2018. 6. 25. Reggia Di Caserta, ITALY. PHOTOGRAPHY by CHRIS


이탈리아에서 오페라(Opera)는 '작품'이라는 뜻이며, 각본(Script)이 존재하는 음악의 한 장르이다. 독창자와 합창자들의 노래와 연기, 춤을 무대 위에 펼치는 오페라는 전통적인 그리스 드라마를 재해석하여 만들어낸 르네상스적인 발상의 고대 극(劇)의 부흥운동에서 시작되었다. <모딜리아니 오페라 MODIGLIANI OPERA>는 작가의 인생을 알 수 있도록 작품 전시방식을 병풍 형식으로 배치하여 작가의 작품과 작가의 의도, 작품내용과 작품에 관련된 사항을 충분히 감상하도록 관객을 안내한다. 모딜리아니에게 바치는 설치미술들이 미로처럼 제작되었고, 모딜리아니의 작업실과 모딜리아니의 일상에 대해 관망하도록 3D 영화도 별도로 제작되어 좁다란 망원경을 통해 모딜리아니의 삶과 예술적 순간을 담은 사실적인 극을 체험할 수 있었다. 모딜리아니의 여인들을 LED에 담아서 세워놓고, 그 앞에 관객들이 앉아 그들과 담소하듯이 바라볼 수 있게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MODIGLIANI OPERA : TALK CONCERT] 2018. 6. 25. Reggia Di Caserta, ITALY. PHOTOGRAPHY by CHRIS


모딜리아니는 사후에 엄청난 그림가격으로 그의 비참한 삶을 후손에게 보상했지만, 재능과 명성을 증명하기에 너무 짧은 한 예술가의 35년의 생애는 비통하게 가난하고 안타깝게 불우하고 아픔을 감추기 위해 술과 마약에 절어있었고 병마로 잊을 수 없는 고통이 일상사였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모딜리아니의 삶을 바라보며, 이미 이곳을 떠난 먼 곳의 그들에게 조용히 안녕을 고했다.



[MODIGLIANI OPERA : SMOKING MAN] 2018. 6. 25. Reggia Di Caserta, ITALY. PHOTOGRAPHY by CHRIS


작가의 이전글 CLéO DE 5 à 7, AGNèS VARD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