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사랑은 그 누구도 길들일 수 없는 반항적인 새
"사랑은 그 누구도 길들일 수 없는 반항적인 새."
"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PROLOGUE
밤이 되면 망연하게 사라져 버리는 태양의 허망한 사냥에 눈을 돌린 집시처녀. 충동적이고 길들이지 않은 자연의 감성이 노래한다. 깨지기 쉬운 즉흥곡으로 뒤덮인 발자국은 흙먼지를 머금은 채 거친 오만의 숨결과 야생의 우아함으로 가득 차 있다. 위험한 여인이 표현하는 비극의 본질은 막사 뒤 숨 쉬고 있는 불안한 야망을 깨우고 정열에 배반당한 순진한 사랑을 비웃으며 아르테미스적인 달의 전쟁을 포고한다.
ACT I
요염한 마녀 사냥에 짓밟히는 꽃다발은
방랑의 유혹에 무릎을 꿇어 버리네.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에겐
오래된 집의 기억은 불타는 시간에서 사라지고
담배공장의 난동은 흥분된 소요 속에서
운명을 서서히 잠식해 간다.
외떨어진 연인들.
전쟁터에 쏠린 젊은 군인의 마음을
붉은 감옥에 가둬둔다.
ACT II
외곽의 집시밴드는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뒤진다.
전투병과 닮은 형상.
투우사의 붉은 사슬이 여관에 갇힐 때
구애하는 움직임은 정열적이네.
밀수업자의 음험한 애원은
자유를 품은 젊은 처녀의 가슴을 두드린다.
떠돌이 부족에겐 저 길이 자유가 아니던가.
강렬한 영광의 감각이 엄습한다.
거만한 칼은 무장 해제된 손에
질투의 화살을 들고서 명예도 저버린다.
ACT III
도망치는 연인이여.
그대들의 밤은 깊고도 뜨거워라.
이클립스의 문양이 떠오른다.
태양과 달의 교착점이 처녀를 부를 땐
의심할 수 없는 종말이 피를 토한다.
광적인 열망이 심장을 파고들면
숙명의 줄다리기는 불치의 전투를 부른다.
마지막 숨을 단칼에 찌르면
남겨진 자에 대한 기억은 돌풍 속에 무너진다.
ACT IV
세비야의 처녀, 정리되지 못한 설움으로
항구의 뱃고동 소리를 내며 울먹인다.
서커스 단원이 보내는 환호는
버려진 사랑을 초대하고 두려움을 내몬다.
감춰진 애정이여.
발 밑에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사랑스러운 그에게 달려가리.
식을 줄 모르는 완고한 가슴은
경멸적인 혈의 헌사를 반대파에게 던지고
패배한 절망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안고
회색의 눈을 들어 깃발을 향해 달린다.
화려한 트럼펫은 달리는 자의 것인가.
아, 아니구나. 땅에 누운 그의 것이로세.
그때서야 검은 눈의 집시처녀는 울음을 터뜨린다.
무릎을 꿇고 정신을 잃는다.
EPILOGUE
유혹적인 정열의 여인,
거친 쌀겨의 감동으로 부유한다.
거짓된 욕망 뒤엔 비극만이 가득하고
터지는 사랑은 숨을 쉬네.
격정의 불이 타오른다.
차가운 물을 뿜는 사랑의 어리석음이여.
못난 이중의 은폐보단
춤을 추며 조소하는 아픔이 더욱 순결하겠네.
2004. 11. 19. FRIDAY
<카르멘 Carmen: Georges Bizet>의 아리아, 하바네라(Habañera)는 단연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의 음색이 최고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낭랑하게 유혹하는 새는 반항적일 때 아름답다. 길들일 수 없는 사랑은 야생의 눈을 멀게 하고 이상과 멀어진 기대감은 붉은 입맞춤으로 부풀어 오른다. 열정의 뜨거움은 타오르기 전에 가장 화려한 색으로 빛난다. 가까워지면 검붉게 화상을 입을지 몰라도 차가움에 떨었던 자는 불꽃의 유혹을 이겨내기 어렵다. 지속적인 감상을 생각했을 때 오페라가 주는 전율은 가극보다 오래간다. 특히 공간 안에서 울려 퍼지는 풍부한 음률은 어떤 격동적인 연극자의 몸짓보다도 귓속에서 화려한 춤곡으로 강렬하게 휘몰아친다.
Carmen's aria: Habañera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사랑은 자유롭게 사는 새
아무도 길들일 수 없는 새
사람들은 헛되이 부르고 또 불러도
그녀가 원치 않으면 응답하지 않네!
아무리 유혹해도 소용없고,
한 사람은 달콤한 말로, 다른 이는 침묵하지만,
나는 그 침묵하는 사람이 좋아,
그는 말은 없지만, 바로 그 사람이야!
오, 사랑은 집시 같은 삶을 타고났어,
자유로운 삶, 공기처럼 자유로운 삶을!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내가 당신을 사랑하면, 조심해야 해!
그런데 네가 잡았다고 생각한 이 새는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 버렸네;
사랑이 떠나면, 넌 그저 앉아 기다리지만,
포기하는 순간, 다시 내려와 앉지!
네 주위를 빠르게 날아다니며
여기 있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잡았다고 생각하면 달아나고,
놓쳤다고 생각하면 널 붙잡지!
오, 사랑은 집시 같은 삶을 타고났어,
자유로운 삶, 공기처럼 자유로운 삶을!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내가 당신을 사랑하면, 조심해야 해!
Love's a bird that will live in freedom,
That no man ever learned to tame
And in vain men may call and call her
If she's no mind to play their game!
They'll find nothing they do will tempt her,
The one tries charm, the other's dumb!
And that other's the one I fancy,
He may not talk, but he's the one!
Oh love was born to gipsy life,
A life that's free, that is as free as air;
You may not love me, yet I love you,
But if I love you, then you take care!
But this bird that you thought you'd taken
Has flapped her wings and flown away;
When love's gone then you sit there waiting,
You give up waiting, down she'll fly!
All around you she'll fly so quickly,
She's there, she's gone, she's back in view,
Think you've caught her and she'll escape you,
Think you've escaped and she's caught you!
Oh love was born to gipsy life,
A life that's free, that is as free as air;
You may not love me, yet I love you,
But if I love you, then you take care!