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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Feb 11. 2024

QUESTION

물음표 인생

[QUESTION LIFE] 2004. NOTEPAD. MEMENTO SKETCH by CHRIS


우린 살아가면서 드는 의문이 있으면 질문해야 한다. 보이는 현상과 놓인 사실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으며 표면적인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면 스스로의 존재는 사라지게 된다.


난 어렸을 때부터 질문이 많았다. 나는 왜 태어났고, 나는 왜 사는 건지,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나는 왜 이걸 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당연히 부모님은 그 질문에 답변할 수 없었다. 친구들도 선생님도 답을 할 수 없었다. 이젠 그 어느 누구도 나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는 건 안다. 내 삶의 해답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정석적인 이치에도 불구하고, 불만족한 지난날과 불분명한 현재와 불안한 내일을 고민하며 맴도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나의 삶을 사랑한다면 한 번뿐인 소중한 삶에 대한 의문을 놓칠 수 없다. 지금 돌아보면 스스로 물어가지 않고 정지함 없이 달리기만 했다면 아마 나는 폭주하여 절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우리에게 펼쳐진 모든 이야기들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현상이나 사물을 보면 습관이라는 시간의 데이터 알고리즘 원리에 따라 현재로 포장된 과거의 순간에 집착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현상이 사실이 아님에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고, 머릿속에서 인식된 현상이 사실로 확정되면서 맹목적인 감정기제를 유발하고, 굳어진 현상이 사실로 확신되면서 감정의 비틀림과 반성 없는 복종의 길을 가게 된다.


조지오웰(GEORGE ORWELL)의 《1984》에서 4월 4일 시작한 일기를 통해 스스로의 자각으로 현상을 기록하고 돌아볼 수 있었던 윈스턴이 모진 고문 속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라고 내뱉었듯이, 현재를 과거에 머무르게 하는 기억의 조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더라도 내가 위치한 현실을 직시하고 끄집어내야 한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빅브라더는 멀리 있지 않다. 가장 어둡고 암울한 그림자를 가진 빅브라더는 바로 내 마음속에서 왜곡된 망상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진실도 화려하게 왜곡시키는 얼음여왕의 거울조각을 내 눈에서 자각의 눈물을 통해 흘려보내야 한다.


나의 길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의 길을 막지 않으려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난 이 길을 잘 가고 있는가. 나의 선택은 맞는가. 나는 나에게 진실한가.




물음표 인생


계절을 심하게 앓고 나면 
마음에 남은 건 
부드럽게 갈려버려 기억나지 않는 순간뿐. 

한동안 머릿속을 파고들던 가치와 감정들은 
세월을 타고 시간을 건너가면 
왜 잊혀지는 건지.

추억이 되고 
감정으로 굳어 곱씹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겐 되돌아봐도 되돌아봐도 
뭉그러진 얼룩이 되니까. 

시간과 세월이 
인생의 정표가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겐 시간이 한 날이 두 날이 되고 
생각하지 않을 땐 어떤 날도 아니니까. 

그래서 기념할 날짜를 세거나 
영원한 약속을 매듭짓는 건 
언제나 불투명한 물음표. 


2004. 8. 20.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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